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이미 적립됐다더니 없었다”… 시스템 오류와 직항 독점, 통합 이후 드러나는 불편한 현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현실화되면서 항공업계의 관심은 대부분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쏠려 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어떻게 전환될 것인가. 이 문제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대형 국적 항공사로 자리 잡으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시스템 안정성과 서비스 신뢰성, 그리고 일부 노선에서 형성된 직항 독점 구조다.
최근 기자가 직접 겪은 사례는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카이팀 제휴사인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해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다녀온 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에 마일리지 적립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이미 타 항공사에 적립됐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표시하며 적립을 거부했다.
문제는 실제로는 어느 항공사에도 적립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동방항공 측 역시 “적립 기록이 없다”고 확인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 시스템은 계속해서 적립을 막았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그 이후 벌어졌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일부 구간은 정상 적립됐고, 나머지 구간 역시 대한항공 내부 확인을 거쳐 뒤늦게 적립 처리됐다.
결국 “이미 적립됐다”는 메시지 자체가 실제 적립 여부와 무관하게 시스템상 잘못 표시된 셈이다.

전산 오류 자체는 어느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적립을 이유로 고객의 적립이 거부되고 그 원인에 대한 설명조차 듣기 어려웠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실수로만 넘기기 어렵다. 통합 이후 시스템 안정성과 고객 대응 체계가 충분히 정비돼 있는지 다시 묻게 만드는 대목이다.
직항은 이미 독점,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가격 구조도 달라졌다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직항 노선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여행한 인천–오클랜드 노선이다.
이 노선은 한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뉴질랜드가 경쟁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수익성 문제로 오래 전에 철수했고, 에어뉴질랜드 역시 최근 운항을 중단했다.
결국 인천–오클랜드 직항편은 대한항공만 운항하고 있다.
직항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 것이다.
경쟁이 존재하던 시기 왕복 항공권 가격은 대체로 90만~110만 원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동일 노선 왕복 항공권 가격은 140만~150만 원 수준이 일반적이며, 성수기에는 2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항공요금은 유가와 환율, 수요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직항 경쟁이 사라진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줄어든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항공 산업에서 경쟁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장치만이 아니다. 경쟁은 서비스 품질과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서비스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금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논의는 주로 마일리지 전환 비율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경쟁이 줄어든 이후 서비스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항공 산업에서 경쟁은 가격뿐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 서비스 품질, 고객 대응 속도까지 좌우한다. 경쟁이 존재할 때 기업은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 압력을 받는다.
반대로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지만, 서비스 개선의 동기가 약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번 사례는 작은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통합 이후 항공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수는 있다.
이제는 ‘통합’이 아니라 ‘책임’이다
대한항공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실상 유일한 대형 국적 항공사다. 그 위상은 단순한 기업의 지위를 넘어 국민의 이동과 직결된 공공적 의미를 갖는다.
통합의 성공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 서비스 신뢰성, 그리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품질로 평가될 것이다.
경쟁이 줄어든 하늘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가 무엇이 될지, 이제 그 답은 대한항공이 보여줘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