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세븐틴과 서울에서 체험행사…브라이언 체스키가 놓친 것

여행레저신문 | 이정찬 대표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최근 방한해 서울에서 브랜드 체험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K팝 그룹 세븐틴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기획된 ‘에어비앤비 오리지널’ 체험 시리즈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구 리플레이스 한남에 마련된 전용 공간에서 에어비앤비의 팬 60명을 초청해 진행됐다.

에어비앤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K팝과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는 감성 마케팅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체스키 CEO는 “서울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하며, 세븐틴과의 파트너십을 에어비앤비의 문화적 접점을 확장하는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행사 구성은 정교하고 감성적이었다. 팬들을 위한 전용 터널, 녹음 스튜디오,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됐고, 세븐틴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장면은 브랜드와 팬을 연결하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플랫폼은 감정을 자극하는 연출에 능했고,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행사를 둘러싼 구조를 들여다보면, 보다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은 과연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했는가. 쇼는 서울에서 열렸지만, 로컬 숙박 호스트, 지역 콘텐츠 기획자, 관광업 파트너는 기획 단계나 실무 현장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은 쇼의 무대였고, 콘텐츠는 K팝이었지만, 정작 이 땅에서 여행과 환대를 실현해온 주체들은 이 체험 구조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플랫폼이 ‘연결’을 말할 때, 그 말은 기술적 중개를 넘어 관계적 설계를 전제해야 한다. 누구와 연결되고, 누구를 배제했는가는 플랫폼이 지향하는 철학과 브랜드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팬덤을 대상으로 한 감성 설계는 성공적이었지만, 한국 사회와의 실질적인 파트너십 측면에서는 구조적 공백을 드러냈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한국의 숙박 영업신고제도에 ‘자발적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도 준수 의지를 드러낸 조치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제도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점하려는 시도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플랫폼 기업은 규제를 회피하기보다는, 규제의 방향과 해석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하는 정보 우위와 여론 형성 능력을 중시한다. 이는 에어비앤비가 보여온 대표적 전략이기도 하다.

한편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무허가 공유숙박 영업시설 146건을 적발했다.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 법적으로 숙박업 등록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불법 숙박 사례는 2년 새 8배 이상 증가했다. 플랫폼 기업이 중개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책임 구조는 여전히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체스키 CEO가 “서울은 전략적 시장”이라 강조한 발언은 설득력을 잃는다. 진정한 전략적 시장이라면, 그 안에서 플랫폼과 로컬이 상호 존중과 설계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번 행사는 감정적 연출과 브랜드 노출 면에서는 성공했지만, 한국과의 동등한 협업 구조를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여행은 감정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나누는 일이다. 특히 숙박은 그 나눔의 출발점이다. 공유숙박은 단지 공간을 연결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에게 삶의 일부를 내어주는 ‘문을 여는’ 실천이다. 문을 연다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닌, 신뢰와 환대의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여행은 타인의 삶과 풍경에 들어가는 일이자, 누군가를 내 일상 안으로 초대하는 일이다.
그 문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공유와 이해의 경험이 된다.

만약 이번 행사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에어비앤비가 한국의 지역 숙박 호스트들과 협업을 선언하고, 장애인, 고령자, 이동 약자 등 여행의 문턱 앞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과 함께 서울을 여행하는 장면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단지 브랜드 체험을 넘어,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는 플랫폼의 선언이 되었을 것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이벤트는 일시적인 주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감동은, 여행이 가장 간절한 사람들에게 열린 문을 내어주는 순간에 찾아온다.

에어비앤비가 자신을 진정으로 여행 플랫폼이라 정의한다면, 이제는 기술이 아닌 태도, 감성이 아닌 관계,
그리고 단기 홍보가 아닌 장기 신뢰를 선택해야 한다.
로컬과의 공동 설계 없이 브랜드 정체성은 공허해질 수 있다.

브랜드는 결국 무엇을 선택했는가로 기억된다. 철학 없이 반복되는 감성은 결국 소비되고 잊힌다.

이 플랫폼은 앞으로도 감정을 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맞이할 것인가.

브라이언 체스키는 지금, 한국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의 미래를 선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