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그곳, 세이셸

트래블가이드 칼럼 시리즈 4편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 불렸던,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그곳
세이셸.
CNN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꼽았던 그 곳.
영국의 찰스 황태자(현 찰스 3세)가 다이애나비와 신혼여행을 보낸 섬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그 기억은 오래된 여행 다큐멘터리의 잔상처럼 흐릿하다.

세이셸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잠시 멈칫한다.
“남태평양 쪽?”, “몰디브 근처 아냐?”, “아프리카 섬?”
지명은 기억나도 위치도, 발음도, 정체도 불확실한 이름.

그런데도 사람들은 막연히 ‘파라다이스’라 부른다.
정작 파라다이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가 가는가 – 그리고 누가 아직 가지 못하는가

세이셸은 오랫동안 신혼여행자들을 위한 섬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훨씬 더 다양한 여행자들이 섬의 하루를 채운다.

실버 허니무너들: 새로운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커플.

청춘의 장기 여행자들: 떠나는 것보다 머무는 감각을 찾는 젊은이들.

스쿠버다이버와 트레커들: 바다와 숲을 모두 품은 섬의 이중성을 경험하기 위해.

자연 중심의 웰니스 여행자들: 복잡한 스케줄이 아닌, 한숨 돌릴 여유를 찾는 사람들.

세이셸관광청은 최근 ‘배낭여행자’(Backpacker)란 표현 대신 “에코 트래블러”, “자연 감응 여행자” 같은 단어를 사용하려 한다.
그만큼 세이셸은 이제 단지 ‘휴양지’가 아니라, 자연 안에서 자신을 재정렬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멀고도 가까운 – 롱홀(Long Haul)의 아이러니
세이셸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론 멀다.
한국에서 직항은 없다.
최소 2~3회 경유해야 도착하는 롱홀(Long Haul) 목적지.
주요 경유지는 두바이, 도하(카타르),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등.
이 자체만으로도 세이셸은 ‘단기 여행지’가 아니라, 계획이 필요한 섬이 된다.

하지만 이 거리야말로 세이셸이 아직도 보존된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닿지 않기에, 쉽게 잊히지 않는 곳.
멀리 있어야 오히려 가까운 기억으로 남는 땅.

연결의 지혜 –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방법
세이셸관광청은 지금 혼자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섬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선, 함께 묶는 전략과 연합의 감각이 필요하다.

  • 두바이 2박 + 세이셸 5박 패키지
  •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파리 + 세이셸 오션뷰
  • 아프리카 동해안 섬(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과 연계 크루즈 상품
  • 럭셔리 골프 & 요가 & 요트 프로그램 연합 브랜딩

‘아름답다’는 말은 혼자 외쳐선 힘을 얻지 못한다.
함께 설계하고, 함께 연결하고, 함께 설득해야 세이셸은 다시 ‘선택받는 이름’이 된다.

세이셸관광청의 작은 불빛

지난 2년 여의 시간 동안 세이셸관광청은 한국 시장에 돌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 박람회 참가, 팸투어 진행, 콘텐츠 협업, 미디어 브리핑 등.
하지만 아직은 플랫폼에 노출되지 않은 진열대의 상품처럼,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이다.

 
“세이셸이 아름답다는 건 다들 알아요.
문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세이셸은 여전히 설명되지 못한 섬이다.
그리고 설명되지 못한 섬은, 곧 잊히는 이름이 된다.

파라다이스란 무엇인가
파라다이스는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다.
SNS에서, 미디어에서, 알고리즘에서 끊임없이 기록 가능한 풍경’이 되어야 살아남는다.

하지만 세이셸은 그 반대편에서 여전히 묵묵히 빛나고 있다.
소음보다 침묵이, 사진보다 감정이,
스피드보다 느림이 주는 울림으로.

파라다이스란,
“단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드는 기억의 구조다.”

[에필로그] 낯선 이름, 그러나 사라지지 않을 섬

세이셸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낯선 만큼 사라지지 않을 감각을 남긴다.

이 섬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고요하게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세이셸은 진짜 파라다이스로 존재하고 있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