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지구촌 여행이 셧다운된 지금, 추석연휴엔 고향방문을 포기하고 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로 관광지가 넘쳐났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코로나 종식을 공식 선언한 중국인들은 10월 1일 시작되는 건국기념일 8일 연휴에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6억명이 여행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면 인간은 왜 이렇게 떠나려 하는 것일까. 그 어떤 본능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길래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좀이 쑤시고, 기회만 되면 아무리 붙잡아도 떠나려 하는 것일까.
어딘가 계속 이동하려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어딘가 계속 이동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가리켜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본성을 ‘여행하는 자’, ‘길을 가는 자’라고 정의한 것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했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생존을 위해 더 적합한 것이라면 인간의 유전자는 끊임없이 꿈틀댄다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왜 그렇게 떠나려는 운명적인 본능이 있는지 조금 자세히 들어가보자.
첫째,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본능이다.
‘큐리어스’라는 책을 쓴 이언 레슬리는 식욕, 성욕, 주거욕 다음, 인간의 네번째 본능으로 호기심의 본능을 이야기한다.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구별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호기심의 발로로 인간은 어디론가 끊임없이 떠나려하지 않을까.
안데르센은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라고 말했다. 여행의 본능을 호기심의 본능으로 이해한 말들일 것이다.
둘째, 현실로부터의 일탈 본능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 중 하나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새로운 에너지와 기운을 얻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쳤던 마음에 생기가 돌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누구나 경험하는 여행의 본능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경험일 것이다.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여행을 통해 기분전환이 되고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를 얻어오는 것은 인간의 여행본능을 자극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故 안병욱교수는 ‘생활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인생의 시(詩)’라고 여행을 예찬하기까지 했다.
셋째, 차이와 동질성에 대한 확인 본능이다.
여행의 또 다른 본능은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서 거기에서 나와 똑 같은 점이 어떤 것이고, 나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구나를 확인하는 피아구별 본능도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어떠한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더라도 나와 똑 같은 점을 발견하면 반갑고, 나와 다른 점을 보게되면 낯설어하고 흥미로워하면서 끊임없이 그것을 확인하려하는 것이다.
오지여행가 한비야는 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바로 자신과의 차이와 동질성에 대한 확인본능이지 않을까.
넷째, 기억의 축적 본능이다.
문명이 발생하면서 인간은 수확물을 저장하고 가축을 모았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는 그 문자를 활용하여 물질뿐 아니라 생각과 기억도 저장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그 기억을 눈으로, 머리로 저장하고 사진으로 글로 남기려는 여행의 본능을 이러한 기억의 축적 본능으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축적의 양을 더 많이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기억의 축적 또한 여행의 본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다.
간디는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10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간디의 말처럼 인간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것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자꾸 떠나려하는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지구촌 여행이 꽉 막힌 지금, 어딘가를 계속 이동하려고 하는 본능을 가진 호모 비아토르로서의 우리는 간디의 이야기처럼 지구를 돌지 못할 바에야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더 크고 위대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現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