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이정찬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타나’라는 도시 이름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린 날이 있었다. 2025년 11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스타나 관광 로드쇼(Roadshow in Seoul)’는 단순한 관광 설명회라기보다, 카자흐스탄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그리고 아스타나라는 수도가 어떤 방향으로 자신을 ‘유라시아의 관문’으로 설계해왔는지를 한 장면에 압축해 보여준 자리였다.
행사의 표면은 관광이었다. 그러나 프래젠테이션의 결은 관광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누르갈리 아리스타노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와 막사트 자나바예프 아스타나 투자·기업개발부 부국장이 환영사에서 반복한 핵심은 “관광 교류가 관계를 여는 문”이라는 점이었다. 이번 로드쇼가 양국 관광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실질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됐다.
아스타나 측이 강조한 것은 도시의 외형보다 구조였다. 1997년 수도 이전 이후 계획도시로 성장한 아스타나는 독창적 건축물과 문화시설을 축으로 한 도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뻗어가는 허브 역할을 강조했다. ‘한 도시를 보는 여행’이 아니라 ‘한 도시를 통해 주변을 엮는 여행’이라는 관점이 자연스럽게 제시됐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실전형이었다. 로드쇼에는 한국 관광업계 관계자들과의 B2B 미팅이 포함됐고, 현장에는 주요 여행사와 항공사, 문화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카자흐스탄 측에서는 아스타나 관광청을 비롯해 에어아스타나, 아스타나 오페라 극장, 현지 여행사들이 함께 참여해 구체적인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공유된 관광 콘텐츠는 ‘설명’보다 ‘구성’에 가까웠다. 아스타나 관광청 측은 수도 아스타나를 중심으로 한 3박 5일 또는 4박 6일 일정의 핵심형 코스를 예시로 제시하며, 현대적 건축물과 문화시설, 오페라 극장 관람 등을 묶은 도시 집중형 여행이 한국 시장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알마티 등 인근 도시와 연계한 6~7일 확장 일정도 함께 언급되며, 아스타나를 중앙아시아 여행의 출발점이자 허브로 활용하는 구상이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항공은 이 흐름의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에어아스타나는 인천-알마티, 인천-아스타나 직항 노선을 기반으로 교류 확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노선 확장과 기단 운영 계획도 함께 소개됐다. 관광 수요를 전제로 한 항공 인프라 확장은 이번 로드쇼의 실무적 성격을 더욱 분명히 했다.
이날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또 하나의 키워드는 ‘투자’였다. 카자흐스탄 측은 한국의 대(對)카자흐스탄 투자 규모와 현지 합작 법인 현황을 언급하며, 관광 교류 확대가 비즈니스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관광이 도시의 얼굴이라면, 투자는 도시의 체력이라는 인식이 행사 전반에 깔려 있었다.
결국 이번 서울 로드쇼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아스타나는 더 이상 먼 중앙아시아의 낯선 도시가 아니라,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 안에서 문화·비즈니스·관광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실무형 거점 도시라는 선언이다. 관광 설명회 한 번으로 시장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시장은 반복 가능한 구조를 가진 도시에 반응한다.
11월 28일 서울에서 아스타나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구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