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20] 돗토리의 ‘규코츠라멘’

소뼈로 국물을 낸 고소한 스프, 우동풍 ‘스(素)라멘’도 명물

규고츠 시오라멘,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쥬고쿠(中国)지방 일본해(동해)를 끼고 있는 톳토리현은 전국 47개 도도후켄(都道府県) 중 인구가 가장 적다. 2020년 1월 기준 55만 명으로 도쿄의 구(区) 하나에 불과한 규모다. 1996년 일본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2015년이 되어서야 도도부켄 중 맨 마지막으로 점포를 냈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야마에도 이름 있는 고토치라멘이 존재한다. 소뼈를 우려낸 다시를 사용하는 ‘규코츠(牛骨)’라는 라멘이다. 스프 재료로 돈코츠(돼지 뼈)와 닭 뼈가 보편화된 일본의 라멘 세계에서 소뼈의 등장은 이색적이다. 규고츠 스프의 매력은 소 지방 특유의 고소한 향과 담백함에 있다. 설렁탕이나 곰탕 등 쇠고기 국물 맛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친숙한 맛이다.

규고츠 쇼유라멘, 출처 : 제팬웹매거진

돗토리에 규코츠가 등장하는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처음에는 소뼈에 돼지 뼈를 섞어 국물을 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뼈만 사용하게 된다. 소 사육이 활발한 지역 특성상 정육 후 버려지는 뼈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조는 요나고(米子)시에서 지금도 성업 중인 라멘 전문점 마스미(満州味).

이 라멘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돗토리에서 쇠고기 스프는 일상의 식문화여서 어느 누구도 특별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 게다가 지역이 외지고 인구가 적어 주목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지역유지들이 ‘돗토리 규코츠라멘 응면단’을 결성한다. 다른 지역이 그러하듯 ‘마치오코시(지역부흥)’운동의 일환이었다. 응원단의 ‘원’을 ‘면(麺)’으로 바꿔놓은 아이디어가 재밌다.

이때부터 TV 등 미디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당시 매스컴이 붙여준 별칭이 ‘50년간 숙성된 라멘’이었다. 이때부터 규코츠는 돗토리의 고토치라멘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2014년에는 라멘의 홍보를 위해 응면단 주최로 ‘돗토리 규코츠라멘 월드서미트(summit)’을 열기도 했다. 라멘은 쇼유와 시오 타이프가 있고, 중간 굵기 지지레(꼬불)면을 사용한다. 토핑은 챠슈・멘마・숙주・파·계란 등 심플한 구성이다. 현재 현 내 60여개 식당에서 이 라멘을 내고 있다.

‘무사시야식당’의 스(素)라멘, 출처 : www.6348.jp

규고츠가 세상에 알려지자 그동안 묻혀있던 또 하나의 라멘이 부상한다. 우동 같은 라멘, ‘스(素)라멘’이 그것이다. 스라멘은 우동 국물에 라멘의 중화면이 들어간다. 토핑으로는 우동처럼 덴카스(튀김 부스러기)·어묵·파 등이 올라간다. 스라멘은 1912년 창업한 우동 전문점 무사시야(武蔵屋)가 1955년경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돗토리에 라멘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양이 푸짐한 라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라멘은 우동에 비해 스프 만들기가 까다롭고 챠슈 등 비교적 고가의 고명이 올라간다. 따라서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스라멘은 면이 다를 뿐 나머지 구성요소는 우동과 같다. 같은 금액을 받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스(素)’는 ‘꾸밈이 없고 소박’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