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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pril 14, 2021

관광컨텐츠로서의 서울의 골목길

세계도시들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진짜 재미는 골목여행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이 재미있는 골목여행은 하지 못한 채 여행지의 소문난 관광지 몇군데와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 몇장 찍고 와서 그 도시를 다녀왔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동안 시간과 일정에 쫓긴 단순 패키지여행이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쯤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여행시대가 시작되면 여행의 트렌드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수십명 단위의 패키지여행에서 삼삼오오 자유여행으로, 아니면 굵직굵직한 일정은 패키지로 하되 나머지 소소한 일정들은 자유여행이 섞어진 하이브리드 여행으로 말이다.

또한 유명 관광지를 찾아 사진 몇장 찍고오는 ‘나 여기 왔소’ 관광에서 그 나라, 그 도시의 보다 생생한 속살을 볼 수 있는 골목의 현지인 맛집이나 핫플들을 찾아나서는 ‘나 여기 체험했소’ 여행으로 말이다.

골목여행이 뜨게 되는 3가지 이유

골목여행이 주목받게될 첫 번째 이유는 올 하반기쯤이면 지구촌의 여행이 셧다운되는게 거의 2년이 다 되어갈텐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여행의 본능을 빼앗겨본 사람들이 예전처럼 유명관광지 몇군데 들렀다 오는 아이쇼핑형 관광으로는 절대 성에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코로나 19로 세계인들이 집콕생활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이미 셧다운된 지구촌 여행을 포기한 대신 자기가 가고싶은 나라, 가고싶은 도시의 관심있는 구석구석에 대하여 이미 유튜브로, 블로그로, 책으로 너무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다시 여행시대가 돌아올 때 특히 그 맨 앞에서 세계를 향해 뛰쳐나갈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거의 2년동안 수집한 여행정보들을 가지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닐 가능성이 다분하여 골목여행의 트렌드를 선도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서울관광의 매력 또한 골목이다.

‘인도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바라나시의 골목에서 길을 잃어봐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가면 꽉찰 정도 크기의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있어서 한번 들어가면 어디가 어딘지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바라나시의 골목에서 인도의 속살을 여실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지나가면 꽉차는 인도 바라나시의 골목풍경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대로변의 멋진 유럽식 건물이 아니라 바로 그 뒤에 숨은 이름모를 골목길과 그 골목 귀퉁이에 구석구석 숨어있는 자그마한 카페들이다.

스페인 여행을 하다보면 가우디의 건축예술에도 흠뻑 빠지게 되지만 모가라스라는 어느 시골 마을 골목길 집집마다 집주인의 얼굴을 벽화로 그린 초상화골목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스페인의 소도시 모가라스의 독특한 초상화 벽화골목

외국인들의 눈으로 봤을 때, 서울의 매력도 골목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롯데월드타워보다도 서울의 속살을 가감없이 마주할 수 있는 골목길 여행이 더 매력적이고 서울답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서울시에서도 몇 년전, ‘시민이 발로 찾은 서울 골목길 명소 30선’을 ‘먹자, 놀자, 보자’라는 3가지 컨셉에 맞춰 발표한 적이 있다.

<서울의 먹자골목 10>

남대문 칼국수골목, 종로3가 보쌈골목, 동대문 생선구이골목, 삼청동 팔판길, 청진동 해장국골목, 회기역 파전골목, 서래마을 카페골목, 건대 양꼬치골목, 삼각지 대구탕골목, 도봉산 두부골목

<서울의 놀자골목 10>

신촌 연세로, 홍대 땡땡거리, 종로 인사동골목, 이태원 우사단길, 종로 부암동길, 신사동 가로수~세로수길, 청담동 한류스타의거리, 정동길, 해방촌거리,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서울의 보자골목 10>

북촌한옥마을, 서촌마을, 성수동 수제화거리, 명동 재미로, 강동역 강풀 만화거리, 이화벽화마을, 종로4가 예지동 시계골목, 문래동 사랑골목, 홍제동 개미마을, 창신동 절벽골목

서울의 골목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골목들을 가본 적이 있는가. 서울의 골목중에서도 대표라고 할만한 인사동골목마저도 임대문의와 폐업정리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있고 그 시끌벅적했던 삼청동길은 폐허를 방불케한다.

