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13] 사천의 매운 맛 ‘탄탄멘’

중국사천에서 전래된 탄탄멘, 전국 B-1그랑프리대회에서 금상 ‘가쯔우라 탄탄멘’

‘쥬카시센’의 탄탄멘, 출처 : shonan-navi.net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탄탄(坦々)멘은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중국 사천성 청두(成都)에서 시작된 면 요리다. ‘탄탄’은 청두방언으로 어깨에 걸쳐 물건을 나르는 ‘봉’을 뜻한다. 한 쪽에 조개탄과 철망을, 다른 한 쪽에는 면・양념・식기 등을 매달고 다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요리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물을 가지고 다닐 수 없어 면에 고명을 얹어주는 형태였고, 양이 많지 않았다. 일종의 패스트푸드형 간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요리가 청두에 등장한 것은 1840년경이라고 전해진다.

탄탄멘을 일본에 소개한 사람은 아즈마 켄민(東建民)이라는 사천성 출신의 귀화 일본인으로 중국식 이름은 진건민(陳建民)이다. 그는 탄탄멘 외에도 많은 중국요리를 일본에 알려 사천요리의 아버지로 불린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탄탄멘 중 지명도 높은 두 가지를 소개한다.

슈가키야식품 컵탄탄멘, 출처 : 슈가키야식품 홈페이지

<오다와라(小田原) 탄탄멘 > 붉고 걸쭉한 안카케(餡掛け)스프 가운데 노란색 면이 자리 잡은 모습이 스파게티를 떠올리게 한다. 안카케 스프는 얇게 저민 돼지고기와 고춧가루・마늘・깨소금 등에 전분을 첨가해 만든다. 식성에 따라 식초를 첨가하면 매운 맛이 더 강렬해진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80여km 떨어진 오다와라(小田原)시 가미소가(上曽我)에 있는 쥬카시센(中華四川)은 전국에 소문난 탄탄멘의 명소다. JR 고덴바(御殿場)선 가미오이(上大井)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외진 곳에 있는데도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1975년 개업 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프랜차이즈 등 체인점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인근에 시센의 맛을 추종하는 인스파이어(Inspire) 점포가 여러 곳 있다. 2015년에는 한 식품회사가 이곳 탄탄멘을 컵라면으로 개발해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츠우라 지방의 탄탄멘, 출처 : 탄탄멘선단 홈페이지

<가쯔우라 탄탄멘> 토쿄와 동쪽 접경을 이루는 지바(千葉)현의 항구도시 가쯔우라(勝浦)에 ‘B-1그랑프리 대회에서 골드 그랑프리를 획득한 탄탄멘이 있다. 2011년 시민들이 ‘탄탄멘 선단’을 결성해 다섯 번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B-1그랑프리는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순회 개최되는 전국 B급(대중)음식 콘테스트로 경쟁이 치열하다.

가쯔우라 탄탄멘은 1954년 대중음식점 에자와(江ざわ)의 점주가 물일하고 나온 해녀와 어부들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목적으로 개발한 음식이 시초였다. 이 메뉴가 곧 시내 전역에 퍼지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치마잔(참기름에 샐러드유를 혼합한 조미료)대신 라유(고추기름)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3대를 이어 내려온 에자와에는 식당이용 5원칙이라는 안내문 붙어있다. 그 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매운 맛을 선택할 것”과 “면을 후루룩 들이키지 말라”는 항목도 있다. 일반 라멘처럼 흡입하다가는 사레가 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탄탄멘은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인에게도 만만찮은 라멘이다. 국물까지 다 비우면 그릇 바닥에 상호명과 함께 ‘마이도(毎度, 매 번 감사)’라는 글씨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