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시코쿠(四国)지방의 도쿠시마(徳島)라멘은 1998년 신요코하마 라멘박물관에 출점하며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간센 신요코하마역 북쪽 출구에 위치한 라멘박물관에는 라멘에 관한 각종 자료뿐 아니라, 유명 라멘집이 입주해 있다. 7~8개 점포가 3개월~1년간 본고장 맛을 제공하는데, 이곳에 진출하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는 라멘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나아가 경쟁력까지 입증되면 수도권 진출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도쿠시마 라멘이 박물관에 입성할 때 내세운 슬로건이 ‘20세기 최후의 고토치(ご当地)라멘’이었다.
도쿠시마 라멘은 지역에 따라 스프가 다르다. 색상에 따라 백색・황색・다갈색 계열로 구분한다. 색깔이 진하고 날계란이 올라가는 다갈색을 도쿠시마 라멘의 전형으로 알기 쉽지만, 뿌리가 되는 것은 백색이다. 톤코츠 스타일에 가까운 백색은 일명 ‘고마츠시마(小松島)계열’이라고 한다. 현의 동부해안에 위치한 고마츠시마는 오사카 등 간사이(関西)지역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거점이 되는 항구다. 이곳에 1950년대 중반 야타이가 등장하고 ‘후타키(二木)’라는 사람이 백색 스프의 원형을 완성한다. 스프의 주재료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 뼈였다. 토쿠시마에는 식품가공 대기업 닛폰햄(Nippon Ham) 공장이 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도쿠시마 역 앞에도 야타이가 등장한다. 이들도 처음에는 백색 스프를 사용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치만야(八万屋)’ 등이 중심이 되어 닭 뼈와 야채를 이용한 스프를 고안해 낸다. 새로운 황색 스프가 탄생한 것이다. 이 계열 점포들은 주로 도쿠시마 시내에서 ‘쥬카소바’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리고 1960년대 초중반, 마침내 도쿠시마 라멘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다갈색 스프가 나온다. 이 스프는 ‘간톤(広東)’과 ‘이노타니(いのたに)’ 두 점포가 거의 동시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니쿠(삼겹살) 챠슈와 날계란이 고명으로 오르게 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다갈색 스프의 라멘을 제공하는 점포는 도쿠시마 시내와 북쪽 지역에 포진해 있다. 특히 도쿠시마시 니시다이쿠(西大工)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이노타니는 시고쿠(四国)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집이다. 항상 긴 행렬이 늘어서고, 오후 5시 폐점시간 이전에도 재료가 떨어지면 그 날 영업을 종료한다. 아베수상도 들렀다는 점포다.
도쿠시마라멘은 챠슈가 독특하다. 쇼유다레에 졸인 ‘바라니쿠(삼겹살)’를 사용하는데, 외관이 우리 불고기를 닮았다. 맛도 비슷하다. 그 밖의 토핑으로 모야시(숙주나 콩나물)가 올라가고, 옵션으로 날계란을 띄운다. 백색스프의 경우는 일반 돈코츠라멘의 챠슈와 유사하다. 또한 사이드 메뉴로 야키메시(볶음밥)나 교자(군만두) 대신 흰 밥을 제공하는 점포가 많다. 추가요금 없이 그냥 주는 곳이 많다. 도쿠시마에서는 라멘을 밥에 딸리는 국이나 반찬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면의 양은 많지 않은 편이다.
시코쿠 지방은 일본 우동의 메카이자 발신기지다. 우동의 대명사 ‘사누키’는 도쿠시마와 동쪽으로 경계를 맞댄 가가와(香川)현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라멘을 늦게 받아들인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이세이(平成) 원년(1989년)을 경계로 라멘점포 수가 우동점포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우동의 본고장에서도 라멘이 득세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