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8] 도치기현의 ‘사노라멘’

독특한 ‘아오다케우치’ 제면방식, 한국의 칼국수 닮은 라멘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도쿄 북쪽 70km 거리에 위치한 사노(佐野)시는 쇼핑과 골프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울렛과 이온몰이 있고,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부근에 골프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추가할 것이 지명도 높은 사노라멘의 존재다. 일본에는 라멘을 지역 부흥의 소재로 삼는 지자체가 많다.

어떤 지역의 라멘이 인기를 끌면 본고장의 맛을 맛보기 위해 관광객이 찾아간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판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사노라멘을 “근래 등장한 사노시의 중요한 식문화로 관광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반리(万里)의 사노라멘, 출처: ラーメン口コミ.com

사노라멘이 유명해진 것은 2000년대 초 ‘아오다케우치(青竹打ち)’라는 중국식 제면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방식은 홍두깨를 상하로 굴려 반죽을 늘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길이 1.5m 정도의 푸른(靑) 대나무(竹)로 미는 것을 말한다. 작업대 앞 쪽 홈에 밀대를 걸치고 좌우로 이동하며 반죽을 고른다. 처음에는 양손으로 밀대를 굴리다가 더 큰 힘이 필요할 때는 허벅지나 엉덩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후 반죽이 얇아지면 면에 탄력을 주기 위해 겹쳐 늘리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면은 기포가 적당량 들어가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스프와 잘 결합해 식감이 상승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과정을 재현하는 제면기가 개발되어 수작업에 근접한 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사노시 라멘집 전부가 아오다케우치 면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오다케우치’는 다이쇼(大正1912~1926) 초기 ‘에비스’라는 양식당의 중국인 요리사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을 전수받은 한 일본인이 독립해 1930년 포장마차에서 ‘쥬카(中華)소바’를 팔기 시작한 것이 사노라멘의 효시라 한다. 그러나 동북지방 라멘문화는 1923년 관동대지진을 전후해 도쿄에서 각지로 전파된 점을 고려할 때,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설도 있다.

사노라멘은 점포에 따라 면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칼국수 비슷한 것이 많다. 비주얼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화려하지 않지만 라멘 본연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맑은 쇼유(간장 맛)를 베이스로 황금색 시오계열이 주종을 이루는 스프는 투명하고 맑은 편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라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뒤끝이 개운하다. 고명도 간결한 편이어서 챠슈를 기본으로 멘마, 나루토에 대파가 올라간다. 파는 흰 부분만을 사용한다. 면의 양은 160~200g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사진:그릴 고미야’의 사노라멘, 출처 사노라멘회 홈페이지

사노라멘이 자랑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물이다. 무릇 요리에는 좋은 물이 필수인데, 사노시는 전국 100대 명수(名水)로 꼽히는 이즈루하라(出流原) 용천수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인구 11만 5천의 사노시에는 210개가 넘는 라멘 집이 있다. 인구대비 점포비율이 키타카타시와 전국 수위를 다툰다. 사노라멘은 내세울만한 고토치 라멘이 없는 주변의 군마(群馬)현・이바라기(茨城)현까지 퍼져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가장 큰 토쿄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이므로 수도권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라멘을 먹고 관광도 즐기라는 의미다. 1988년 결성된 ‘사노라멘회’에 소속된 68개 회원점포는 협회 깃발을 내걸고 고객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