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시장이 취임하였다. 불과 1년밖에 남지않은 보궐선거 임기를 생각하면 과연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되지만, 박원순시장 재임시절 벌여놓은 일들에 대해 워낙 맘에들지 않은 일이 많은지 이것저것 손대고 싶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원순시장의 자살 후,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장권한대행 시절에도 국가대표광장인 광화문광장 공사를 시작하는 첫삽을 떴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세훈시장이 마음에 안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원순시장 재임시절인 2015년 10월에 선포한 서울의 아이덴티티인 ‘I Seoul You’인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의 철학을 담은 새로운 도시 슬로건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오세훈시장이 고민하고있는 도시슬로건이라는 것이 ‘I Seoul You’라는 서울의 아이덴티티가 아니길 빈다. 그저 박원순시장 시절의 ‘희망 서울’, ‘함께 서울’과 같은 시장의 시정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 슬로건이기를 바란다.
서울의 도시아이덴티티는 4년짜리 시장의 사유물이 아니다.
아이덴티티란 정체성이다. 민주주의사회에서 4년마다 선거에 의해 바뀌는 시장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 도시, 즉 서울이 갖고있는 수천년 동안의 정체성, 그리고 서울이 가꾸어가야할 앞으로 수백년동안의 정체성을 말한다. 이러한 서울의 정체성에 대해 어찌 이명박, 박원순, 오세훈, 4년 임기의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러나 보궐선거 남은 임기를 채울 오세훈시장의 입장이 아니라 만약 새로운 시장이 들어선다면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 ‘I Seoul You’라는 서울의 아이덴티티는 다시 생각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I Seoul You’라는 서울의 아이덴티티는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너무나 분명한 결격사유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도시 아이덴티티의 핵심 두가지, 주체성과 목표점
정체성에 대한 핵심은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주체성의 문제다. 남이 보는 나(Me)에 대한 정체성과 내가 느끼는 나(I)의 정체성이 대략 비슷하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여기에 Gap이 발생한다면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켜 아이덴티티의 통일화작업이 필요하다.
서울을 예로 들면 지금 서울시민이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와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바라본 서울의 이미지가 같을까. 외국인들의 눈에는 규모면에서나, 도시외관적인 측면에서 아시아권의 하나의 도시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이 생각하는 서울은 무척이나 자랑스럽지 않은가. 반만년 역사의 대한민국의 수도, 대한민국 제 1의 도시, 한류문화의 거점도시 등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여기에서 커다란 Gap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Gap을 ‘I Seoul You’라는 도시 아이덴티티가 메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한다. ‘나는 너를 Seoul한다’라는 의미의 ‘I Seoul You’ 뿐 아니라 이것도 전달이 어려워 부제로 붙여놓은 ‘나와 너의 서울’이라고 하더라도 이 갭은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서울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도쿄, 오사까 등 아시아의 대도시들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있는 이때 과연 ‘I Seoul You’라는 서울의 아이덴티티가 이 갭을 메울 수 있을까 말이다.
둘째, 아이덴티티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아이덴티티가 갖고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직시하고(As Is) 향후 아이덴티티 통일화 작업을 통해 갖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점이 있어야 한다(To Be)
그렇다면 ‘I Seoul You’가 베이징, 도쿄, 싱가폴 등 아시아의 경쟁도시들과 대비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To Be 이미지는 무엇일까. ‘나와 너의 서울’, ‘나는 너를 Seoul한다’에서 서울 대신 베이징이나 도쿄를 대체해본다면 ‘나와 너의 베이징’, ‘나는 너를 싱가폴한다’가 될 것이다. 즉, 아무런 유니크니스가 없다는 이야기다.
정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서울은 이미 10여년전 오세훈 시장 때 ‘하이서울’과 ‘Soul of Asia’라는 슬로건을 병행해서 쓴 적이 있다. 나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서울’, ‘I Seoul You’ 다 버리고 ‘Soul of Asia’만큼 서울스러운 아이덴티티가 또 어디 있을까.
도시의 아이덴티티는 가급적 그 도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유니크니스가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도시 아이덴티티인 ‘I Amsterdam’이 그것이다. 그것처럼 ‘Soul’과 ‘Seoul’이 주는 라임의 아이디어만한게 어디 있는가 말이다. 실로 서울이 가질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자산이니 말이다.
또한 그 의미에 있어서도 싱가폴, 베이징, 도쿄 등 아시아의 경쟁도시에 비해 서울이 진정 장기적 관점에서 ‘Soul of Asia’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만 있다면 서울이 추구해야할 ‘To Be’이미지로 이만큼 좋은 아이덴티티가 있을까. 그야말로 아시아의 대표도시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Soul of Asia’가 서울이 가져가야할 유일무이한 아이덴티티라 하더라도 지금 1년짜리 임기인 오세훈시장 때 할 일은 아니다. 1년 후, 새 서울시장이 뽑히고 정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시민들의 동의와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가장 정확한 아이덴티티, 그래서 시장이 아무리 바뀌어도 바꿀 수 없는 서울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Soul of Asia’로 믿고 있지만 —.
‘Me Me We 강남’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얼마전부터는 ‘I Seoul You’보다 더 애매모호한 슬로건을 강남구에서 또 내세워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Me Me We, 강남’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뜻을 알 수 없는 슬로건을 강남구의 아이덴티티라 우기고 있으니 참 ‘I Seoul You’보다도 더 딱한 일이다.
너무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Me Me We 강남‘을 ’나, 너, 우리‘라고 해석해 놓았다. ’Me Me We 강남‘이 ’나, 너, 우리’라면 굳이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부제를 단 ‘I Seoul You’하고 무엇이 다를까. 참 한심한 일이다.
아이덴티티란 내가 남을 설득하기보다 남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하고 그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해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인들은 서울이나 강남구를 오면서 새로운 슬로건을 배우러 온 것도 아니고 새로운 영어단어를 깨우치려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이덴티티만 있으면 됐지, 서울을 구성하는 25개 자치구마다 아이덴티티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의 세금낭비이다. 그 어떤 세계인이 서울을 방문하지 않고 강남구를 먼저 방문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아이덴티티만 헷갈리게 할 뿐이다.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은 역사라는 계주를 뛰는 선수일 뿐
지금까지 ‘I Seoul You’를 홍보하는데 21억 이상의 세금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직접적인 경비이고 간접적인 경비는 그 몇 배에 달할 것이다. 또한 ‘Me Me We 강남’을 홍보하는데도 20억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참 강남구민이 불쌍하고, 서울시민이 불쌍할 뿐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서울시장, 아니 구청장 등 모든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은 오바마가 8년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후 세상에 던진 이 한마디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대통령은 역사라는 계주를 뛰는 단 한 명의 대표선수일 뿐이다’라는-.
그러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 한푼을 쓰는데 있어서 하염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現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