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사의 와인스쿨 ① 와인은 어떻게 인류의 술이 되었을까

술은 인간의 기억을 담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와인은 유독 오래되고, 유독 사람 냄새가 짙다. 와인은 인류가 처음으로 마신 술이자, 가장 먼저 잊지 못한 술이다.

오늘날 와인의 시작은 대개 조지아(Georgia)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캅카스 산맥 아래, 지금으로부터 약 8,000년 전. 사람들은 포도송이를 따서 그릇에 보관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포도는 스스로 발효되었다. 그 결과 생겨난 붉고 탁한 액체, 그것이 와인의 최초 형태였다.

와인의 기원을 설명할 때, 학자들은 발효의 과학항아리의 역할을 먼저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 깊이 남는 건 언제나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다.

고대 페르시아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왕궁의 창고에 보관되던 포도 항아리 하나가 변질되었다. 상한 냄새가 났고, 거품이 일며 부패한 액체로 여겨졌다. 궁중 무희 한 명은 실연의 슬픔에 목숨을 끊으려 그 항아리의 내용물을 마셨다.

그런데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그 사실을 왕에게 알렸고, 왕은 그 술을 “생명을 되돌리는 신의 음료”라 칭하며 백성에게 마시게 했다. 와인은 그렇게 ‘슬픔의 술’에서 ‘기쁨의 술’로 태어났다.

이집트의 왕들은 포도주를 무덤에 함께 묻었고, 그리스의 디오니소스는 술과 광기의 신이 되었다. 로마의 병사들은 출정 전 와인에 빵을 적셨고, 성직자들은 미사의 피로 와인을 올렸다.

하지만 와인이 일상 속 술이 된 건 중세 수도원부터 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수도사들은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만들었다. 그들은 품종을 기록했고, 해마다 포도의 성질을 기록하며 지중해 와인의 DNA를 만들었다. 우리가 아는 ‘보르도’, ‘부르고뉴’라는 이름은 그들의 손에서 태어난 지역의 이름이었다.

이후 유럽의 식민지 확장과 함께 와인은 지구 반대편까지 퍼졌다. 스페인은 남미로,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포르투갈은 브라질로 포도나무를 가져갔다. 이제 와인은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캘리포니아에서도 자란다.

나는 몰타의 어느 저녁, 붉은 와인을 한 잔 마셨다. 햇살에 그을린 돌담과 바닷바람이 어우러진 테라스에서, 그 와인을 마시는 순간, 나는 그날의 햇빛과 오래된 사람들을 함께 마시는 기분이었다.

 

와인은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다. 와인을 마신다는 건, 잊지 못할 순간 하나를 천천히 다시 음미하는 일이다.

 
미디어원 Forecast
  • 와인은 인류가 가장 먼저 마신 술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할 술이다.
  • 8천 년 전 항아리 속에서 시작된 이 술은, 오늘날 여행자의 감정에도 여전히 머문다.
  • 다음 회차에서는 레드, 화이트, 로제의 차이와 입문자 추천 와인을 소개합니다.

미디어원 l 이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