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하나로 관광수입 33조 증가?

-‘지도 한 장 관광론’의 허상

(여행레저신문)최근 한 경제지가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았다.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이를 두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향후 2년간 33조원의 추가 관광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제목만 보면 구글맵 하나만 열리면 한국 관광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단숨에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광 산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기사에서 몇 가지 어색한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표현은 이것이다.

“관광업계의 요구.”
도대체 어떤 관광업계를 말하는 것일까.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 산업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인바운드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관광, 그리고 최근 빠르게 늘어난 자유여행객(FIT) 시장이다.
그런데 구글맵 문제는 사실상 자유여행객 개인의 편의성 문제에 가깝다.
패키지 관광객에게 지도 앱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일정은 가이드가 이끌고 이동은 차량과 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구글맵 제한을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집단은 자유여행객 개인이지 전통적인 관광업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기사에서는 이 문제를 마치 관광 산업 전체의 숙원처럼 묘사한다. 현장의 산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문장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기사에서 제시된 33조 원 관광 수입 증가라는 숫자다.
여기서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33조 원은 어떤 계산에서 나온 것인가.
이런 숫자는 보통 경제 효과 분석 모델에서 만들어진다. 규제가 완화되면 관광 편의성이 높아지고 방문객이 증가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소비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의 관광 수요는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관광객의 이동은 항공 좌석 공급, 환율, 숙박 가격, 콘텐츠 매력도, 정치적 안정성, 비자 정책, 글로벌 여행 트렌드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도 서비스 하나가 바뀌면 관광 수입이 33조 원 늘어난다는 결론이 등장하는 것은, 분석이라기보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과장한 선전에 가까워 보인다.
구글맵 개방의 진짜 의미는 관광 산업보다 플랫폼 경쟁에 있다.
지도 서비스는 단순한 길찾기 기능이 아니다. 음식점 리뷰, 상점 검색, 광고, 배달, 차량 호출, 예약 서비스 등 수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지도 위에서 작동한다. 말하자면 지도는 디지털 경제의 인프라다.

한국 관광이 풀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지방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고, 공항 슬롯과 항공 좌석 공급은 제한적이며, 도심 숙박 가격은 이미 아시아 주요 도시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영어 서비스와 외국인 안내 체계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관광은 지도 앱이 아니라 콘텐츠와 접근성, 가격 경쟁력, 그리고 경험이 만드는 산업이다.
“지도 한 장으로 33조 원의 관광 수입이 생긴다면,
그동안 한국 관광 정책은 도대체 무엇을 해온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