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에 감정이입 완료한 <아무도 모른다> 시청자

지난 2일 첫 방송된 SBS 월화극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 연출 이정흠)로 데뷔 후 첫 드라마 단독 주연을 맡은 김서형이 내면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김서형이 25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이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역할의 크기와 관계없이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서형을 정면으로 비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마치 ‘배우 김서형은 숙명’임을 증명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캐릭터를 성실하게 연기해내며 배우로서 인생캐릭터를 갱신해나갔고, 대중과 관계자 모두 인정하는 ‘믿보배’가 되었다. ‘아무도 모른다’가 그의 첫 단독 주연 드라마라는 사실에 ‘설마 그럴리가’, ‘왜 이제서야?’ 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김서형은 언제나처럼 배우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 열정을 불태우며 26년차 배우에게 찾아온 귀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았다.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10일 방송된 4회가 전국 9.5%, 수도권 10.2%, 순간 최고시청률 11.8%를 기록하며 ‘단독 주연 가능성’을 놓고 일각에서 제기된 의구심을 한방에 불식시켰다. 차갑고 공허한 껍질 아래 친구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 범인에 대한 분노와 집착 등 복잡한 감정을 감추고 있으면서도, 태생적으로 타고난 온기를 잃지 않은 차영진을 김서형은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그의 무미건조하고 공허한 눈빛은 사건을 파헤칠 때는 날카롭게 번뜩이지만 은호의 곁에서는 다정하게 반짝이며 타인의 아픔을 마주할 때면 눈물을 머금고 촉촉해진다. 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토록 여러 눈빛을 보이는 데도 그 모두가 차영진의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김서형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연일 ‘김서형 연기에는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모든 역할이 가능한 준비된 연기자’, ‘전작의 캐릭터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서형 믿고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 김서형’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시청자를 찾은 ‘아무도 모른다’는 장르의 독특함만큼이나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물의 외피에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얹은 신선한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새로움은 낯섦을 동반하기에 이 새로운 드라마의 귀추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시청자들은 이미 차영진 형사에 감정이입을 완료하고 그와 동행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서형이 아닌 차영진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배우 김서형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