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여행 10] 도쿄 다이쇼켄의 ‘쯔케멘’

면과 스프가 따로따로, 개발자 야마기시는 ‘쯔케멘의 아버지’

‘다이쇼켄’의 특제모리소바

(여행레저신문=장범석기자) 도쿄는 근대 라멘의 발상지다. 1910년 라이라이켄(来々軒)이 내놓은 ‘시나소바’가 일본 라멘문화의 원점이다. 그 후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 도쿄는 전국 라멘이 모여 진검승부를 겨루는 각축장으로 변했다. 하루에도 몇 군데씩 새로운 라멘집이 생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문을 닫는다.

그 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이케부쿠로, 신쥬쿠, 와세다거리, 도쿄역 지하상가를 ‘4대 격전지’라 부른다. 라멘의 고수들이 사활을 걸고 맛을 개발하고 지켜내는 현장이다. 이렇듯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60년 가깝게 이케부쿠로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곳이 있다. ‘쯔케멘’의 원조로 불리는 다이쇼켄(大勝軒)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쯔케멘(つけ麺)은 한 마디로 찍어 먹는 라멘이다. 점포에 따라 ‘모리소바’나 ‘쯔케소바’로 부르기도 한다. 쯔케멘의 ‘쯔케’는 한자 ‘지(漬)’의 일본식 표기로 ‘담그다’는 의미다. 쯔케멘은 여느 라멘과 달리 면과 스프가 따로 나온다. 토핑은 면 위에 올라가지 않고 스프에 담겨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 메밀처럼 면을 적당량 집어 스프에 담가 먹으면 된다. 면은 삶은 후 찬 물로 미끈거림을 제거해 젓가락으로 잘 집힌다. 뜨거운 스프에 차가운 면의 하모니가 이색적이다. 면까지 따뜻한 것을 원할 때는 ‘아츠모리’를 주문하면 된다.

식품회사 아지노모토 레시피에 의한 쯔케멘 <출처 park.ajinomoto.co.jp>

쯔케멘에 나오는 스프를 ‘쯔케다레’라 하는데 대체적으로 일반 라멘 스프에 비해 농도가 진하고 신 맛이 강하다. 매운 맛을 첨가할 수도 있다. 쯔케멘은 면에 중점을 둔 라멘이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식감을 위해 삶은 면을 찬물에 담가 두는 과정을 거친다. 면발이 굵고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토핑은 일반 라멘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면을 다 먹은 후에는 입가심을 겸해 다레에 다시를 혼합해 마시는데, 이를 스프와리라 한다.

쯔케멘의 발상지는 1955년 토쿄 나카노(中野)의 중화소바 전문점 다이쇼켄(大勝軒)이다. 개발자 야마기시・가즈오(山岸一雄)는 사촌형이 운영하던 점포에서 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가 라멘점 연수를 할 때 자투리 면을 스프와 간장에 찍어먹는 방법을 익혔다. ‘마카나이’라고 부르는 종업원들의 식사방식이었다. 그는 점장이 된 이후에도 예의 마카나이를 즐겨 먹었는데, 그것을 본 단골손님의 요구로 맛보기로 건넨 것이 호평을 받자 정식 메뉴로 개발하게 된다. 그의 나이 21세 때 일이다. 그는 노렌와케(독립분점) 형태로 1961년 다이쇼켄 동(東)이케부쿠로점을 차려 독립한다. 탄력 있는 면과 이색적 식감을 즐기는 팬이 하나 둘 늘어나며 츠케멘의 역사가 시작된다.

도쿄역 ‘로구린샤’의 쯔케멘 <출처 iccotto.jp>

젊은 시절 과로로 40대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말년에 100여 명의 제자를 키우면서 독립을 지원하는 등 선행을 많이 베푼다. 마지막에는 본사 직영점까지 제자를 후계자에 지명하고 2015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는 수 백 명의 제자와 고이케 도쿄지사(당시 중의원) 등 저명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사람들은 츠케멘 보급에 일생을 바친 그를 ‘츠케멘의 원조’ 또는 ‘츠케멘의 아버지’라 부른다.

개업 때부터 간판메뉴로 삼고 있는 다이쇼켄의 ‘특제모리소바’는 지금도 옛 이름 그대로 손님을 맞고 있다. 쯔케멘은 이제 도쿄를 대표하는 명물 라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