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박철민 칼럼니스트) 마치 농밀한 사이처럼 별들에게 귀엣말을 속삭이며 슬쩍 그미의 어깨에 음란한 손길을 얹어보기도 하고, 가슴을 넘보기도 할 수 있는 허락된 장소를 우리는 산이라고 부릅니다. 운악산을 슬슬 넘고 계룡산을 힘들게 넘으면서 숙소로 가는 도중에 대화를 주고받던 많은 별들과, 나의 짓궂은 농담에도 유연한 미소로 답하며 자연스런 미소로 화답해주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사나무인 갈참나무에게도 매력적인 인사를 전합니다.

엊그제 정신줄 놓고 제사지낸 酒廳에는 겨울비가 하염없이 내렸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분분히 아름답게 내려주시던 비구름들과 동행하던 일상이 다음 날의 산행이 되었지요. 힘든 탓일 겁니다. 걷는 것이 마치 일상에 번진 빨간 열꽃처럼 힘겹게 다가왔습니다. 두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진즉부터 무겁게 느껴지던 배낭의 무게에도 짓눌리는 나의 부실한 건강이 확인되는 순간 나는 이미 외계인의 팔다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행의 마지막을 동행하던 저 참혹하게 아름다운 별들과의 정다운 대화와 행복한 미소에는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친절에 일일이 답례하기에는 오늘 나의 하루가 너무 고달팠지요. 왜 너는 너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항상 횡단하는가? 서둘러 숙소를 찾아가는 밤길이 유려한 푸른빛으로 채색되는 깊은 밤, 문득 살고 싶다는 자각에 부르르 몸을 떠는 것을 보니 나도 사람이었습니다.

느닷없이 계룡산 면벽수도를 하기는 했지만 나는 예전 그대로의 나입니다. 달라졌다면 점점 숨이 벅차다는 생물학적 변화를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숙명적인 세월의 흐름과 빈약한 세계에 대한 고뇌가 개미허리만큼 생겨났을 뿐이지요. 그러나 더 깊어지고, 더 재미있어지고, 따르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지인들도 더 많아지고, 따스한 가슴을 가진 분들과의 아름다운 조우도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착각은 물론 금물로 알고 그럭저럭 삽니다.

여전히 배는 고프고, 면벽수도 하루 만에 참으로 많은 화두가 대뇌피질 사이를 분주히 들락거렸지요. 그러나 결론은 역시 버킹검이고, 역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겠더군요. 하산하면서 생각해보니 아, 글쎄 더 열심히, 더 신실하게 살아봐야겠다는 평범하여 웃기지도 않은 당위가 또 대뇌피질을 박차고 나오네요, 세상 참으로 싱겁고 심심하고 징그러운 곳입니다. 그래도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곳이지요. 추워요. 그러니 산은 어떻겠습니까. 하여 하루 더 술 푸고 가라는 세종시 智人의 친절은 고맙게 등짝에 아로새기고, 다시 일상의 정글 속으로 투항합니다.
어서 가서 새롭게 아르바이트도 구해야 하거든요.

글:박철민 작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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