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교토
천 년 고도(高都)라면서 두 도시를 자주 비교한다.
한국 사람들이 특히 비교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관광 인프라 면에서 이 비교는 오히려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오래 된 도읍이었다는 것 말고 경주가 무슨 매력이 있느냐 말이다. 지난해와 올해 경주 두 번, 교토 두번 다녀오면서 느낀 단상의 결론이다.
박물관도 유적도 많고, 음식점도 많다고 우길 수 있지만 경주는 관광 의욕을 꺾는 도시일 뿐이다. 공공기관에 의해 획일적으로 조성된 관광지에서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였다. 비싼 KTX 타고 내려가 렌트카 빌리고 괜찮은 숙소에 머무는 코스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경주는 관광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다.
공공 교통망은 한참만에 오는 버스나 택시밖에 없으니 하루에 움직여서 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지 않다. 괜찮은 공연장, 백화점, 마켓, 갤러리, 음식점도 없거나 충분치 않은데다 가격은 웬만하면 서울 강남 일대의 값을 넘어선다. 황리단길을 다녀보아도 손내밀어 사고싶은 물건도 없고, 가로수도 없는 땡볕 아래에서 특색 없는 상점들만 보다 금세 지치기 일쑤다. 밤에 즐길 문화도 별로 없다. 저녁만 먹으면 숙소로 찾아들어가게 된다.

반면 교토는 관광 구역이라고 따로 지정할 것도 없이 어딜 다니든 일본 전통 목조 가옥이 보이고, 정겨운 개천이 있고, 벚나무 단풍나무가 우거진 명소가 펼쳐져 있다. 밤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신사나 사적지 등에서 디지털 아트쇼나 레이저쇼로 또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우리라면 어디 감히 문화유산에 손을 대냐고 기겁할 일인데, 교토에서는 유적들을 품위를 살리면서도 돈벌이에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기온 거리를 굳이 걷지 않아도 1900년대 이전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제과점 커피숍 전문상점이 즐비한 곳이 교토다. 게다가 엔화 가치가 떨어져 있으니 절로 지갑을 열게 된다. 정원과 고색창연한 절은 어찌 그리 많은지 2~3일 짧은 여행 코스로는 도저히 소화가 안된다.
상점마다 TAX 리펀드도 제대로 해준다. 교통망도 촘촘하고 여행자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할인해주는 교통카드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내에서 사먹는 오방떡(앙꼬도 실하게 꽉꽉 차 있다)은 우리돈으로 천원도 채 안된다.

젊은 사람들 좋아하는 인스타 감성의 아기자기한 카페나 서점, 피규어숍들이 흘러넘치고, 꼼데가르송 바오바오 메종카츠네는 한국인들이 통째로 털어가 가게에 물건이 없다.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음식점, 저렴하고도 깨끗한 호텔, 손님맞이를 위해 혼신을 다해 준비한 상인들의 서비스 정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셰프 혼자 운영하는 제법 알려진 스시 집에서 그의 칼놀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오징어게임, 대장금, 사랑의 불시착 등 우리도 안본 드라마들을 거론하며 유창한 발음의 한국어는 물론 주제가까지 불러주는서비스는 그 장삿속을 알면서도 팁을 두둑히 얹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행지에 대한 인상은 다음에 다시 가고 싶은지 아닌지로 평가한다. 지금의 경주라면 다시 방문하고픈 매력이 없다. 그런데 교토는 몇 번 가도 자꾸 궁금하다. 우리보다 좀더 나아보이는 그 부분들이 무엇인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흉내내고 싶게 만든다.
착각하지 말자. 우린 일본에 아직 멀었다.
글 사진/오선문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