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바위가 나눈 오래된 대화, 그 땅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여행레저신문=이만재 기자) ‘카자흐스탄’. 지구의 한가운데서도 가장 넓고, 가장 고요한 땅. 이곳은 바람과 바위가 수천 년을 걸어 쓴 풍경의 기록이다. 중국 시안에서 출발, 유럽까지 장장 6,500킬로미터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했던 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서, 카자흐스탄은 동서 문명의 교차점이며 교역의 중심지들인 투르키스탄, 타라즈, 샤브락 등과 활발히 교류해왔다.
이 땅은 유목의 리듬과 소련의 흔적, 이슬람의 고요가 지층처럼 쌓여 있는 곳이며 과거 유목 제국의 통로이자, 냉전기의 핵실험장이었고, 지금은 독립된 다민족 국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 모든 층위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인 카자흐스탄, 여행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걷는 일이라면, 카자흐스탄은 그 둘을 가장 극적으로 겹쳐 보여주는 지도다.
그 중심에는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도시 알마티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지금도 문화와 예술, 경제가 밀집된 도시. 하지만 진짜 여정은 도시를 벗어난 자리에서 시작된다. 차른 캐니언의 붉은 협곡, 물속에 잠긴 숲 카인디 호수, 알프스를 닮은 침블락 설산까지. 경계 없는 풍경이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진다.
최근 국내외 항공사의 알마티 직항 노선 확장으로, 이 거대한 땅은 훨씬 가까워졌다. 현재 인천에서 알마티까지 직항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 에어아스타나(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가 주 3회 운항하고 있으며,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신규 취항을 준비 중이다. 평균 항공권 가격은 왕복 기준 80만~120만 원 선으로, 비수기에는 70만 원대 특가도 가능하다. 그에 따라 다양한 여행사들이 새로운 노선과 테마를 접목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이 지역을 연결하는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카자흐스탄 5일’과 ‘6일’ 일정으로, 차른 캐니언, 카인디 호수, 콜사이 호수, 침블락 설산 등을 방문하며, 일정에 따라 알틴에멜 국립공원과 아씨고원도 포함된다. 출발가는 약 139만 원부터 시작되며, 계절과 항공편에 따라 달라진다. 대자연 속에서 색감과 지형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이 루트는 비슷한 풍경에 지친 여행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젊은 감각의 ‘밍글링 투어 로드트립’은 자유여행 요소를 결합했고,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연계한 ‘중앙아시아 7·10일’ 상품도 마련돼 있다. 구성은 단순한 포인트 나열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자연과 문명의 지층을 따라가는 구조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이 땅은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은 바로 이 나라의 힘이다. 익숙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 눈을 크게 뜨게 되고, 미지이기에 더 진심으로 대하게 된다. 이방인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풍경, 카자흐스탄은 그런 방식으로 여행자를 환대한다.
단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왜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 땅엔 있다.
카자흐스탄은 더 이상 머나먼 대륙이 아니다. 바람과 바위가 속삭이던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발 아래로 당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