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STA 강화 논란, 월드컵 앞두고 29조원 관광손실 경고

DHS·CBP, 5년치 소셜미디어·가족정보·생체정보 확대 검토…WTTC “방문수요 위축 우려”

미국 공항에서 ESTA 디지털 심사 화면을 바라보는 여행객
미국 ESTA 강화 논란은 입국 심사와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관광업계의 우려로 번지고 있다.

미국 ESTA 강화 논란이 2026년 FIFA 월드컵을 앞둔 미국 관광경제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세관국경보호청(CBP)이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 과정에서 5년치 소셜미디어 정보와 가족 관련 정보, 일부 생체정보 항목까지 확대 수집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ESTA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 대상 국가 국민이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단기 방문할 때 이용하는 사전 전자승인 제도다. 한국인 여행객도 미국 방문 전 ESTA를 이용해왔다. 문제는 새 제안이 시행될 경우, 기존의 간단한 전자승인 절차가 사실상 더 무거운 사전 심사 절차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5년치 소셜미디어와 가족정보까지 검토 대상

DHS·CBP가 연방관보에 올린 개정안에는 ESTA 신청자의 5년치 소셜미디어 정보 제출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최근 5년간 사용한 전화번호, 최근 10년간 사용한 이메일 주소, 전자 제출 사진의 IP 주소와 메타데이터, 부모·배우자·형제자매·자녀 등 가족 구성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지, 거주지 정보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생체정보 항목에는 얼굴, 지문, DNA, 홍채가 명시됐다. 다만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라 제안·검토 단계다.

공항과 호텔 로비 사이에서 대기 중인 항공·호텔 종사자들
WTTC는 ESTA 강화가 미국 관광 일자리와 방문객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TC, 방문객 감소와 일자리 영향 경고

관광업계가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절차의 불편 때문만이 아니다. 입국 전부터 온라인 활동과 가족정보를 폭넓게 제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여행객은 목적지를 바꿀 수 있다. 특히 월드컵처럼 대규모 국제 방문객이 움직이는 행사를 앞두고 미국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이미지는 항공권 예약, 호텔 수요, 현지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이번 정책 변화가 미국 관광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TTC는 ESTA 대상 국가 여행객의 방문 의향이 낮아질 경우, 2026년 미국이 최대 470만 명의 국제 방문객을 잃을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방문객 소비 손실은 최대 157억 달러, 여행·관광 GDP 손실은 215억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관련 일자리 15만7000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월드컵 특수 앞둔 미국 관광업계의 부담

미국은 2026년 FIFA 월드컵의 주요 개최국이다. 대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지만, 미국 내 11개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미국 관광업계는 월드컵을 항공, 숙박, 외식, 도시관광, MICE 산업 전반의 회복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입국 심사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월드컵 특수는 기대보다 작아질 수 있다.

한국 여행시장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한국인은 미국 관광·상용 방문에서 ESTA 이용 비중이 높다. 가족여행, 출장, 전시회, 인센티브 투어, 유학 전 방문 등 여러 수요가 ESTA와 연결돼 있다. 신청 절차가 복잡해지고 개인정보 제출 범위가 넓어진다는 인식만으로도 여행 계획은 늦춰질 수 있다. 항공사는 장거리 노선 수요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 여행사는 미국 상품 판매 과정에서 입국 절차 안내 부담이 커진다.

월드컵 응원 복장을 한 여행객들이 자동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모습
2026년 FIFA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입국 절차 변화는 글로벌 여행 수요의 민감한 변수로 떠올랐다.

보안 강화와 관광 자유의 균형 필요

보안 강화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경 관리는 국가의 기본 권한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은 절차와 심리에 민감하다. 여행객은 안전한 나라를 원하지만, 동시에 불필요하게 의심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목적지는 피한다. 미국이 보안을 강화하더라도 여행객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명확한 안내,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이번 ESTA 논란은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국경 관리가 관광경제와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정부가 최종 시행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광산업의 고용, 지역경제, 국제행사 효과, 여행객의 프라이버시 우려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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