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황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여행레저신문=정인태 기자) 카리브 해에 떠있는 1만 991㎢의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는 정치, 경제 같은 무거운 주제보다는 문화, 스포츠 등의 가볍고 유쾌한 주제와 맞닿아 있는 국가다. 레게의 황제 ‘밥 말리’, 총알보다 빠른 사나이로 일컬어지는 ‘우사인 볼트’,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에 영감을 줬던 영화 ‘쿨러닝’까지.

필요한 만큼만을 추구하고, 가진 것만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자메이카 국민들은 몸과 마음을 다해 함께 노래하고 춤춘다. 자메이카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팬터마임이나 연극, 온 몸을 흔드는 댄스 등은 자메이카 특유의 긍정적이고 연기에 능한 활기찬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낙천적이고 자유로운 자메이카 국민이 생산하는 커피 ‘블루마운틴’이 권위와 격식으로 대표되는 영국 왕과 귀족들이 즐기는 커피였다는 사실은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권위와 격식이라는 가면을 쓴 인간의 본능은 사실 카리브 해의 뜨거운 태양아래 자유로운 삶의 여유를 갈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명품은 엄격한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다

자메이카의 동쪽 카리브 해 방향에 뻗어 있는 2,256m의 블루마운틴(Blue Mts.)의 남쪽 사면은 지형과 기후에 있어 최고의 커피 산지로 알려져 있다. 자메이카의 주요수출품인 ‘블루마운틴’은 이 산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 산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재배 고지의 높이와 원두 스크린에 따라 블루마운틴, 하이마운틴, 프라임워시드, 프라임베리 등 네 종류로 나뉜다. 특정 높이에서만 생산되는 블루마운틴은 블랜딩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과 향이 조화로운 원두로 유명하다.

자메이카에서 최초의 커피 생산은 영국에 의해서였다. 1725년 니콜라스 라웨즈경이 커피나무를 들여와 처음엔 세인트 앤드류 지역에서 경작을 시작하다 블루마운틴 산맥 쪽까지 경작지를 확장시켰다. 영국 귀족에게 특히 높은 평가를 받은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전체에서 생산력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품질이 떨어지고, 블루마운틴의 위상도 추락할 즈음 인 195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자메이카 정부는 커피산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즉 블루마운틴의 특정 높이에서 생산된 커피만을 블루마운틴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블루마운틴은 해발 2,0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커피에만 그 상표가 붙을 수 있고, 생산량도 연간 300에서 500톤까지로 고수한다. 또한 출하된 커피에는 반드시 생산된 농장이 공인하는 품질 보증서를 첨부해 출처를 분명히 하고 이를 오크통에 보관하는 등 다른 커피와의 차별화를 통해 제품의 상품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생산량과 품질의 엄격한 관리, 전체 생산량의 90%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독점 구매 정책, 상품의 희소화 정책 등으로 인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커피의 황제자리에 재등극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되는 상당수 블루마운틴은 가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대체적으로 블루마운틴 생두와 일반 원두를 섞거나 모방한 제품이고, 완제품의 경우도 Jablum, MBCF 마크가 없다면 진품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Jablum은 블루마운틴을 로스팅하여 포장까지 마친 완제품 커피를 말하고, MBCF는 블루마운틴 전문 생산 지역 공장에서 출하 됐음을 의미한다.

# 블랜딩이 필요 없는 단일품종 최고의 풍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마시고 왕실 커피로 유명한 블루마운틴은 추출 후 홍차처럼 맑고 투명한 붉은색을 띤다. 수채화 같이 은은하면서도 달콤함과 신맛을 골고루 지녀 두 가지 이상의 커피를 섞는 별도의 블랜딩이 필요 없는 조화로운 맛과 향을 지닌 명품 커피로 이름 높다.

