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9] 이바라키현의 ‘스태미나 라멘’

간·양배추·인삼·호박·당근이 고명으로, 히야시(冷)와 홋토(Hot)스타일

2019년 6월 이전 오픈 마츠고로 본점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스태미나 라멘은 도쿄 북동부에 위치한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나카시의 고토치라멘이다. 기본이 되는 스프는 어패류 다시를 사용한 쇼유계열이다. 여기에 매콤하고 달콤한 안카케(전분)고명이 따끈한 상태로 올라간다. 고명의 재료는 소의 간을 비롯해 양배추・인삼・호박・당근 등, 말 그대로 스태미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조합된다. 간(肝)의 특유한 냄새는 조리과정에서 제거되므로 누구나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히타치나카에는 이 라멘을 제공하는 점포가 40여 곳 있다.

홋토(Hot)스타일 <출처 이바라키현 홈페이지>

스태미나 라멘은 1970년경 히타치나카시의 JR카츠다(勝田)역 앞 다이신(大進)이라는 라멘 집에서 탄생했다. 학생들에게 싸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오너의 의견에 따라 나가이(長井)라는 점장이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야채에 몸에 좋은 간을 재료로 삼았다. 당시 폐기처분 대상이었던 간을 식재료로 쓴다는 것은 획기적 발상이었다. 진한 안카케(餡掛け) 스프는 오너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 후 나가이는 후계자 자격으로 1997년 미토(水戸)시에 ‘스태미나라멘 마츠고로(松五郎)’를 오픈한다. 이 점포가 이바라키현 스태미나 라멘의 총본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현재는 2대째 점장이 운영하고 있다.

이 라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스프 없이 면에 고명을 얹는 ‘히야시(冷やし)’다. 굵은 면발에 되직한 고명이 지금은 자취를 감춘, 우리나라 중화요리집의 울면을 연상시키는 외관이다. 히야시는 면을 찬(冷)물로 헹구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데, 고명의 맛을 직선적으로 즐기는 마니아층이 즐겨 찾는다. 일반 라멘처럼 스프에 면이 잠기는 스타일은 ‘홋토(Hot)’라고 부른다.

양이 많은 사람은 0.5인분 단위로 추가할 수 있다. 스태미나 라멘집 중에는 양이 큰 고객을 위해 챌린지(Challenge) 메뉴를 걸어 놓고 고객의 도전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면 4인분을 남김없이 다 비우면 점포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간다.

마츠고로는 개점 희망자에게 이바라키현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노렌와케 점포를 내주고 있다. 2대 점장 이케다(池田)는 이바라키현 홍보팀과 인터뷰에서 “라멘을 조리할 때 향토애를 원점에 두고 생각하는 자세가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전통을 이어갈 이타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자신의 영업철학을 밝힌다.

히야시 스타일 <출처 이바라키현 홈페이지>

스태미나 라멘은 일본 내 여러 지역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타마(埼玉)현 스타일이다. 1970년대 중반 지금은 사라진, 오미야(大宮)역 앞 만만테(漫々亭)가 발상지. 사이타마현에서도 다이신처럼 소유 스프에 끈끈한 고명을 얹는다. 하지만 맛과 외관은 차이가 난다. 고명으로 잘게 썬 돼지고기・부추・양파・마늘・생강을 사용하고, 두반장(중국식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나라(奈良)현의 종교도시 텐리(天理)에도 스태미나 라멘이 있다. 이곳은 닭 뼈 베이스의 쇼유 맛 스프에 볶은 배추・부추・마늘・돼지고기를 올린다. 2000년 지역의 한 기업이 ‘텐리스태미나 라멘’과 ‘텐스타’를 상표등록하고, 토쿄와 해외에도 진출했다.

이밖에 도쿄의 타마(多摩)시 카라키다(唐木田)역 부근, 오사카 사카이(堺)시의 나카모즈(中百舌鳥)역・니가타(新潟)시 니츠(新津)역, 지바(千葉)현 마츠도(松戸)시 아키야마(秋山)역 인근에도 스태미나 라멘을 파는 곳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