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상이야기] 사우디에서 온 대학생들과 함께

사진) 사우디아라비아 명문대 학생들과 한국 여행사 대표, 패션 사업가, 우즈벡 출신의 디자이너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우디에서 온 명문대 학생들

에쓰오일 과학문화재단에서 한ㆍ아랍 청년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오일 회사이니 사우디와의 협력 등 문화 교류의 필요성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사우디의 3개 대학에서 왔다. 수도 리야드에서 에티하드 비행기를 타고 아부다비를 거쳐 인천공항에 왔다. 국적기 에티하드는 ‘Union’이라는 뜻이다. UAE가 7개의 토호국으로 이뤄진 나라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에티하드는 중동 사람들이 선호하는 항공사이다.

대학생들은 ‘프린스술탄대학교’, ‘킹 사우디대학교’, ‘프린세스누라대학교’의 학생들이다. 사우디는 원유 덕분에 부를 이룬 나라답게 초중고대학 학비가 모두 무료이다. 심지어 자국 출신이 해외로 유학을 가더라도 학비 전액을 지원해 준다. 사우디 최초의 대학교이자 왕립대학교로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사우드대학교는 재학생이 7만 명도 넘는다. 물론 남녀공학이다.

사우디가 대표적인 왕정 국가이고 왕의 권한은 어떤 왕정국가보다도 절대적이다. 특히 수니파 무슬림의 종주국이자 메카가 있는 나라이다.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무슬림들에게 의미가 있고 특별하다. 대학교 이름도 왕이나 왕자, 공주가 들어갈 정도로 왕의 권력은 세다.
이번에 방문한 학생들은 사우디에서 명문 대학을 다니지만 국적은 다양하다. 사우디, 인도, 이집트 등 출신 국가는 다르다.

사진) 대추야자나무가 심어진 킹 사우드대학교 전경

그들은 모두 한국에 처음 왔고 많은 걸 보고 놀라워 하거나 신기해 했다. “서울 거리의 승용차가 대부분 세 개 회사 자동차이다.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의 현대, 기아, 독일의 벤츠나 BMW만 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서울 거리의 깨끗함이나 푸르른 남산도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사막이 많은 중동 사람들은 한국의 산림녹화에 감탄하고 비가 내리면 기뻐하며 흥분한다.

“수도 서울이 모든 분야 시스템을 잘 갖춘 도시여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한식 중 불고기와 잡채를 맛있어 했고 여학생은 김치를 좋아한다. 경험상 중동 사람들은 김치 종류 중에서 총각김치나 나박김치를 좋아한다. 고춧가루를 약하게 풀어 빨간빛이 감도는 물김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양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음식 문화 특성 때문이 아닐까? 개운한 느낌을 주는 한국의 물김치를 선호하는 게 이해된다.

한낮에 47도까지 올라가는 중동에서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젊은이들이 이른 아침 산책을 하거나 밤에 운동을 한다니 역시 기후도 기온도한국과 차이가 크다. 대개의 사람들은 사막이 있고 낙타가 떠오르는 사우디에도 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낙타가 눈 내린 길을 걸어가거나 눈이 하얗게 덮인 도로를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대단히 특별하게 본다. 국토가 워낙 넓어서 기후대도 다채롭다.

사우디는 남한보다 국토 면적이 20배나 넓은 나라이다. 물론 사막이 대부분이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의외로 쉽게 독립을 이룬 것은 사막 때문이었다. 가도 가도 모래만 있으니 당시에는 별로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독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석유가 발견돼 영국은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중동 중에서 특히 GCC 6개 나라는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로 경제적인 부를 누리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학생들은 모두 석유 이후의 산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보수적인 나라 사우디에서 이제는 여성들도 운전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됐다. 예전보다 많은 부분 개방이 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시대적 요청이 아닐까 싶다. 그들도 외부에 나갈 때는 국적이나 종교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옷을 입는다. 그러나 가정에서나 외국에 가서는 평상복을 즐겨 입는다.

사우디 학생들도 모디스트 패션에 관심이 컸다. 전세계 모디스트 패션 시장의 규모가 엄청난 것은 인구 덕분이다. 대략 20억 명의 시장이 있다. 그동안 한국은 할랄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산업을 일으켰고 엄청난 수익도 내고 있다. 한국이 이제라도 할랄 분야 걸음마를 시작해서 다행이다. 이태원에서 사우디 학생들과 할랄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도 나눴다. 국적은 달라도 세상을 정확히 꿰고 있는 젊은이들, 우수한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통찰력도 뛰어났다.

사진) 춘천 닭갈비는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다

‘서울클릭’ 대표와 우즈벡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사미아와도 패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한국 방문단 학생들은 튀르키예(터키), 우즈벡, 인도, 네팔 레스트랑을 방문했다. 할랄 한식이 드물어 그들은 이태원에서나 한식을 먹었다. 그러나 체류기간 내내 한식만 먹어도 다 먹지 못할 만큼 맛있고 다채로운 한식이 있지 않은가? 골고루 할랄 한식을 먹지 못하고 돌아가게 돼 안타깝다.

사진) 에쓰오일이 사우디 학생들과의 교류를 중시하고 있다

중동 사람들은 할랄 닭갈비나 생선튀김, 참치찌개, 미역국 등을 좋아한다. 사우디 출신들에게 할랄 음식이 아닌 게 문제이다. 앞으로 양국 유학생들이 자주 교류하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모른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시스템이 움직일 것이다. 한국이 관광 만년 적자 국가를 벗어나고 수출도 더 많이 하려거든 중동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

글 사진: 체리 이연실 작가 칼럼니스트 
여행레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