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24] 돈코츠의 원조 ‘구루메 라멘’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 시간조절 실패로 태어난 돈코츠 스프

JR쿠루메역 앞 톤코츠발상지 기념물, 출처 : www.tabirai.net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후쿠오카현 남쪽에 위치한 구루메(久留米)가 돈코츠라멘의 발상지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 하카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구루메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루메에서 시작된 돈코츠 라멘은 하카타 외에도 큐슈의 대부분 지역, 멀리는 야마구치(山口)현까지 영향을 끼쳤다.

구루메 라멘은 1937년 니시테츠(西鉄) 구루메역 앞 야타이(포장마차) ‘난킨센료(南京千両)’에서 역사가 시작된다. 개발자는 나가사키현 출신의 미야모토(宮本). 개업에 앞서 그는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쥬카소바(라멘) 조리법을 익혀놓고 있었다. 그가 처음 만들어낸 스프는 지금처럼 탁한 유백색이 아니라 중국풍의 투명한 형태였다.

‘난킨센료’의 쿠루메라멘, 출처 : 쿠루메시 상공회의소

요즘처럼 진한 바이탕(白湯)스프는 그로부터 10년 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다. 산큐(三九)라는 야타이를 운영하던 스기노(杉野)라는 점주가 잠시 외출한 사이, 모친이 돼지 뼈를 너무 오래 삶아 색깔이 진하게 나왔다. 실패한 다시(국물)에서 색다른 맛을 발견한 스기노는 이것을 이용해 새로운 스프를 만들어 낸다. 이 스프가 구마모토・오이타・기타큐슈・미야자키 등으로 퍼지게 되었고, 곧 규슈지방 돈코츠의 정형으로 자리 잡는다. 다시를 낼 때 화력이나 시간조절 실패로 새로운 스프가 탄생했다는 비화는 다른 지역에도 종종 등장하는 일화다.

미야모토와 스기노는 교분이 두터워 산큐라는 점포 이름도 미야모토가 작명해 주었다고 한다. ‘산큐’는 영어 ‘thank(감사)’의 일본식 발음이다. 구루메 노나카마치(野中町)에 위치한 난킨센료 본가는 지금도 미야모토의 며느리와 손자가 손님을 맞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스프는 진해졌어도, 면은 창업 때부터 쓰던 자가제 지지레(꼬불)면을 고집한다.

구루메 라멘은 하카타 라멘과 외관이 유사해 보이지만 구성요소에 차이가 있다. 우선 스프의 농도가 하카타에 비해 진하고 냄새가 강하다. 두 지역 모두 직선 면이 주류를 이루는데 구루메 쪽이 약간 굵은 편이다. 무엇보다 하카타의 ‘가에다마(면추가) 시스템이 쿠루메에는 없다. 토핑은 챠슈, 와케기(파), 목이버섯 등 큰 차이가 없지만, 구루메는 김이 추가로 올라간다.

최근 ‘난킨센료’의 모습, 출처 : www.nankinsenryou.jp

여기에서 잠깐 일본인의 라멘 선호도를 살펴보자. 마케팅 업체 (주)바루쿠(www.vlcank.com)의 2012년 2월 조사에 의하면, 지역・성별・연령과 상관없이 일본인 94%가 라멘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라멘은 쇼유 27.6%, 미소 19.5%, 톤코츠 19.4%, 시오 11.8% 순이었다. 이들 4종이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탄탄멘・어패류 쇼유・미소 톤코츠・츠케멘 등 소수파가 뒤를 잇는다. 또한 TOKYO FM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톤코츠25.0%, 미소24.2%, 쇼유22.3%, 시오18.4%로 선호도 순위가 바뀐다. 결국 소유・미소・톤코츠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세력이 팽팽하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크게 다르다. 2013년 1월 Yahoo Japan이 세계 44개국 라멘 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톤코츠가 50% 가까운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에게는 돈코츠가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