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hotography Lecture Series · Chapter 1
여행을 떠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언제든 찍을 수 있고, 항상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려고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거나, 정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요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카메라—DSLR이나 미러리스로 찍은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꺼내보거나 사용하게 된다.
이 첫 번째 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진이 왜 기억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여행자는 다시 카메라로 돌아오는지를 기술과 감성의 두 축으로 풀어본다.

스마트폰은 ‘보정된 장면’을 보여주지만,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의 빛’을 기록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구조적으로 빛을 ‘계산’한다.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은 밝고 어두운 영역을 강제로 맞추고, AI 보정은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들며, 노이즈 제거 알고리즘은 어둠 속의 입자와 공기를 지워버린다.
사진은 선명하고 밝아지지만, 그 순간의 원래 분위기는 남아 있지 않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장면”은 여행자가 실제로 본 풍경과 다르다.
빛의 층위, 공기의 깊이, 거리감은 계산 과정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최적화된 화면 이미지다.
카메라는 다르다.
렌즈 유리를 통과한 빛이 센서에 닿는 물리적 과정 자체가 그 순간의 ‘진짜’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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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의 붐뜬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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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적당한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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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린 풀의 미세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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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의 차가운 톤
이런 요소들은 스마트폰의 AI가 “잡음”이라고 여기는 부분이지만 여행자의 기억에는 필수 요소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 사진은 정보만 남고,카메라 사진은 감정이 남는다.
인간의 기억은 ‘자연스러운 이미지’에 반응한다
뇌과학적으로 사람의 기억은 “적당한 불완전함”을 가진 이미지와 더 강하게 연결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사진은 완벽한 사진이 아니라, 약간 흔들리고, 약간 어둡고, 약간 부정확한 사진이다.
그 ‘부정확함’이 바로 현장에 있었던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마트폰처럼 지나치게 선명하고 균일한 사진은 뇌에서 “기억 이미지”가 아니라 “정보 이미지”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오래 남지 않는다.
여행자는 결국 감정의 흔적이 남는 사진을 다시 찾게 되고, 그래서 카메라로 돌아온다.

풍경을 보는 여행자의 시선은 기술보다 앞에 있다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감각이다.
빛의 방향, 바람의 결, 하늘의 색, 시간의 흐름—이 모든 요소를 여행자는 순간적으로 받아들인다.
카메라는 그 감각에 가장 충실한 기록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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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손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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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르기 전의 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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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속 조용한 집중
이 모든 과정이 사진에 남는다.
그래서 카메라 사진은 누가 찍어도 “개성”이 생긴다. 스마트폰 사진이 모두 비슷해지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개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기록’, 스마트폰은 ‘메모’
이 한 문장이 스마트폰·카메라 논쟁의 본질이다.
스마트폰은 편리하고 빠르다. 그러나 그만큼 얇고 가볍다.
스마트폰 사진은 여행 중 메모처럼 쌓인다.
반면 카메라는 남겨두고 싶은 순간을 남기기 위해 꺼내는 장비다.
의도성(intent)이 다르다.
의도가 있는 사진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자가 귀국한 뒤
가장 먼저 찾는 사진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아니라 카메라 사진이다.
여행자의 손이 다시 카메라를 향하는 이유
스마트폰은 완벽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진실을 남긴다.
스마트폰은 계산된 색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빛의 살아 있는 움직임을 기록한다.
스마트폰은 순간을 잡아두지만,
카메라는 순간을 기억으로 만든다.
여행자는 결국 이 차이를 느낀다.
그래서 수십 년 ahead, 여행자들은 다시 카메라를 드는 시대가 온다.
여행 사진학 개론의 첫 장은 바로 이 여행자의 본능적인 회귀에 대한 이야기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카메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행에서 남는 사진은 예쁜 사진이 아니라, 기억되는 사진이다.
스마트폰은 기술로 사진을 다듬고, 카메라는 빛으로 사진을 만든다.
그래서 여행자는 오늘도 가방 속 작은 카메라를 꺼내 빛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그 빛을, 기억의 언어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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