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방규선 여행칼럼니스트) 각 도시를 여행하며 그 곳과 어울리는 빛깔을 떠올려보곤 한다. 그 도시가 가지고있는 본연의 매력과 그 날의 내 감정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그 곳의 색감. 나에게 교토는 베이지, 그리고 브라운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화려하지 않은, 꾸밈 없는, 어떤 컬러와 만나도 은은하고 부드럽게 이 곳에 스며들게 해주는 따뜻한 도시, 교토. 이런 교토의 빛깔을 고스란히 담은 곳이 있다. 소박하고 귀여운 동네 이치조지, 그리고 이치조지의 작은 서점 케이분샤가 바로 그곳이다.

 

교토시의 동북쪽 사쿄구에 위치한 이치조지(一乗寺). 어디를 가도 차분하고 여유 넘치는 교토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한적하고 소박한 동네가 바로 이 곳 이치조지이다. 마치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등장하는 마을을, 그 곳의 작은 상점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동네.

 

자그마한 동네에 자리잡은 상점들이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곳은 없다. 이치조지의 작은 상점들은 저마다 다른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만, 일본 인테리어 특유의 깔끔하고 절제된 느낌에 교토의 따뜻함과 다정한 감성을 담뿍 지니고 있다. 이치조지라는 동네는, 그 자체가 소박한 잡화점과 같다.

 

귀여운 이치조지 마을을 걷다보면 어느 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베스트 10에 선정된 예쁜 서점 케이분샤를 만나게 된다. 보슬보슬 여우비가 내리던 그 날의 공기, 습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던 이 곳. 비 내린 뒤 촉촉해진 숲길을 걷다 그 길의 끝에서 동화같이 예쁜집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치조지와 교토의 감성을 담고 있는 작은 서점 케이분샤. 수많은 동네 책방의 모티브가 되었을 이 곳은, 지금도 여전히 이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깔을 담백하고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케이분샤는 정제되고 세련된 매력을 담은 곳은 아니다. 이 곳의 서가는 마치 학창시절 정리되지 않은 나의 방을 보는 듯, 조금은 어지럽고 산만했다.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내 작은방이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건 내가 정해놓은 규칙 속에서 나만이 알고있는 방식으로 정리가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인데, 누군가에게는 산만해 보이는 공간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 어느 곳 보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다.

 

어떤 사람은 작은 동네 서점 하나 보려고 굳이 관광지도 아닌 곳에 가야하나 망설이고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은 이 소박한 마을과 작은 서점에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느릿한 감성과 정돈되지 않은 투박함,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책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치조지와 이 곳의 작은 서점 케이분샤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그만의 매력과 멋이 가득한 케이분샤. 일본어를 읽을 줄 몰라도 좋다. 바스락 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촉감과 소리,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이 멋진 공간과 어우러져 당신의 하루, 당신의 여행, 당신의 인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교토,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어버린 이치조지 케이분샤. 어쩌면, 아마도, 아니 분명히, 나의 다음 교토 여행에도 함께할 이 작은 서점을 사랑한다.

글/사진 : 방규선 여행칼럼니스트/여행레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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