블루마운틴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의 원천은 산지인 블루마운틴의 독특한 기후조건과 관련이 있다. 블루마운틴 산맥의 고지대는 연중 짙은 안개로 덮여 있고 이로 인해 강렬한 카리브의 햇볕이 커피나무에 직접적으로 내려 쬐지 못하게 하는 차광막의 역할을 한다. 충분한 햇볕을 받지 못한 커피나무의 성장은 더뎌지고 그 결과로 타 지역에 비해 높은 밀도의 커피가 생산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보다 커피체리를 평균 2~4개월 정도 숙성시켜 수확하기 때문에 그 동안 풍미가 더 풍부해지고 카페인 함량은 최소화 한다. 자메이카 인들도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불량 콩을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는 핸드 픽과 가공 과정에서의 수작업으로 원두의 크기를 균일화 시켜 맛의 안정성을 꾀한다.

블루마운틴은 대표적인 연질의 원두로서 열의 흡수와 통과가 용이한 특성을 가진다. 이로 인해 강하게 로스팅을 하면 향미가 줄어들고 맛의 균형도 깨져버린다.

물론 이 맛은 원두커피의 특성과 맛에 익숙한 몇몇 전문가들의 평가이며, 실제로 블루마운틴의 맛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후하지 않다. 이렇다 할 맛의 특징을 구별하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워 오히려 밍밍하게 느껴지는 아로마는 다른 유명 커피들의 특성에 묻히곤 하기 때문이다. 즉 아로마, 산도, 바디, 밸런스 등 커핑 테스트의 주요 항목에서 두드러지게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야구에서 말하는 5툴플레이어가 특출난 홈런왕이나 타격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평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비싼 가격과 적은 생산량으로 높은 지명도에 비해 맛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도 블루마운틴 평가가 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생산량이 지극히 제한적인 블루마운틴은 출하량의 90%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나머지 10%만이 전 세계 시장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블루마운틴 원두를 맛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명품이라 함은 제품자체의 성능뿐만 아니라 제품이 주는 품격으로 그 가치를 더 한다. 단순히 돈을 들여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보다 그 명품의 가치와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 품격은 고스란히 소유자의 품격으로 대치될 수 있다.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은 그 맛과 풍미보다는 희소성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이는 자칫 블루마운틴의 가치를 오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블루마운틴은 단순히 이름값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음용하는 사람의 격식을 한 단계 높이는 원두다.
예전 커피 CF 카피처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기엔 일반인에게 다소 부담스런 혹은 구하기도 힘든 원두일 수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명품 원두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카리브 해의 열정을 품은 천혜의 관광지

자메이카를 발견한 콜럼버스는 ‘눈을 사로잡는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묘사했다. 눈부신 섬들이 즐비한 카리브 해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여행지로 각광받는 자메이카는 쿠바 남쪽으로 1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달걀모양의 섬이다. 대부분의 리조트는 무성한 수풀과 하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북쪽 해안을 따라 모여 있다.

자메이카는 음악, 미술, 문화 스포츠 이벤트 등 다양한 축제가 1년 내내 이어진다. 레게 썬스플래쉬와 레게 섬페스트는 7월과 8월 한주동안 열리는 가장 열광적인 축제로 명성이 높다. 2월에는 수도인 킹스턴의 대학캠퍼스에서 축제가 열린다. 레게와 민속음악인 칼립소 그리고 모인 사람들 모두가 몸을 흔드는 댄스홀 소카 등 자메이카인들의 축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축제다. 근래 들어 관광객의 주요 볼거리로 정착됐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열대해상기후 덕택에 1년 언제라도 크게 상관없다. 사실상 계절이 존재하지 않은데, 만약 고지대인 블루마운틴이나 동부해안을 방문하려 한다면 5월부터 11월까지는 날씨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5월부터 자메이카 날씨가 가장 유별난 우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요 여행지로는 수도인 킹스턴과 몬테오 만으로부터 100여km 정도 떨어진 오코 리오스, 그리고 몬테 고베이가 유명하다. 영국 조지 왕시대의 석조 건축물과 지어진지 100여년이 훨씬 넘은 가옥들이 시내에 남아있고, 자연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일몰도 관광객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사진 및 자료출처 – 자블럼 코리아. 자메이카의 Jablum 및 MBCF 원두를 독점 수입 및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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