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가 던진 질문, 항공사 입장에서 본 일본 소도시 노선의 현실

항공이 열려야 관광이 움직인다

(여행레저신문=이정찬 기자) 관광은 콘텐츠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업으로 완성되는 지점은 늘 항공 노선이다. 아무리 볼거리와 이야기가 풍부해도, 가는 길이 불편하면 관광은 선택지가 되지 않는다. 일본 오카야마현이 최근 한국 시장을 향해 던진 메시지의 핵심 역시 이 단순한 원칙에 닿아 있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오카야마 관광설명회 이후 가장 주목할 대목은 ‘무엇을 보여줬는가’가 아니라 ‘어디를 움직였는가’였다. 오카야마현은 설명회 전 대한항공을 직접 찾아 인천–오카야마 노선의 증편을 요청했다. 현재 주 3회 운항 중인 이 노선을 주 7회, 매일 운항 체제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는 관광 홍보 차원의 요청이 아니라, 시장 구조를 전제로 한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항공사는 왜 지방 노선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가

항공사 입장에서 지방 노선은 언제나 계산이 복잡하다. 대도시 노선과 달리 탑승률 변동 폭이 크고, 계절성과 외부 변수에 민감하다. 슬롯 확보나 기재 운용 측면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특히 일본 지방 노선은 코로나 이전에도 ‘성수기 편중’ 구조가 강했다.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본다.
“첫째, 지속 가능한 수요가 있는가.
둘째, 노선 단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셋째, 다른 노선과의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가.” 이다.

지방 도시의 관광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증편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본의 많은 지방 도시들은 관광설명회를 열고도 항공 문제 앞에서 번번이 멈춘다.

오카야마의 접근이 다른 이유

오카야마의 전략은 이 지점에서 다르다.
첫째, 오카야마는 이미 기초 수요를 증명했다. 최근 몇 년 간 오카야마를 방문한 한국인 숙박객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절대 수치는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는 분명하다. 항공사 입장에서 ‘아예 없는 시장’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시장’에 가깝다.

둘째, 오카야마는 단독 목적지가 아니라 허브형 도시다. 히로시마까지 40분, 오사카까지 1시간, 세토대교를 통한 시코쿠 연결. 이 위치는 항공사 입장에서 노선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 단순 왕복 수요가 아니라, 연계·환승·순환 여행 수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오카야마는 지자체 차원의 리스크 분담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 지사가 직접 방한해 항공사를 찾았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는 관광을 담당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현 전체의 전략 과제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주 7회’가 갖는 현실적 의미

인천–오카야마 노선이 주 7회로 확대될 경우, 변화는 단순히 편수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항공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일정 유연성이다. 매일 운항이 가능해지면 주말·단기 수요가 움직이고, 비즈니스·개별 여행 수요가 안정적으로 붙는다.

관광 상품 구조도 달라진다.
현재처럼 주 3회 체제에서는 패키지 구성과 일정 설계에 제약이 많다. 반면 주 7회 체제가 되면, 항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장 확대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항공사가 증편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홍보 열기’가 아니라, 증편 이후의 구조 변화 가능성이다. 오카야마가 항공 이야기를 반복해서 꺼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도시 트렌드는 항공사에도 기회다

최근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도시 노선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은 제한적이다. 반면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지방 노선은 상대적으로 차별화 여지가 있다. 특히 일본 소도시는 과잉 관광 피로가 적고, 체류형 여행 수요와 맞물린다.

오카야마는 이 소도시 트렌드의 전형에 가깝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인프라는 충분하다. 관광 콘텐츠는 분산돼 있고, 계절별 변주도 가능하다.
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한 번 붙여볼 만한 노선’이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이다.

항공이 움직이면 관광은 결과로 따라온다

관광정책의 실패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항공은 나중에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항공이 열리면 관광객이 움직이고, 관광객이 움직이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소비된다.

오카야마는 이 순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설명회 개최 전  항공사를 먼저 찾았고, ‘주 7회’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오카야마 이후를 보게 만든다

오카야마의 시도는 단일 사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인천–오카야마 노선이 안정적으로 확대된다면, 이는 일본 지방 도시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관광설명회–항공사 협상–노선 증편–시장 반응이라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오카야마는 일본 지방 노선의 가능성을 다시 계산해볼 수 있는 테스트 케이스다. 성공한다면, 그다음은 다른 소도시들이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관광은 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항공이 움직여야 관광이 움직인다.

오카야마가 한국 시장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관광설명회가 목적이 아니라, 노선을 여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일본 소도시들이 지금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는, 오카야마의 이 계산된 움직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