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여행하는 방법은 많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보지못한 세계가 많듯,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한 여행의 방법 또한 많다.

 

여행이 그리워, 새로운 여행을 만나다!

 

두달 전쯤인가. 여행이 몹시 그리웠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라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행관련 서적을 파는 여행책방을 검색해보니 중랑구 망우리쪽에 ‘바람길’이라는 여행책방이 있었다. 바로 가보았다.

나의 예상과는 조금 벗어난듯 ‘바람길’은 겉에서 보기엔 작은 커피샵같은 곳이었으나 들어가보니 여행을 좋아하는 중년의 여사장님이 여행관련 독립출판까지 겸하고 있는 아담한 여행책방이었다.

커피한잔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열된 책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몇권의 여행책을 여행하듯 띄엄띄엄 들춰보고 있는데 그중에서 크기는 좀 작지만 매우 두꺼운 한권의 여행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윤경섭이라는 20대 청년의 워크어웨이 여행기

 

‘해마다 떠났어. 반겨줄 곳이 있으니까’라는 다소 긴 제목에 워크 어웨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방법으로 20대 초반에 1년동안 세계 8개국을 여행한 윤경섭이라는 청년이 쓴 여행기였다.

나는 그동안 여행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은 워킹홀리데이나 우프(WWOOF) 정도밖에는 알지 못했는데 ‘워크 어웨이’라니. 세상엔 이런 여행방법도 있구나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한 챕터를 읽었다. 그리곤 한권을 사가지고 나왔다.

워크 어웨이를 아십니까?

 

워크어웨이라는 여행의 방법은 워크어웨이 사이트에 가입한 전세계의 회원들이 여행자는 하루 5시간 정도의 노동을 제공하고, 호스트는 그에 따른 보상으로 숙박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여행의 방법이다.

윤경섭이란 작가는 유럽과 미국, 중남미 8개국을 한 나라에 약 2주씩 머무르면서 농사일, 가축 돌보는 일, 한글 가르치기,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일주일에 5일동안 하루 5시간 정도의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그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생생하게 여행기로 적어 놓았다.

일반적인 여행기는 그 도시와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 관광지에 관한 것을 적어놓는게 대부분인데 이 책은 2주동안 그 나라 사람들, 특히 농촌의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생활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니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진짜 목적이 이런게 아닐까. 유명 관광지의 멋진 광경은 이미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수도없이 봐왔고 요즘은 블로그나 포스트 같은 곳에 그런 여행기는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워크어웨이 홈페이지

눈으로 하는 여행, 마음으로 하는 여행

 

유명관광지의 일류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보고 오는 ‘눈으로하는 여행’보다는 이와 같이 그 나라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그 나라,  그 지역의 속살을 여실히 경험하는 이런 ‘마음으로 하는여행’이야말로 우리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려는 진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배낭속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몸으로 직접 풀어가려는 용기 말이다.

이제 내년 상반기가 끝나면 다시 우리에게 여행시대가 돌아올 것이다. 다시 맞게될 그 소중한 여행시대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배낭에 그 호기심과 용기를 가득 담고 세계의 속살을 경험하고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워크어웨이를 포함, 지구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해본다.

 

세계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들

 

1. 워크어웨이(Workaway) : www.workaway.info

워크어웨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세계의 회원들이 단기간의 노동과 숙박(또는 숙박만)을 교환하는 방식의 여행방법이다. 여행자는 보통 하루 5시간, 일주일에 5일을 일하고 호스트는 숙박과 식사를 제공한다. 여행자는 과외의 시간이나 주말에 주변을 여행하며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워크어웨이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고 이메일을 통해 가고싶은 지역의 호스트에게 이메일을 보내 매칭하는 방식으로 호스트와의 예약이 이루어진다.

<워크어웨이 참고 여행기: 윤경섭 ‘해마다 떠났어. 반겨줄 곳이 있으니까’>

 

2. 헬프엑스(Helpx) :  www.helpx.net

헬프엑스는 요리, 아이와 놀아주기, 애완동물 돌보기 등 단기간의 일손을 도와주면서 남은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여행하는 방식으로 워크어웨이와 비슷하다. 여행지의 숙식이 해결되기 때문에 여행경비가 훨씬 저렴하게 들고, 여행지에서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여행방법이다.

<헬프엑스 참고 여행기: 김소담의 ‘모모야 어디가?’>

 

3. 우프(WWOOF) : www.wwoof.org

‘땅을 소유하지 않는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을 슬로건으로 하는 WWOOF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된 여행방법이다. 하루에 4~6시간 일을 하고 숙식을 제공받는다. 노동의 대가나 숙식의 대가로 돈이 거래되지 않는 것은 워크어웨이, 헬프엑스와 비슷하나,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다르다. 여행자는 우퍼라고 하고 유기농 친환경농가가 호스트가 된다.

<우프 참고 여행기: 종합재미상사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우프 프랑스 홈페이지
4. 오페어(Au Pair) : www.iapa.org

오페어(프랑스어: au pair, 동등하게)는 외국인 가정에서 일정한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대가로 숙식과 일정량의 급여를 받고, 자유시간에는 어학공부를 하며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일종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워킹홀리데이와 달리 일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고, 외국인 가정에 입주하여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동시에 어학공부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페어 참고 여행기: 양호연 ‘오페어로 해외 1년 살아보기’>

 

5. 워크캠프 : www.workcamp.org

워크캠프는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프랑스 마을을 복구하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 모인 청년들의 사회참여 활동으로부터 시작된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다. 다국적 참가자 10~15명의 사람들이 2~3주간 함께 생활하며 환경, 사회복지, 교육, 문화예술, 세계유산, 동물보호, 건축 등 특정 주제의 봉사활동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수행한다. 현재는 UNESCO 본부에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자원봉사위원회(CCIVS)’ 소속 기관들이 매년 80개 국가에서 약 3,300개의 워크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5만 명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워크캠프 참고 여행기: 박설미 ‘달콤살벌한 유럽여행 워크캠프’>

 

6. 카우치서핑 : www.couchsurfing.org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잠잘 만한 ‘소파(couch)’를 ‘옮겨 다니는 일(surfing)’을 뜻하는 여행자 네트워크로, 2004년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터넷과 페이스북을 통해 운영되며, 세계 10만여 도시에 약 600만명의 회원을 갖고있다.  ‘숙소 교환’이 아니라, A는 B를, B는 C를, C~Z 중 누군가는 다시 A를 재워주는 식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무료 숙소 품앗이’다. 여행을 원하는 ‘서퍼(surfer)가 목적지 회원들에게 ‘호스트(host)’ 요청을 하면, 호스트는 자기소개서를 보고 교류하고 싶은 기술 · 지식 · 경험 등을 가진 서퍼를 선택, 숙박을 제공한다.

<카우치서핑 참고 여행기: 박건우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어떤 여행의 방법이든 좋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다시 그 세계가 이웃이 되는 그 날이 빨리 돌아왔으면—. 그리고 마스크를 훌훌 벗어 버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지구촌 사람들이 마음의 속살을 마음껏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여행시대가 빨리 돌아왔으면—.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現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