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23] 고치현의 ‘나베야키 라멘’

냄비우동을 닮은 라멘, 닭 뼈 스프에 닭고기를 챠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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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식당’의 나베야키, 출처 : rtrp.jp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시고쿠지방 남쪽 고치(高知)현의 명물 나베야키(鍋焼き) 라멘을 홍보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스사키(須崎) 상공회의소의 ‘프로젝트X팀’이 규정하는 나베야키라멘의 정체성은 다음과 같다.

1)스프는 산란계 뼈 다시에 쇼유 베이스일 것 2)면은 가는 직선면, 약간 딱딱하게 제공될 것 3)토핑은 산란계 고기, 파, 날계란, 지쿠와(흰 살 어묵) 등일 것 4)그릇은 뚝배기(법랑, 철 냄비)일 것 5)스프가 끓는 상태로 제공될 것 6)단무지(신 맛 나는 전통 단무지 추천)가 제공될 것 7)모든 과정에 ‘접대하는 마음’을 담을 것. 사진을 보며 읽어 내려가면 나베야키 라멘의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나카가와’의 나베야키, 출처 : 스사키시 관광협회

라멘은 1860년대 일본의 개항과 함께 요코하마나 하코다테 등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요리다. 면을 숙성시키고 돼지 뼈로 스프 내기, 챠슈 만들기, 조리법 등 라멘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베야키 라멘은 이러한 룰을 따르지 않는다.

나베야키 라멘의 매력은 닭 뼈 스프에 있다. 2년 이상 경과한 산란계의 뼈로 삶아내는 다시는 진하고 구수하다. 이 라멘이 등장한 것은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5년경이다. 개발자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다니구치(谷口)식당’이라는 곳이다. 닭 뼈를 스프재료로 심은 것은 마침 점포 앞에 생닭 집이 있어 뼈를 무상으로 가겨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은 가는 뜨거운 닭 뼈 스프와 궁합이 잘 맞는 직선면을 사용한다. 용기가 뚝배기인 것은 배달할 때 보온을 위해 특화시킨 것이다. 토핑은 돼지고기 챠슈 대신 닭고기를 사용하고, 파·지쿠와(흰살어묵)·날달걀이 올라간다.

‘다루마’의 김치나베야키, 출처 : 스사키시 관광협회

지역민의 사랑을 받던 다니구치식당은 1980년 후계자 없이 점주가 사망하자 점포를 닫는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지금도 다니구치식당의 전설적인 맛을 기억하고 있다. 2013년 나베야키라멘이 문턱 높은 신요코하마의 라멘박물관에 진출해 3개월 한정판매를 할 때도 다니구치식당 이름을 내걸었다. 지역에서 나베야키를 파는 점포들도 자신이 다니구치식당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고 내세운다.

나베야키 라멘은 스사키 시내 30여 군데에서 팔고 있다. 라멘 전문점 외에도 우동 집, 야키니쿠식당, 이자카야 등 외식업소에도 나베야키를 취급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 노포가 요코마치(横町)에 있는 하시모토(橋本)식당이다. 이 곳 메뉴는 나베야키 라멘 한 가지에 흰 밥이 전부다. 보통 라멘 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나오기 마련인 볶음밥이나 군만두가 없다. 면을 먹고 난 후 남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의 라멘은 포장용으로도 개발되어 국내와 해외에 통신판매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