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남짓 2열로 블록처럼 끼워 앉아야 탈수 있는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세에 셀의 두 번째로 큰 프랄린 섬. 우린 곧바로 발리드 메 (Valle de Mai)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1972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이곳 발리드 메엔 희귀한 야자나무들이 가득하다.
숨만 쉬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이곳은 세계문화유산 지정 30주년 기념으로 2013년에 타임캡슐을 설치했고 60주년이 되는 2043년 12월 9일에 타임캡슐을 오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야자나무가 즐비한 숲길을 따라 걷는데 이곳의 유명한 타카마카럼이 바로 이곳에서 자라는 타카 마카 나무로 만들어진다며 설명을 해준다. 후에 럼을 만드는 곳을 방문하여 설명을 들었는데 럼은 전 세계에서 이곳만이 가진 비옥한 황토가 키운 사탕수수를 정제해서 만든 후 위스키처럼 그럼을 저장해 숙성시키는 나무 통이 타카 마카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타가 마카 잎을 예전엔 지붕으로도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단단한 나무는 가구로 사용된다.
발리드 메에 가장 주목할 만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코코드 메 ( coco de mer)라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나무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바로 이곳에 있다. 전 세계에서 이곳에서만 자라는 독특한 나무는 암나무와 숫 나무로 누구라도 눈으로 바로 알 수 있는 열매 모양으로 단연코 신기하고 묘하게 성스럽다.
코코드메는 평균 250년을 산다고 한다. 이곳에 암나무 700그루 숫나무 800그루가 있다.
암나무는 태초의 여성 이브의 하반신을 꼭 빼닮았고 숫나무는 아담의 심벌이라 불리는데 그 크기들이 경이로울 만큼 거대하고 신비롭다. 암나무의 열매는 그 무게가 25kg에 달하며 대략 7년 정도 되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그때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안은 코코넛 같은 것들과 거대한 씨앗이 채워져 있는데 그 가격이 대략 3000불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열매를 사서 가지고 나올 수 없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먹고 난 겉껍질만 들고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안의 씨앗이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아주 오래전 대륙이 하나였다가 5개 대륙으로 나뉘었는데 그때 당시 이 지역에만 살던 코코드 메가 살고 있던 곳에서 튕겨져 나와 지금의 프랄린 섬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코코 드메는 이곳에서만 오롯이 성장하고 있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의 순리를 기반으로 지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숫 나무의 긴 심벌엔 하얀색 꽃들이 피어나는데 바람이나 도마뱀들에 의해 암나무의 두 주먹만 한 열매가 때맞춰 살짝 벌어졌을 때 꽃들이 암나무의 열매에 운 좋게 착상해야 하는 기묘한 자연의 점지가 있어야 이브의 아름다운 심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생명의 조화는 마치 설계된 듯 모든 것들이 시스템화되어 절로 흐른다. 인간의 영역은 분명 아니다.
이곳엔 코코드 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넛맥, 바닐라 등등의 나무들도 함께 공존한다. 숲을 따라 걷다 보면 군데군데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그 사이로 조그만 개울들이 있는데 그 물들이 나무들을 살리고 또 흘러 흘러 국립공원 바깥의 폭포수가 된다고 한다. 이곳은 죽은 나무들을 전혀 손대지 않고 스스로 그 안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또 죽고를 반복하는 자연 순환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거기에 아주 조금의 역할을 하거나 그나마도 못한 행위들로 자연은 고통스럽다.
프랄린의 코코 드메 호텔은 마치 자연과 하나된 느낌의 리조트다. 밤바다가 불어주는 바람을 머릿결 사이로 감미롭게 느끼며 달빛 아래 조그마한 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 아래 달궈질 대로 달궈진 상태를 여유 있게 식히며 음식을 먹었는지 바람이 실어다 주는 기분 좋은 향기를 머금고 있었는지 프랄린의 밤은 마냥 행복하다.
이튿날 작은 배를 타고 해상국립공원으로 향했고 가는 중간에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 잠시 정박해 스노클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푸른 바닷속엔 열대어들이 이미 우리들의 출현이 익숙한 듯 손이 닿을듯한 거리를 유지해 주었고 백색 산호들이 그 아래에 즐비했다.
엘니뇨 현상으로 산호의 90여 프로가 고사해 아름답던 산호섬은 어느새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자연은 늘 그래왔듯 스스로 살고 스스로 때맞춰 사라진다. 살고 죽는 것은 현상일 뿐 여전히 이곳 프랄린은 뜨겁게 아름답다.
프랄린의 서쪽으로 가면 다양한 식물군과 동물군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뿌리가 위로 계속 자라 여러 갈래의 줄기 모양으로 형성된 맹그로브 군락지가 즐비한 곳들이 있다. 우리는 길을 따라 걸으며 물길을 따라 서식하고 있는 맹그로브의 역사를 보듯 크고 작은 맹그로브를 감탄하며 바라보았고 그 외에 타카 마카, 코코드 메도 복습하듯 발견하는 기쁨을 가졌다.
세이셸에서의 시간들은 우리를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정서로 다시 되돌아오게 한다.
세이셸 사람들의 눈망울이 유독 똘망똘망하고 생기 넘치는 이유가 자연이 주는 모든 것들을 잘 수용하고 순응하며 살기 때문은 아닐까? 왜냐하면 다른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화술의 달인들처럼 마음 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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