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셀의 숨은 보석 라디그 섬

세이셸엔 섬 전체가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있는데 면적은 10km2, 인구는 2,000명으로  프라 슬랭 섬 동쪽에 위치하며 주민의 대부분은 라파스(La Passe) 마을과 라 레위니옹(La Réunion) 마을에 거주하는 라디그 섬이 그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휴양지로 알려지기도 한 이곳은 윌리엄 왕세손, 베컴 부부가 오붓하게 또 화려하게 휴양하는 곳이기도 하다.

해발 333m 고도의 원시림 트레킹으로 라디그 섬의 투어를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중간에 자전거를 놓고 네 데굴 산을 약 3 시간 남짓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트레킹을 했는데 다소 지치고 목이 마를 즈음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잠깐의 휴식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트레킹 코스 중간중간 고급 진 레스토랑들이 있어 인도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한 끼의 식사는 트레킹으로 지친 심신을 단번에 충전시켰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새로 국제 자연 보존 연맹에서 선정한 멸종 위기의 동물 중 하나인 검은 꼬리 깃털을 가진 토종 딱새 뵈브가 라디그 섬에 서식 중이다. 타카마카 나무를 좋아해 이곳에 서식하는데 우리는 트레킹 중 아쉽게 마주치진 못했으나 대신 세계에서 가장 큰 알다 브라 자이언트 거북이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300kg의  육중한 무게로 대략 100~200살을 살고 있는 거북이는 사람들의 손길도 마다하지 않고 고령자답게 모든 것들이 너그럽다.

라디그 섬엔 트래블러지가 선정한 세계 1위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 앙세 소스다종이 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 홀로 떨어져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 절망으로 몸부림치던 그 장면들이 바로 이곳에 펼쳐져 있다.

기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잔뜩 품은 화강암 바위들이 실로 거대하고 웅장한 자태로 해변에 즐비하다. 카약을 타고 앙세 소스 다종을 향했다. 깊지 않은 푸른 바다 위를 카악 행렬이 보트에 의지해 살랑이며 태양 아래 한참이다. 발아래로 하얀 산호초들과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잡힐 듯 스치고 지나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태양 아래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빚어 놓은 듯한 바위들이 펼쳐졌다. 거친 부분 하나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 놓은 듯한 모습은 실로 장관이다. 자연의 솜씨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다. 아니 자연의 솜씨이기 때문에 더 없이 신비로운 거겠지..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해변의 자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파도를 따라 움직이며 뛰 노는 아이와 바위 사이에 보이지 않게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마주치지 못했다면 정말 깜빡 속을 뻔했다. 무수한 시간 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은 대자연 속에선 무의미했다. 우린 그대로 원시시대에 와 있었다.

라디그 섬은 세이셸의 보석과 같은 곳이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 그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문명이 흠집을 내어 번듯하게 만들 이유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자연이 주인인 그곳. 그래서 사람들이 잠시 잠깐 그곳에서 그 아름다움에 동화되어 인간 사회로 돌아가 다시 숨 쉬고 살수 있게 한다. 그걸 힐링이라고 말하던가?^^

라디그 섬은 자전거가 일상이고 급하지 않다면 뚜벅이가 다반사인 곳. 자연과 하나 된 섬 주민들은 그런 일상에 위험요소마저 당연히 자연의 일부로 알고 사는 듯 보이지 마 우리가 흔히 보는 자전거 도로라고 생각하면 위험천만이다. 

경계가 분명하여 사람과 자전거가 분리된 도로가 아니고 자전거와 사람 그리고 가끔씩 다니는 자동차가 모두  한길로 다녀 사고 위험이 종종 있다. 게다 도로 교통법에 대한 숙지가 없는 외국인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차가 달려오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차가 먼저 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라디그 섬만의 교통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문제는 도로가 좁아 멈추어 서는 것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라디그 섬의 본연의 의지는 외국인에겐 익숙지가 않다.

그래도 여전히 세이셸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힐링의 대명사 같은 곳이다. 그 열흘 간의 시간 동안 마치 다른 차원의 우주를 다녀온 듯 경이로운 시간을 선물받았다.

꿈같은 시간은 늘 언제나 순간으로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눈을 감을 때마다 나는 여전히 세이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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