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12] 도쿄의 ‘라멘지로’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50대 음식, 양 많고 야채와 마늘 토핑이 무료

라멘지로의 라멘 대(大), 출처 : tabelog.com

(여행레저신문=장범석 기자) 도쿄 미나토(港)구 게이오대학 미타(三田)캠퍼스 부근에 위치한 라멘지로는 돈코츠 베이스의 쇼유라멘 한 가지만 판다. 투박한 간판, 카운터형 좌석, 셀프서비스 등 어디를 둘러 봐도 격조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하지만 맛을 한 번 보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라멘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영국 가디언지는 ‘먹어봐야 할 세계 50대 음식’으로 「라멘지로(ラーメン二郎)」의 쇼유라멘을 꼽았다.

이곳 라멘은 양에 따라 ‘라멘 소(쇼)’와 ‘라멘 대(다이)’ 두 가지로 구분된다. 중이나 보통(나미), 곱빼기(특대) 등이 없다. 보통 사람은 소 한 그릇으로 충분하다. 소가 일반 라멘집의 곱빼기 정도이고, 대는 곱빼기의 2배 가까이 되는 양이기 때문이다.

라멘지로의 라멘 소(小), 출처 : 일본판 위키피디아 일본

줄에서 기다리다 차례가 오면, 자판기에서 구입한 식권을 내고 자리에 앉으면 된다. 이 때 면의 경도와 국물의 농도를 전달한다. 주문한 라멘이 완성될 무렵 야채토핑의 양을 늘리거나 다진 마늘을 얹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라멘지로에서는 야채(야사이)와 마늘(닌니쿠), 돼지지방(아브라), 매운양념(가라메) 토핑은 무료로 제공된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주문과정은 ‘지로리안(라멘지로의 광 팬)’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초심자 매뉴얼을 익혀두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매뉴얼에는 줄서기-식권구입-자리 앉기-주문하기-먹기-뒷마무리 순으로 행동요령이 잘 정리돼 있다.

라멘지로에서는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야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자칫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남긴다면 옆 사람으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다. 국물은 숟가락이 따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그릇째 들고 마셔야 한다.

다 먹은 후에는 식기를 반납하고 본인이 먹은 자리를 행주로 훔치고 나오는 것이 룰이다. 입 닦는 화장지도 따로 준비돼 있지 않다. 주인과 직원은 오직 라멘을 만들기에 열중할 뿐 손님을 배웅하는 일에는 무심한 편이다. 그래도 고객들은 이곳의 라멘 한 그릇을 위해 30분 정도는 불평 없이 기다린다.

라멘지로 미타본점, 출처 : 라멘지로PC점

2019년 11월 라멘지로 미타점의 점주이자 창업자인 야마다(山田, 78세)가 게이오의숙 ‘특선숙원(특별회원)’에 선출되었다. 게이오대학 OB의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야마다씨는 1968년 도쿄 메구로(目黒)에서 라멘지로를 처음 창업한 70년대 초반 게이오대학 근처로 이전해 50년 가깝게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라멘지로는 현재 도쿄와 수도권 등에 약 40개의 점포가 있다. 모든 점포는 체인점 형태가 아닌, ※노렌와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렌와게(暖簾分け) : 유명한 상가(商家)에서 장기간 수행한 종업원(제자)에게 상호와 거래처를 나눠주고 독립시키는 제도>. 미타 본점 이외 점포에서는 쇼유, 시오, 쯔케멘 등도 제공한다. 맥주를 파는 곳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수행과정 없이 라멘지로의 맛과 외관을 임의로 흉내 내는 곳도 있는데, 이러한 점포는 ‘인스파이어(inspire)’계열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