50% 이상이 비어있는 삼청동길의 썰렁한 모습

이태원 우사단길, 해방촌길마저 여기가 과연 몇 년전 그 화려했던 골목인가싶을 정도로 적막감마저 감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임대료 상승으로 풀이 죽더니 코로나19가 여지없이 할퀴고간 아픈 흔적들이다.

몇시간씩 줄을 서야했던 경리단길의 맛집도 썰렁하다

그렇다면 다시 여행시대가 돌아와서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다시 북적일 때, 과연 서울의 골목중 몇 개나 살아남아 그들을 반길 수 있을까.

관광컨텐츠로서 서울의 골목길을 되살리는 방법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다시 경제가 꿈틀거리면 서울의 골목길에도 햇살이 조금씩 비출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골목길이 옛 영화를 되찾고 서울의 관광컨텐츠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려면 몇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장 최근의 핫플로 그나마 상황이 나은 익선동의 골목

첫째는 건물주들이 해야할 조건이다.

지금 폐허가 되다시피한 삼청동의 건물주들에게 묻고싶다. 임차인들이 다 빠져나가고 건물들이 폐허처럼 비어있으니 속이 후련하냐고 말이다. 어느 한 지역에 ‘임대’라고 붙은 가게 하나가 나오면 그것은 전염병처럼 옆가게로 다시 번진다. 나아가 그 골목 전체가 지금의 삼청동처럼 폐허가 되어버린다.

코로나19만큼 무서운 이 ‘공실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은 오로지 건물주들만이 갖고 있다. 지금의 3분의 2, 아니 지금의 절반 정도로 임대료를 대폭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골목을 다시 핫플로 만들 수 있는 젊고 감각있는 임차인들을 모아야한다. 바로 임대료 대폭인하라는 백신만이 죽어가는 골목을 살릴수 있는 첫번째 예방접종인 것이다.

경리단길 입구 세계 각국언어로된 인사말

둘째는 건물주와 임차인에게 모두 해당되는 조건이다.

단순한 직주분리형 가게보다는 직주일체형 가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봐도 유명한 골목들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에 의해 바로 집주인이 가게주인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직주일체형 가게들은 아무리 불경기나 전염병이 휩쓸고 가더라도 폐허가 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곳에 주인이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서울의 골목은 대부분이 집주인과 임차인이 다를 뿐더러 임차인은 매장으로서의 가게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무척 약하다. 따라서 임차인이라도 가급적 직주일체형 가게들로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상지와도같은 가로수길. 스파오매장도 전층 비어있다.

셋째는 임차인들에게 해당되는 조건이다.

서울의 핫플이라는 어느 골목을 가봐도 특별한 차이점이 없는 비슷비슷한 골목들이라는 점이다. 카페,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 비슷비슷한 가게들과 어디를 가도 똑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화장품 로드샵 말이다.

여기에서 임차인들은 그 골목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살리고 그 아이덴티티의 중심에 설 수 있을만한 컨텐츠를 찾아야한다. 해방촌 골목이라면 6.25 전쟁으로부터 서울을 해방시킨 22개 유엔참전국들의 전문 레스토랑들이 주를 이룬다든지, 서촌에는 맛깔진 궁중음식과 퓨전한식 디저트가게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든지 골목마다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넷째, 임대인, 임차인, 그리고 해당 지자체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건이다.

관광컨텐츠로서 서울의 골목들을 다시 살리려면 협동조합운동이 풀뿌리처럼 퍼져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이 한데 어울어지고 해당 지자체가 지원하는 형태의 지역협동조합이 설립되어 그 골목마다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그 차별화된 켄텐츠들을 사업화로 성공시킬 때, 서울의 골목들은 세계의 관광객들로 넘쳐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세계적인 관광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역사나 건축, 문화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지역마다의 협동조합운동에 따른 차별화된 아이덴티티의 유지와 독특한 컨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울의 골목길이 세계인을 매료시킬 독특한 컨텐츠로 넘쳐나기를 

이제 올 하반기 쯤이면 지구촌의 여행시대가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다. 그리하여 내년쯤이면 서울의 골목마다 외국의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들 것이다.

이 여행시대, 서울의 관광컨텐츠로서의 골목길 여행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폐허로 변한 삼청동 골목길에도 위에 열거한 네가지 조건들이 착착 들어맞아 어서빨리 봄바람이 살살 불었으면 좋겠다.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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