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상이야기] 대추야자를 수입해 볼까나?

아부다비의 대추야자 선물 코너

ㅡ 대추야자를 수입할까? ㅡ

최근 어느 지인과 얘기를 하는 도중 상대방이 내게 대추야자를 자랑했다. 중동에서 살다가 온 사업가이다. 대추야자 나무 사진도 보내오면서 ‘야자대추’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대추야자를 전혀 모르는 줄 알고 있었나 보다. 관련 글을 여러 번 썼고 대추야자의 역사, 문화, 각 나라별 특성 등을 줄줄이 꿰며 강의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의외로 한국인 중 대추야자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해외에 살아본 적 없거나 중동 지방이나 아랍 지역을 가본 적 없는 이들은 더 모른다. 한국에도 대추야자가 수입되곤 한다. 품질이 좋은 것도 있지만 너무 비싼 편이다.

어떤 것은 현지인들이 버리거나 동물 사료로 주는 정도의 하급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판다. 그것도 자신의 나라에 대추야자 나무가 별로 없는 곳 출신들이다. 대다수 한국인이 대추야자의 품질을 잘 모르자 장사꾼 노릇만 하는 경우이다. 아부다비의 공항이나 실제 대추야자가 생산되는 나라에 가보면 품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 그야말로 꿀보다 더 달다.

카이로 호텔의 대추야자 생과

대추야자는 종류가 다양하고 크기, 모양, 색깔이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중동이나 아랍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과일이다. 성경에도 50번 이상 언급되었다. 오늘날의 요르단 땅 태생인 성모마리아도, 그녀의 아들로 예루살렘에서 탄생한 예수도 대추야자를 먹었다. 성경에도 나오고 코란에도 나온다. 대추야자는 간식이기도 하고 전투 식량이었으며 육상 실크로드 시대나 해양 실크로드 시대에는 비상 식량이기도 했다.

주로 말린 대추야자가 판매된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생과도 판다.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뷔페 식당에서 대추야자 생과를 준비해 두는데 맛이 사과와 대추를 섞어놓은 듯하다. 말린 대추야자 열매는 과육이 동북아의 곶감과 비슷하나 당도가 훨씬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검은색 대추야자가 고급이다

중동의 대추야자가 나무 높은 곳에서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은 정말로 신기하다. 키가 큰 종류는 30m까지 자라기도 하고, 대부분의 수명은 백 년 정도 된다. 나라별 수확철 풍경도 장관이다. 대추야자를 거대한 기구로 한꺼번에 훑어낸다. 그리고 콩타작을 마친 농부처럼 햇볕에 서서히 말린다. 강한 햇살 덕분인지 잘 말라서 곶감처럼 된다. 당도가 높아 한꺼번에 3개 이상 먹지 말아야 한다. 중동 사람들은 대추야자를 홀수로 먹는다. 1개나 3개 그런 식이다.

성경 속 종려나무도 대추야자 나무의 일종이다. 사막에 특화된 수종이며 오아시스 근처에 대추야자 나무가 반드시 있다. 가끔 예전에 번역된 한국 책에 야자수로 표기된 것이 있는데 명백한 오류이다. 야자수도 더운 지방 작물이지만 열대성 스콜이 내리는 등 반드시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며, 대추야자 나무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야자수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해서 사막 기후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대추를 한국의 전통혼례나 폐백 때 쓰는 이유는 자손의 번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중동의 대추야자도 다산을 상징하는데 1그루당 많게 100kg나 생산된다. 그들은 ‘생명의 나무’로 여긴다. 사탕수수가 중동에 전래되기 전 대추야자 엑기스를 수천년 동안 꿀이나 설탕처럼 사용했다. 그만큼 당도가 높다.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가 특별히 좋아한다는 대추야자, 각종 영양분이 다양하고 항암성분도 있으며 혈관에도 좋다. 다만 신장 투석을 하는 이들은 다른 과일을 피해야 하듯 대추야자도 눈으로만 먹어야 한다.

아랍의 산모가 아이를 낳으러 들어갈 때 대추야자 3개를 먹는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나서 또 3개를 먹는다. 에너지를 얻고 당분도 섭취하며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까닭이다. 라마단 기간에도 낮에 금식을 한 뒤 해가 지면 식사를 하기 전 대추야자를 먹어 위액이 분비되도록 한다. 중동에서는 모든 파티나 손님 접대 또는 선물로도 대량 소비되는 대표적인 과일이 대추야자이다. 중동은 물을 많이 먹는 수박은 덜 생산되는 편이다.

중동 오만의 대추야자

대기업들이 대추야자를 수입해 여러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다. 아직은 비싼 편이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음식’에 들어가는 대추야자, 할머니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 세대 중 대추야자를 먹어본 이들이 드물다. 21세기이고 해외 여행이 자유화 된 지 30년도 훨씬 더 지났다. 하지만 한국인 중 대추야자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부모님도 대추야자를 몰랐고 살아 생전 단 한 알도 드셔 보지 못했다. 

대략 10년 전 나의 요르단 친구가 대추야자 최상급을 항공편으로 보내왔다. 50kg였던 것 같다. 가장 먼저 집안의 연세 많은 어른들께 택배로 보내드렸다. 사촌들에게 보내주니 신기해 했다. “잘 말린 곶감처럼 식감이 좋고 꿀맛”이라며 극찬했다. 부모님도 살아계셨으면 중동산 중 최고급인 대추야자 맛을 보여드렸을 텐데 아쉬웠다. 그분들은 고생만 하다가 그런 신기한 과일이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세상을 떠나셨다.

과일별 관세를 알아봐야겠다. 사실 정부에서 줄줄 새는 세금 누수만 막아도 대추야자를 대량 수입할 수 있다. 우선 70세 이상 어르신들께 1인당 1kg씩 선물을 하면 좋겠다. 오늘날 한국을 일으켜 세운 분들께 국민이 낸 세금으로 다소나마 감사의 선물을 드리고 은혜도 갚으면 어떨까? 내가 자산가라면 통 크게 100억 원 어치쯤 수입해서 전국의 어르신들께 한턱 내겠다. 지구별에 왔다가 한평생 대추야자를 모르고 살다가 죽는 건 정말로 억울한 일이다.

대추야자가 생산되는 나라마다 현지에 지인들이 있으니 원하면 얼마든지 수입도 가능하다.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쉽게 특별한 과일을 먹어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직접 수입해 유통상에 저렴하게 넘겨주거나 온라인으로 비싸지 않게 판매하면 어떨까?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면 기존 대추야자 수입사들의 저항이 클까?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무조건 돈만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체리 이연실/ 작가 칼럼니스트
여행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