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김인철기자] 보건교육포럼 서울지부(회장 김혜진)와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회(보건위원장 백경화)는 서울시 초중고 각급학교 보건교사 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경기, 인천의 설문지를 참고해 재구성한 이 조사는 교육부의 ‘학생감염병관리조직’ 지침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코로나19 감염병 학교 대응 관련 및 환경 업무 등 실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설문조사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난 두 차례(신종플루, 메르스)의 신종 감염병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학교의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장을 반장으로 모든 학교에 감염병 관리조직을 두고 감염병에 대응하도록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2016.12.)’을 개정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는 ‘발생감시팀, 예방관리팀, 학사관리팀, 행정지원팀’ 4개의 감염병 관리조직팀을 구성하고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각각의 팀이 역할을 나눠 감염병에 대응하도록 되어 있다.
조사 결과 98.9% 학교가 코로나19 대응 조직을 구성했으나 응답자 34%만이 코로나19 대응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답했으며 현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여전히 보건교사 1인에게 감염병과 관련한 대부분 업무가 집중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발생감시팀은 생활지도 담당 부장급 교사(총괄)를 팀장으로 학년부장, 담임교사, 교과교사, 보건(담당)교사로 구성하고 감염병 (의심)환자의 신속한 파악과 밀접접촉자 파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병 발생 현황 일일보고(90%), 밀접접촉자 조사 및 안내(87%), 학생 등교 시 체온 측정(66%), 열화상 카메라 구입 설치 및 운영(70%), 나이스 학생건강자가시스템 운영(64%) 등 대부분 역할을 보건교사가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예방관리팀은 보건(담당)교사(총괄)를 팀장으로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하고 보건교육, (의심)환자/접촉자 관리, 유행 확산 방지, 보건소 등 외부기관 역학조사 시 협조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보건교사는 예방관리팀의 팀장으로 학생 및 교직원 대상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교육(99.3%), 일시적 관찰실 운영(94.7%), 유증상자 진단 및 선별진료소 안내(98.4%), 필요시 역학조사 협조(98.4%)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학사관리팀은 교무부장(총괄)을 팀장으로 교육과정부장,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하고 수업 및 출결 관리(의심)환자 이동이나 일시적 격리로 인한 교사 공백에 대한 조치(예: 수업 조정, 교실 내 학생 관리 등), 등교 중지 학생에 대한 행정 처리, 휴업/휴교나 등교 중지 시 학생들의 가정학습과 생활 관리, 학부모 대상 상황 전파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팀원도 아닌 보건교사가 등교 중지, 출결 총괄(31.5%), 휴업/휴교 등교 중지 시 가정학습 및 생활관리 안내 등(21.8%), 감염병 대응 관련 교사 공백 시 조치사항(수업 조정 등)(1.8%) 등을 담당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행정지원팀은 행정실장(총괄)을 팀장으로 행정실 직원 등으로 구성되며 역할은 위생시설 관리, 방역/소독 활동, 예산 및 행정지원이다. 설문 조사 결과 방역물품 구입, 배부 및 관련 공문처리(98.1%), 학교 시설 방역 소독(27.9%), 코로나19 대응 관련 현수막, 게시물 설치 등(56.2%)의 업무를 행정지원팀에 속하지도 않는 보건교사가 시행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유명무실한 ‘학생감염병관리조직’으로 인해 응답자 중 87.5%(49.2%가 매우 그렇다, 38.3%가 그렇다)가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업무를 하면서 업무 과부하를 심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은 것은 감염병 대응 업무 분담에 대한 명확한 지침 부재(64%), 보건교사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60.6%), 감염병 대응 업무는 모두 보건교사가 해야 한다는 관리자의 인식(54.5%) 등을 들었다. 또한 감염병 대응 관련 교육청의 지원, 상담 등 전문성 부족(32.8%),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교직원의 전반적인 협조 부족(22.1%),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보건교사의 권한 부족(20.2%) 등도 업무 수행의 어려움으로 들었다.
보건교사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은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대응 매뉴얼에서 제시된 ‘학생감염병관리조직’을 구성하고 위기 상황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현장에서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교육포럼이 상설적으로 학교에 보건부를 구성하고 부장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해 온 이유다. 이는 단위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 등에 현장과 소통하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관리 지침을 만들 수 있는 부서가 없으며 코로나19 관련은 모두 보건교사의 일이라며 공문과 업무를 배정하는 행태, 관리자의 인식 부족과 구성원들의 비협조 등의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2019년 12월 서울시의회는 교육청 보건교육전담부서 설치를 조례안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등교 개학이 시행되며 코로나19 업무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단연, 증상만으로 코로나19 의심 학생을 선별해야 하는 문제(86.5%)를 꼽았다. 보건교사들은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검진 도구인 체온계와 증상에 대한 학생 문진만으로 코로나19 의심 학생을 선별하는 것은 선별진료소 의사들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보건교사들은 이 학생들을 선별진료소로 보내기 위해 학부모와 연락하고 소통 시 비협조적인 부분(46.6%), 선별진료소로의 이송 문제(40.2%), 보건소, 지역교육청 등 유관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22.8%) 등도 코로나19 업무 중 힘든 점이라고 응답했다. 기타 자유 응답으로 적어 낸 내용 중에는 본청, 지역청에 보건 장학사를 통한 의사소통 및 의사소통 구조가 아니다 보니 학교교육과정이나 현장을 모르는 대응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 수시로 바뀌는 지침,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지침 등을 등교개학 시 업무의 어려움으로 이야기했다.
