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시고쿠지방 남쪽 고치(高知)현의 명물 나베야키(鍋焼き) 라멘을 홍보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스사키(須崎) 상공회의소의 ‘프로젝트X팀’이 규정하는 나베야키라멘의 정체성은 다음과 같다.
1)스프는 산란계 뼈 다시에 쇼유 베이스일 것 2)면은 가는 직선면, 약간 딱딱하게 제공될 것 3)토핑은 산란계 고기, 파, 날계란, 지쿠와(흰 살 어묵) 등일 것 4)그릇은 뚝배기(법랑, 철 냄비)일 것 5)스프가 끓는 상태로 제공될 것 6)단무지(신 맛 나는 전통 단무지 추천)가 제공될 것 7)모든 과정에 ‘접대하는 마음’을 담을 것. 사진을 보며 읽어 내려가면 나베야키 라멘의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라멘은 1860년대 일본의 개항과 함께 요코하마나 하코다테 등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요리다. 면을 숙성시키고 돼지 뼈로 스프 내기, 챠슈 만들기, 조리법 등 라멘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베야키 라멘은 이러한 룰을 따르지 않는다.
나베야키 라멘의 매력은 닭 뼈 스프에 있다. 2년 이상 경과한 산란계의 뼈로 삶아내는 다시는 진하고 구수하다. 이 라멘이 등장한 것은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5년경이다. 개발자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다니구치(谷口)식당’이라는 곳이다. 닭 뼈를 스프재료로 심은 것은 마침 점포 앞에 생닭 집이 있어 뼈를 무상으로 가겨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은 가는 뜨거운 닭 뼈 스프와 궁합이 잘 맞는 직선면을 사용한다. 용기가 뚝배기인 것은 배달할 때 보온을 위해 특화시킨 것이다. 토핑은 돼지고기 챠슈 대신 닭고기를 사용하고, 파·지쿠와(흰살어묵)·날달걀이 올라간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던 다니구치식당은 1980년 후계자 없이 점주가 사망하자 점포를 닫는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지금도 다니구치식당의 전설적인 맛을 기억하고 있다. 2013년 나베야키라멘이 문턱 높은 신요코하마의 라멘박물관에 진출해 3개월 한정판매를 할 때도 다니구치식당 이름을 내걸었다. 지역에서 나베야키를 파는 점포들도 자신이 다니구치식당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고 내세운다.
나베야키 라멘은 스사키 시내 30여 군데에서 팔고 있다. 라멘 전문점 외에도 우동 집, 야키니쿠식당, 이자카야 등 외식업소에도 나베야키를 취급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 노포가 요코마치(横町)에 있는 하시모토(橋本)식당이다. 이 곳 메뉴는 나베야키 라멘 한 가지에 흰 밥이 전부다. 보통 라멘 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나오기 마련인 볶음밥이나 군만두가 없다. 면을 먹고 난 후 남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의 라멘은 포장용으로도 개발되어 국내와 해외에 통신판매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