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3] 아사히카와의 ‘돈코츠 쇼유라멘’

(여행레저신문=장범석 기자)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旭川)의 돈코츠 쇼유(醤油)라멘은 삿포로의 미소라멘, 하코다테의 시오라멘과 더불어 홋카이도 3대 라멘으로 꼽힌다. 이 지방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어패류 스프와 돈코츠 스프를 혼합한 ‘W(더블)스프’를 사용하는 점이다.

W스프는 동물계(돼지·닭 뼈)와 어패류계(다시마·멸치 등)의 두 스프를 따로 만들어 브랜딩 한다. 돈코츠 특유의 역겨운 냄새를 중화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함이다. 아사히카와대학 경제학부 스터디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시내 라멘집 65% 이상이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도 많이 보급되었지만, 개발 당시는 스프의 상식을 깨는 획기적 아이디어였다. W스프는 1947년 거의 같은 시기에 오픈한 ‘하치야(蜂屋)’와 ‘아오바(青葉)’ 두 점포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카와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도시다. 바다와는 꽤 거리가 있지만, 예로부터 홋카이도 각지의 해산물이 집결하는 물류의 중심지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돈업이 발달해 W스프가 태어나기 적합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돼지 뼈를 고아 먹는 원주민 아이누 식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새로운 스프가 등장할 즈음 면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현지 제면업체가 가수율(수분함량) 낮은 ‘지지레(꼬불꼬불)면’을 개발한 것이다. 면의 가수율이 낮으면 원료가 많이 들어가지만 스프가 잘 스며들어 식감이 향상되는 이점이 있다. 일반 면의 가수율이 34~40%인데 비해 아사히카와 면은 26~30%다. 이로써 아사히카와 라멘은 토쿄나 삿포로 라멘의 아류에서 벗어나 독자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1996년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 근처에 외지 관광객을 위한 ‘라멘 촌(村)’이 들어서고, 삿포로와 요코하마의 라멘박물관에 진출해 인기를 끈다. 아사히카와시에서도 전국 단위 홍보에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1997년 아사히카와 라멘 붐이 일어난다. 2001년에는 차세대에 전승할 홋카이도 유산의 하나로 지정되었다.

아사히카와는 눈이 많이 내리고 한 겨울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 추운지방 라멘이 그러하듯 아사히카와에서도 스프 위에 라드(돼지고기 식용지방)를 띄운다. 그렇지만 맛이 느끼하지는 않다. 쌉쌀한 향이 나도록 마유(マ-油, 마늘기름) 등을 사용해 미리 볶아 두기 때문이다.

사진: 아사히카와 쇼유라멘, 출처: 아사히카와 시청 관광과

아사히카와에는 라멘집이 많다. 인구 34만에 라멘집이 200곳 이상이나 된다. 인구대비 점포수 비율이 전국 800개 도시 중 3위다. 종류 또한 다양하다. 물론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돈코츠 쇼유라멘이지만, 매운 돈코츠 스타일로 변형한 미소라멘도 마니아가 많다. 그밖에도 돈가스를 올린 ‘돈가스라멘’, 배추・목이버섯・인삼・양파・숙주를 볶아 올리는 ‘야채라멘’, 단출하게 파 하나만 올리는 ‘가케라멘’도 아사히카와에서 맛 볼 수 있는 별미들이다.

사진: 아사히카와 ‘호루멘, 출처: 쇼유호루멘클럽 홈페이지

2012년에는 토핑으로 챠슈 대신 곱창을 올리는 ‘호루멘’이 등장했다. 이전에도 곱창을 올리는 라멘이 있었지만 특유의 냄새와 질긴 식감 때문에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마늘로 냄새를 억제하고 육질을 개선한 조리법이 개발되자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호루멘’은 현재 ‘아사히카와 쇼유 호루멘 클럽’이라는 단체가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데, 시내 5곳에 전문점을 두고 있다. 이들 점포에서 라면 용기를 빨간 색으로 통일해 호루멘 있다. 한편으로는 대형 편의점그룹 로슨과 협업을 통해 호루멘을 컵라면으로 개발해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라면집, 특히 아사히카와 등지에서 간장을 의미하는 ‘醤油(쇼유)’를 ‘正油’로 표기하는 점포가 많다. ‘正’은 ‘醤’과 발음이 같고 획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른 표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