학교보건법 및 보건교육과정 고시에 따른 보건교육과정 (초등 5,6학년 이상, 중·고등학교 1개 학년 이상 연간 17시간 이상 보건교사에 의한 체계적인 보건교육 실시)이 편성되어 있는 학교는 77.3%였고, 온라인 개학을 맞아 현장에서 보건교육 실시 현황을 살펴보니 61.2%가 온라인(또는 교실) 보건수업을 실시했다고 응답했다. 보건교육은 법률에 따라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82.9%로 다른 보건 업무가 많고, 보건수업을 위한 지원 인력이 부족하며, 보건수업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그 외 보건 수업 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문제, 보건수업을 담임 수업의 업무 경감 정도로 생각하는 관리자 등의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증가, 보건수업이 명확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등을 어려움의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보건실 업무 보조 인력 지원(66%)과 온라인 및 등교 개학 시 활용할 보건교육 자료 지원(62.6%)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학교안전공제회 업무(81.9%), 미세먼지 관리 업무(57.9%), 정서행동특성검사 계획 및 1차 진행(587%), 학교시설방역(29.5%), 공기질 관리(22.8%), 정수기 수질 검사(14.3) 등 보건교사의 법적직무 인 학생보건교육과 건강과리와 관련이 없는 행정 업무나 시설 관련 업무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학교보건시스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감염병 대응 조직의 업무 구체화 및 이행 준수(52.2%)를 꼽았다. 그다음으로 감염병 대응 등 학교보건에 대한 관리자의 인식 개선(48.2%), 학교 내 학교보건 전담 부서 신설(37.1%), 거대학급 보건실 보조 인력 지원(37.1%), 교육부, 교육청의 학교보건부서 전문성 및 권한 강화, 감염병 대응 등 학교 보건 관련 교직원 직무연수 신설, 학생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보건교육과정 준수, 감염병 대응 시 보건교사의 권한 강화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백경화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하며 “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한 학교에 1명밖에 없는 보건교사들이 업무의 폭주를 홀로 견디어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진폭이 컸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감염병 하나로 변화되는 상황에서 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사방에서 공문 폭탄이 떨어졌다. 당연히 감염병을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하는데 학교는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지난 시절의 관행을 유지하며 보건교사 1인에게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몰았다. 보건교사가 방역 행정에 매몰되어 예방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피해가 걱정되었다. 가슴 아픈 일”이라고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가 겪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혜진 보건교육포럼 서울회장은 “교육부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 대응 매뉴얼’의 실질적 시행 체계가 시급하며 학교 관리자들이 ‘학생감염병관리조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발생 감시(신속한 파악 업무), 예방관리(접촉자 관리 및 예방 교육 등), 학사관리(출결, 수업 조정 등), 행정 지원(시설 관리와 물품구입, 소독 등) 등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감염병 대처를 위해 사회가 다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 학교도 감염병이 발생하면 보건교사 1인이 모두 관리하던 과거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시설 방역, 물품 방역도 필요하지만, 일상에서 학생들이 감염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스스로 참여하는 ‘참여 방역’이 시급하다”면서 “법대로 보건교육이 의무화되어 학생들에게 코로나19 증상, 대응, 공포 등에 대한 보건교육이 실시되면 혼란도 줄이고 방역도 효과적일 수 있는데 보건교사가 시설, 방역 행정의 폭탄을 맞아 감염병 예방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방역 행정은 모든 학교 구성원이 나눠 하고 보건교사는 예방 교육과 건강관리를 통해 ‘참여 방역’을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계적인 보건교육 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보건수업 시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보건 업무와 수업을 위한 2인 배치와 보조 인력 배치, 학교 보건전담 부서와 교육청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그 외 다른 문제점들도 많이 나타났다. 보건교사들이 감염병 예방 업무에만 집중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세먼지 관리, 정서행동특성검사 계획 및 1차 진행, 학교시설방역, 공기질 관리, 정수기 수질 검사, 학교 안전공제회 업무 관리까지 보조 인력 하나 없이 업무 처리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보건실 보조 인력으로 일부 학교에 배치된 방역 요원도 소독 등을 담당하지만 보건교육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보건교사협회 김지학 대표는 최근 경남, 전남 등의 시설거부 보건교사 1인 시위 등을 거론하며 “법률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고 있는 학교보건법 시행령의 보건교사 직무조항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대 교육대학원의 김대유 교수는 최근 교육청의 법정 의무교육을 면제 방침에 대해 “한마디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보건교육은 아예 외면하고 국영수 수업만 하자는 격”이라고 비판하면서 “교육청이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보건교사 1인에게 상당히 부과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마치 관료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처럼 포장해 홍보하는 등 전시 행정에 여념이 없었다. 최소한의 학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보건교사 3단체(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전교조 보건위, 보건교사회)의 협의체조차도 운영하지 않았다. 특정 단체와만 차별적으로 소통하면서 마치 전체와 소통하는 것처럼 보고하며 현장에 필요한 대책을 가리는 해당 관료들의 문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서울시교육청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무능함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