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관광에도 ‘예고편’ 이 있다
정부가 대만과 같이 코로나 방역 모범국과 입국 때 2주간의 격리 조치를 일시 면제하는 ‘면역여권(immunity passports)’을 발급함으로써 여행교류를 소규모로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s)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출시된지 4분만에 동이난 한국관광상품이 있어 화제다.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ezfly, 易飛網)와 항공사 타이거에어(台灣虎航)와 공동으로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이 바로 그것.
이 상품은 9월 11일 정오에 출시하자마자 4분 만에 완판을 기록함으로써 코로나 시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한국의 3대 방한관광시장인 대만의 한국관광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었다.
대만관광객 120명이 참가하는 이 상품은 최근 일부 국가에서 선보여 화제를 낳은 ‘회항 프로모션’과 유사하다. 한 마디로 목적지 없는 여행으로 9월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한 후 제주공항까지 비행기가 오지만 착륙은 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만 선회한 후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한국땅만 안밟았지 분위기 물씬나는 한국여행
상품내용으로는 탑승 전 비행기 앞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기, 기내에서 펼쳐지는 한국 놀이 체험,기내식으로는 한류 드라마로 많이 알려진 치맥세트, 그 밖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하는 제주관광 설명회, 퀴즈쇼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비록 코로나사태로 직접 한국땅을 밟지는 못하지만 제주상공을 돌면서 비행기 창문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풍광을 멀리서나마 감상함으로써 최대한 한국관광분위기를 내고 애프터코로나 시대의 한국관광 분위기를 띄우자는 예고편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고편’ 상품답게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이내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은 물론, 2000 타이완달러(한화 약 8만 원)를 추가하면 호텔 1박 숙박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본편’에 해당하는 한국여행에 대한 특전까지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사태로 거의 1년 가까이 해외여행이 금지된 상태에서 공항에서의 출국이라던지, 출입국심사대에서의 대기, 이착륙 등 여행에 관한 그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지금, 착륙만 하지 않았지 한국관광에 대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코로나 종식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보복적 소비를 한발 앞서 준비하는 상품으로서의 의미가 깊게 느껴지는 좋은 기획임에 틀림없는 아이디어였다.
한편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대만에서 열린 타이베이국제관광박람회 한국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518명의 82%는 코로나 안정화 이후 해외여행을 희망했고, 1순위 방문 희망국으로 71%가 한국을 꼽았다고 한다.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現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