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14] 요코하마의 ‘이에케라멘’

1974년 트럭운전사 요시무라가 개발, -1일 1,500그릇 판매

“고객은 우리 맛의 스승” 현수막, 출처 : hamarepo.com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굵은 면, 두툼한 챠슈, 그릇 밖으로 튀어나온 김 3조각, 황금색 스프, 시금치. 외관으로 본 이에케(家系)라멘의 모습이다. 이에케는 이처럼 쇼유·시오·미소·돈코츠라멘 등 소위 정통파 라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요시무라야’ 본점의 이에케라멘,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

이에케라멘은 1974년 요시무라(吉村)라는 전직 트럭운전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다니던 그는 규슈지방의 돈코츠와 도쿄의 쇼유를 혼합하면 더욱 맛있는 스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시무라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트럭터미널 내 라멘집에서 연수를 시작한다. 6개월 후 라멘 조리법을 터득한 그는 요코하마 산업도로변에 점포를 낸다. 고객은 트럭운전사와 공장 근로자들이었다. 요시무라는 그들의 식성에 맞춰 개발한 진한 스프와 쫄깃한 직선 면발에 남성취향의 토핑을 올렸다. 당시 유행하던 만화 주인공 뽀빠이의 힘을 상징하는 시금치를 토핑의 재료로 삼은 발상이 신선했다. 다레(양념장)의 농도와 면의 경도는 고객이 선택하도록 했다. 공깃밥도 무료로 제공했다. 그때까지 없었던 고객 맞춤형 라멘을이 등장한 것이다. 곧 입소문이 퍼지고 점포 앞에 행렬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1999년 요코하마역 서쪽 출구로 확장 이전한 ‘요시무라야(吉村家)’는 1일 1,500그릇을 파는 유명점포가 되었다. 하루에 소비하는 돼지 뼈가 1톤, 닭 뼈가 500마리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시간대는 점심과 저녁의 중간인 오후 4시 정도다.

현재 시중에는 이에케를 칭하는 라멘집이 많다. 국내외 2000개 이상, 요코하마 시내에만 150점포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까다로운 수행과정을 통과해 직계로 인정받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요시노야의 직계점은 ‘노렌와케’ 점포로 본점에 지불하는 로열티나 분담금이 없는 순수 독립점이다. 요코하마의 ‘스기다(杉田)야’, 도야마현 우오즈시의 ‘하지메야’, 가나가와현 아쯔기시의 ‘아쯔기(厚木)야’, 니가타현 죠에츠시의 ‘죠에츠(上越)야’, 가가와현 다카마츠시의 ‘다카마츠(高松)야’가 그곳이다. 이들 점포는 모두 ‘~야’를 ‘屋’가 아닌 ‘家’로 표기한다.

‘요시무라야’ 본점 이에케라멘의 스프, 출처 : rocketnews24.com

올해 73세가 되는 요시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에케’는 내가 만든 용어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의 맛을 내는 것은 나다. 항상 가장 맛있는 라멘을 만들고 또 진화시켜 나간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절대 추월당하지 않을 것이다”며 맛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는 40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점포에서 숙식하며 오직 라멘의 맛만을 생각하고 지낸다. 60세가 될 때까지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라멘의 신’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에케 라멘은 감칠 맛 나는 진한 스프가 별미다. 한 번 맛을 보면 팬이 되고 만다는 깊고 오묘한 맛이다. 이러한 요시무라야의 인기에 편승해 ‘~야’를 표방하는 점포들이 많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외식그룹에서도 속성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요시무라야의 스프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요시무라야의 오랜 단골들은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류 점포들을 ‘자본계’라 칭하며 거리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