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5] 야마카타의 ‘요네자와라멘’

라멘소비 1위 야마가타현의 대표라멘, 쇠고기 챠슈를 올린 라멘도 인기

(여행레저신문=장범석 기자) 일본해를 접한 동북지방의 야마가타(山形)현은 일본에서 라멘 소비가 가장 왕성한 지역이다. 2018년 도도부현(都道府県)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 당 점포수가 66.4개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전국평균의 2.5배, 최하위권 오사카의 5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2위 토치키(栃木)현의 45.7개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1인당 라멘소비 지출액도 1위다. 이 쯤 되면 라멘 왕국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야마가타현 내에서도 유명한 것이 ‘요네자와(米沢)라멘’이다. 인구 8만이 조금 넘는 요네자와에는 100군데 넘는 라멘집이 있다.

요네자와라멘은 면발이 가늘고 탄력이 있다. 수분함량이 높은 다가수(多加水) 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분함량이 높으면 식감이 부드럽고 먹기 편하지만 면이 국물에 들어가면 형태가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면발을 굵게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굵은 면을 사용하는 유명한 기타카다나 사노 지방의 라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네자와의 면은 40~48%의 높은 가수율에도 불구하고 가늘다. 같은 굵기를 사용하는 도쿄의 쇼유라멘이나 하카타의 돈코츠라멘의 가수율 30~35%에 머무는 것과 대조된다. 가수율이 낮으면 면발이 딱딱해 식감이 떨어지기 쉽다.

제면의 상식을 뛰어넘은 요네자와 면의 비밀은 숙성에 있다. 요네자와에서는 면을 뽑아낸 후 2~3일 동안 별도의 숙성과정을 통해 찰지고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한다. 이때 손으로 주름을 잡아준다. 1인분의 양이 넉넉한 것도 특징이다. 홋카이도 150g, 토쿄 130~150g, 큐슈 100~130g에 비해 요네자와는 170g이상이다.

라멘의 스프도 요나자와만의 독창성을 가진다. 다시를 낼 때 기본적으로 닭과 돼지 뼈를 사용하지만, 여기에 니보시(말린 잔생선)가 들어간다. 스프의 농도는 소비량에 영향을 준다. 맛있는 라멘도 스프가 진하면 여운이 오래 남아, 다시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요네자와의 스프는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어패류가 귀한 내륙지방인데도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결과다. 고명도 챠슈・멘마・파・나루토 등 간결한 구성이다.

사진: 새우·오징어·가리비 등이 들어간 손핀라멘, 출처 tabelog.com

요네자와 라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손핀(そんぴん)라멘이다. 이 라멘은 한국의 해물짬뽕처럼 여러 해산물이 토핑으로 올라가는데, 수도권에도 진출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손핀’은 ‘옹고집’을 뜻하는 요네자와의 방언이다. 이름부터 재료와 맛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고함이 느껴진다. 또한 지역에서 사육한 쇠고기를 차슈로 올리는 ‘만기리(완전한)라멘’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도쿄에서 400km 떨어진 요네자와에 라멘이 등장한 것은 1920년대 초반이었다. 화교 몇 명이 밤거리 포장마차에서 차르멜라라는 관악기를 불며 ‘시나소바(라멘)’를 팔기 시작한 것이 그 효시다. 생소한 중국풍 면요리가 인기를 끌자 일본인이 운영하는 ‘마이주루(舞鶴)’ 같은 카페에서도 이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1931년 만주사변이 발발하자 화교들이 자취를 감추고, 그들에게 조리를 배운 일본인들이 대거 점포를 내기 시작한다.

당시 요네자와 사람들의 라면 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요네자와면업조합은 “라멘이 없으면 ‘잠시도 지낼 수 없을 정도(夜も日も明けぬぐらい)’로 좋아했다”고 증언한다. 요네자와에서는 지금도 라멘을 ‘쥬카(中華)소바’라는 옛 이름을 사용하는 점포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