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6] 오사카 ‘긴류(金龍) 라멘’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 간판과 용의 오브제, 김치와 밥 그리고 마늘이 공짜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오사카에 남쪽 도톤보리(道頓堀)강 주변 번화가에 위치한 킨류(金龍)라멘. 지하철 미도스지(御堂筋)선 난바(難波)역과 니혼바시(日本橋)역 500m 사이에 5개 점포가 있다. 중국풍 붉은 간판에 흰 글씨,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용의 오브제가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이곳 라멘이 유명한 것은 맛도 맛이지만 김치와 밥, 그리고 다진 마늘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소소한 반찬 하나에도 가격이 매겨 있는 일본에서 드물게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메뉴는 순한 톤코츠 라멘 한 가지. ‘챠슈멘’이라는 별도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토핑으로 올라가는 챠슈의 양이 다를 뿐 나머지는 차이가 없다. 가격은 1997년부터 20년 넘게 600엔(챠슈멘은 900엔)을 고수하고 있다. 주문할 때 고객을 망설이게 만드는 ‘오모리(곱빼기)’도 이곳에는 없다. 자판기에서 구입한 식권을 내고 잠시 기다리면 챠슈 두 쪽에 대파가 올라간 라멘이 나온다.

사진: 긴류라멘, 출처: hotpepper.jp

처음에는 어딘지 좀 허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방 카운터에 놓인 반찬을 적당히 조합하면 분위기가 금방 버라이어티 해진다. 배추김치와 니라(부추)겉절이, 그리고 다진 마늘. 그 무엇 하나 킨류라멘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반찬은 1회용 그릇에 덜어 먹어도 되지만 처음부터 국물에 풀어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즐겨도 된다. 밥통에 준비되어 있는 흰 밥은 자유롭게 퍼다 먹을 수 있다.

오사카를 가리켜 ‘천하의 부엌’이라고 한다. 세토(瀬戸)내해의 풍부한 수산물과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재로 샤브샤브, 오사카즈시, 카이세키(懐石)와 캇포(割烹)요리, 오고노미야키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많은 요리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다코야키도 오사카가 고향이다. 이렇듯 먹을 것이 넘쳐나는 오사카의 식문화를 두고 ‘구이다오레(食い倒れ)’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먹다 망하다’ 즉, 재산을 탕진할 만큼 먹을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사카에서 라멘집 만큼은 예외다. 2017년 도도부현(道都府県) 통계에 의하면, 오사카는 인구 10만 명 당 라멘 집이 13.6개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밀집도가 가장 높은 야마카타현의 1/5, 도쿄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15.5.30.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経済)신문은 그 이유를 “다시마 국물 맛에 익숙한 오사카 사람들에게 라멘 스프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우동이나 오고노미야키가 라멘의 침투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 놓는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긴류라멘이 등장했다.

사진: 긴류의 명물 부추김치, 출처: hotpepper.jp

긴류가 도톤보리 입구에 라멘점을 오픈한 것은 1982년이다. 미소·쇼유·시오가 대세이던 시절, 긴류는 돈코츠를 들고 나왔다. ‘다치구이(서서 먹음)’ 우동을 팔던 긴류가 라면으로 업종을 전환하며 선택한 종목이었다.

돈코츠라멘은 다른 라멘과 달리 토핑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끓는 물과 스프만 있으면 즉석에서 면을 삶아 5분내 서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카운터 옆에는 배추김치 등 추가 토핑을 준비해 놓고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긴류는 금세 오사카의 명물이 되었다.

킨류의 객석은 여느 라멘집에 흔히 있는 카운터 좌석이 아니다. 다타미(돗자리) 위에 놓인 2~4인용 상이다. 다만 킨류라멘의 발상지인 미도스지(御堂筋)점은 오픈 때 모습 그대로 서서 먹는 방식이다. 10명 남짓 수용하는 카운터 앞자리가 차면 그 뒤로 2~3겹 새 줄이 만들어진다. 뒷줄에서는 앞 사람 등을 보며 먹어야 한다. 이 줄마저 넘치면 도로 옆 화단에 진을 치는 사람까지 나타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밥도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한국 오사카총영사관과 도로(미도스지)를 사이에 둔 긴류에서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