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15] ‘스시’와 함께 먹는 ‘와카야마라멘’ 

와카아마 명물 ‘하야즈시’가 사이드메뉴, 라멘택시로 즐기는 라멘여행

와카야마의 라멘택시, 출처 : 유타카교통 홈페이지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오사카 남쪽 기이(紀伊)반도 서쪽에 위치한 와카야마(和歌山)에서는 라멘을 ‘쥬카(中華)소바’, 또는 줄여서 그냥 ‘쥬카’라 부른다. 물론 라멘이라 말해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와카야마에서는 라멘 집 식탁 위에 대나무 잎이나 김으로 싼 스시(생선초밥)가 놓인다. 다른 지역의 군만두나 볶음밥에 해당하는 사이드 메뉴다. 라멘이 나오면 함께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리 먹기 시작해도 괜찮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동에 스시를 곁들이는 간사이(関西) 지방의 식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멘집에서 나오는 스시는 ‘하야즈시(早寿司)’라고 부르는 와카야마의 향토음식이다. 이 스시는 소금과 식초로 절인 고등어로 초밥을 싸 하룻밤 발효시킨 음식이다. 식초를 사용하지 않았던 옛날보다 발효시간이 짧아졌다 해서 ‘하야(早, 빠름)’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이밖에 찐 계란, 소 곱창에 다레를 입혀 구워내는 도테야키, 어묵 등도 와카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사이드 메뉴다. 와카야마 라멘은 사이드 메뉴와 함께 먹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국물에 비해 면의 양이 적은 편이다.

‘마루타카’의 와카야마라멘, 출처 : ramen.walkerplus.com

와카야마 라멘은 크게 두 가지 타이프로 나눌 수 있다. 둘 모두 톤코츠쇼유 계열이지만 스프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먼저 비교적 맑은 스프의 ‘샤코마에(車庫前, 차고 앞)’ 스타일. 소위 ‘쇼유베이스의 돈코츠쇼유라멘’로 불린다. 전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1940년대, 종점(차고지)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팔던 라멘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마루타카(丸高)’라는 점포가 돼지 뼈에 간장을 넣고 삶아내는 스프를 개발한 것이 효시다. 전쟁으로 물자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버리는 돼지 뼈를 식자재로 활용한 아이디어였다. 마루타카는 스스로 제작한 기계로 면을 뽑아 사용했다. 샤코마에 계열 점포들은 지금도 옛날식 ‘마루~’라는 상호를 사용하며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다른 한 가지가 진한 톤코츠 스프를 사용하는 ‘이데(井出)’ 스타일로 ‘돈코츠베이스의 돈코츠쇼유라멘’이다. 1953년 창업한 ‘이데’상점을 종가로 하는 이 유파가 탄생하는 데는 재밌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데도 처음에는 샤코마에 매뉴얼에 따라 스프를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표준 시간을 넘겨 삶은 돼지 뼈에서 진한 육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스프를 개발하게 된다. 곧 진하고 고소한 맛이 소문나며 일약 유명 점포로 떠오른다. 라멘을 요리하는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도 화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가 무거운 육수통을 옮기고 면을 뽑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와카야마의 돈코츠스프는 큐슈지방의 그것과는 탄생 배경이나 조리 과정이 다르다.

‘이데상점’의 와카야마라멘, 출처 : tabelog.com

이데라멘은 1998년 한 TV의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결정전’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다. 그 여세를 몰아 유명 라멘이 진검 승부를 펼치는 신요코하마의 라멘박물관에 출점해 아사히카와 라멘에 이어 제2의 ‘고토치’ 붐을 일으킨다. 와카야마 라멘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도 이 때부터다. 그 전까지 와카야마에서 라멘은 ‘츄카소바로 부르고 있었다. 현재 수도권에 진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맛치보(マッチ棒)’나 ‘노리야’도 이데 계열이다.

와카야마 시에는 라멘 택시가 다닌다. 시가 시행하는 연수와 시험에 통과한 운전자가 이용객의 취향에 맞춰 점포를 안내해주는 택시다. 201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 중인데, 시가 인정하는 라멘 택시 드라이버는 총93명이다. 와카야마가 초행이라면 라멘 택시로 ‘3점포 라멘 맛보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라멘은 점포마다 미니 사이즈가 나오고, 택시요금은 정액제가 아닌 통상요금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