속초에 산다는 행복은 남들이 떠나는 오후 4시에 흔들바위로 유명한 설악산 계조암에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 시간에 황금색으로 변하는 울산바위 뒷면을 바라볼 수 있기에 더 그러하다. 이 황홀경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형언하기 어렵다’ 이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설악산 입구 석가모니 청동 대불을 지나면서 삼배를 꼭 올린다.

종교를 떠나 자비를 베푼 성인이 아니신가? 또 기독교인도 아니지만 예수상 앞에서도 공손하게 성호 경배를 한다. 살신성인하신 분이니까.

‘설악산 신흥사(雪嶽山新興寺)’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에 자장율사가 향성사(香城寺)로 창건하였다. 지금의 켄싱턴스타호텔 자리다. 당시 곧 화재로 소실되었고 지금은 9층 석탑이 3층만 남아 전해지고 있다.

 

그 뒤 의상대사가 현재 내원암 터에 선정사(禪定寺)로 중건한 이후 946년간 수도처로 이어 오다가 조선 인조 20년(1642년)에 화재로 또 전소하고 말았다.



작년 신흥사 가는 길 설경이를 영서, 혜원, 연옥 세 분의 고승들이 중창코자 했을 때 기도 중 (비몽사몽간이라는데…내 생각에는 혹 졸았것다?^^) 백발 신인이 나타나 “이곳은 누 만대에 삼재가 미치지 않는 신역이니라”하고 터를 점지해주었다고 한다. 신인(神人)이 점지해 주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신흥사(神興寺)라 했다.

지금의 한자는 새로울 신(新), 신흥사(新興寺)이다. 6·25 사변 때 대본산이었던 고성군 건봉사가 전소되자 기능을 신흥사로 이관하게 되었다. 하여간 이곳 교구 사찰은 화마가 세다.

건봉, 신흥, 낙산사가 다 그러하다. 공통점은 불처럼 일었다는 것…어쨌든 신흥사도 설악산 후광 등으로 불처럼 일었다.

크게 부흥되자(부자? 보지도 않는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요금소를 신흥사 앞쪽으로 옮기고 등산객은 징수하지 말 것이지…) 과거의 신흥사가 아니라 새로운 신흥사라는 뜻으로 이름을 개칭했단다.

나의 단견이라 사족이겠지만 귀신 신(神)자의 신흥사(神興寺)라 하면 무신교 불교와 배치되는 게 아닐까? 나같은 사람이 문제 제기했을 수도…

신흥사 앞 세심교(洗心ㅡ마음을 씻다)에서 보이는 울산바위 뒷면, 아니 여기서는 앞면이겠다.^^.
아래는 속초 시내 쪽에서 보는 울산바위.

아래는 속초 시내 쪽에서 보는 울산바위.신흥사와 계조암 중간 지점에서 다시 울산바위가 나타났다. 오후 4시경, 아직 석양에 물들지 않았다.

 

황금돼지해에 황금색으로 변하는 울산바위를 보는 황홀함, 신비하다.

물든 바위 사이로 명암에 의해 입석 부처가 보인다. 그 주위로 법문을 듣고자 사바 대중이 몰려드는 형상이다. 짐승들도 있다. 야단법석이 아니라 단애법석이다.

4시 30분경 황금칠이 절정에 이른다. 동남아는 부처님께 금칠 헌공을 하나 이곳은 자연이 울산바위에 금칠 봉헌을 한다. 부처다. 예전에 발표한 詩 ‘울산바위’에서 나는 ‘아버지와 같은 등대’를 뒤뜰에서 만난다 했는데 오늘은 가부좌 부처로 다가왔다.

이내 으스름이 장막을 올리듯 황금빛을 가린다. 겨울해는 짧다. 쌀쌀한 해거름, 다저녁때다.
흔들바위를 둘러 본다. 수학여행 때 엄청 신기해 하고 설레던 추억이 일어난다.

에잇, 훔쳐가? 내일 신문에 크게 날 것이다. 해외에서도 토픽으로. ‘흔들바위 실종!’ 헤헷.

바위 위에서, 바위 틈에서 자란 강인한 나무들, 이야말로 용맹정진이다.

나는 헌공다례를 했다. 핑계고 사실 내가 즐긴다. #쾌활보이차


종일 맑기만 했다면
내내 흐리기만 했다면
생애의 끝,이리 아름답지 않았을 터.
ㅡ 황혼의 조건 / 이하 조각보시

노을빛과 차색이 맑다. 포다법으로 우려 진미진향이다.

어제는 새해 동해 일출을 보고 오늘은 초이틀 설악 낙조를 보았다. 기해년 황금돼지해에 황금빛 울산바위를 대했다. 아니 금칠 부처를 친견했다. (이 발견 쉿!, 설날 때 인산인해 될라)

작은 행복 큰 즐거움이 있는 세초 하루를 보냈다. 활기찬 한 해를 시작해보자.

글 사진: 이하 이만식/ 경동대학장 작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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