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의 여행이야기] 인도의 북쪽 히말라야를 날아오르다 in 라닥 레(Leh)

다시 떠난 인도여행 인도의 가을을 만나다

 

엔진소리만이 기내를 멍하게 채우는 이름 아침. 아니 모닝콜이 새벽 3시였으니까 이 여행의 시작은 새벽부터라고 하는게 맞겠다.

0645. 비행기는 인도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늦지않게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모든 구멍으로 다 토해낼 수도 있으니 하루 전부터 많이 먹지도 말고 특히 술은 마시지도 말라는 안내자의 정보에 미리 긴장을 한 건 사실이다. 델리공항 옆에 있는 aerocity에 있는 호텔만의 특징인 24시간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에 머물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씨 한잔만 조심스럽게 들이키고 델리공항 국내선으로 향했다.

미리 챙긴 사과도 먹지 않고 일단 가방에 넣은채 물만 몇방울 마시고 탄 인도의 북쪽 라닥행 비행기. 괜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고 일행들과 대화도 줄이고 그저 몸의 움직임까지 작게 하면서 여행자가 아닌 수행자의 마음으로 레(Leh)로 날아가는 아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보딩을 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창가좌석(window seat)이라는 말도 못할 정도로 긴장하며 시작한 여행은 앉아보니 정확히 복도자리 ㅜㅜ. 그렇게 엔진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작은 비행기로 나의 라닥여행은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이는 나 자신에게 놀라워 하기도 전에 델리공항은 24시간 돌아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정말 나라가 크니까 사용하는 시간은 24시간으로도 모라자는 것 같다. 활주로를 제시간에 날아오른 비행에 감사하며 기내식으로 주는 샌드위치를 생각보다 맛있게 먹고 잠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셔트소리에 반사적으로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복도쪽 좌석인 D 라서 내 자리에서 2자리 너머 창가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멀리 희끗한 설산이 보인다. 드디어 라닥지역에 들어선 모양이다.

얼마나 이곳이 높은 지대이면 복도자리에서 창가로 시선만 돌려도 설산이 영상처럼 바로 눈앞에 보일까 싶은 생각에 아차 왜 보딩받을 때 창가자리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순간 후회를 했다. 비행기가 날개짓을 하며 방향을 돌릴 때 마다 설산의 풍경은 다양하게 펼쳐진다.

알래스카와 로키는 투어용 헬기를 타고 날아올라야 이런 4천미터 이상의 설산 풍경을 볼수 있는데 여긴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아가는 그 높이가 히말라야 경비행기 투어라고 할 정도로 멋진 설산과 높은 봉우리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풍경을 창너머 즐기려고 하는 찰라에 랜딩준비를 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제 감동이 시작인데 벌써 착륙한다고?

아직 아래도 더 많이 내려가야 할 거 같은데 착륙준비를 하라는 안내방송이 낯설기만 하다. 보통 착륙이라고 하면 적어도 지평선처럼 펼쳐진 육지의 땅이나 섬의 경우 바다가 보이면서 평평한 활주로가 펼쳐져야 하는데 지금 창밖은 눈으로 덮힌 높은 봉우리가 산맥처럼 펼쳐져 있는데 벌써 착륙이라니. 이런 상황이니 경비행기를 투어라도 하듯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셔트소리가 멈추지를 않는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설산과 대자연의 웅장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행자들의 열정이라고나 할까.

델리에서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탄 덕분에 라닥 레 공항에 도착해도 아직 아침이다. 국내선을 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 카드를 작성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 인도에서 어색한 라닥 여행이 시작된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니 아침 9시. 정말 오늘 하루 길게 쓰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이른 시간에 체크인도 안해주고 짐만 맡기로 다시 어디론가 가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라닥은 다르다. 체크인도 해주고 조식도 제공한다. 게다가 갑자기 3500m 높은 고도를 날아올라서 왔기 때문에 의사가 손님들의 방까지 일일이 방문하면서 여행자들의 건강상태도 체크해준다. (고산증으로 호흡이 힘들거나 토하거나 머리가 아픈 경우 필요한 처방을 바로 해준다고 한다)

–       술 마시지 말고

–       빨리 걸어가거나 뛰어다니지 말고

–       물 많이 마시세요

가이드 안내로 내방까지 들어와 나의 혈압을 측정하는 라닥 젊은 의사는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는다. 괜찮은거 같다고 하니 수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래도 체류하는 동안 조심할 것들을 몇가지 말해준다. 내가 여기 여행 온건지 수행하러 온건지 하지 말아야 할것이 너무 많다.

–       지금 머리가 좀 무겁고요, 그리고 눈이 자꾸 감기면서 눕고 싶고요, 아까 잠깐 누웠는데 심장쪽이 뜨끔하게 진통도 왔어요.

–       약이나 음식 알레르기 있나요? 그런거 아니면 델리에서 새벽에 일어나 오느라 피곤해서 그럴수도 있으니까 좀 쉬세요. 보통 첫날은 투어 안하고 고산지대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휴식을 하니까 지금부터 식사하시고 좀 주무세요.

9시에 호텔조식 먹고 룸에서 자고, 1시에 호텔에서 점심 먹고 다시 자고…결국 우리는 오후 3시30에 로비에서 만나 첫투어를 시작했다. 너무 (시간이) 한가롭고 너무 (마음이) 평화로운 그곳에서 라닥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글 사진 : 마고캐런/에디터 여행레저신문 여행기획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