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싱공항 분산·국제선 고립의 부메랑… ‘세계 2위’ 공항의 굴욕
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중국 항공산업의 상징인 베이징 수도국제공항(BCIA)은 정반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단순한 경영 악화를 넘어,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항공 허브 전략 자체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억 명 자랑하던 공항, ‘유령 공항’ 전락
최근 항공업계 분석에 따르면, 베이징 수도공항은 2020년 이후 누적 손실액이 약 15억~16억 달러(한화 약 2조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3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고착화되었으며, 2025년에도 흑자 전환은 불투명한 상태다.
문제는 단순한 재무제표 숫자가 아니다. 이 공항은 코로나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연간 여객 처리량 1억 명을 돌파하며 미국 애틀랜타에 이어 세계 2위(국제선 기준으로는 사실상 1위 경쟁자)를 기록했던 글로벌 메가 허브였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이용객은 1,270만 명 수준으로 참담하게 급감했다. 과거 위상의 10% 남짓한 수준으로, 사실상 허브 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 글로벌 트렌드 역행… 배후에는 ‘실패한 이중 허브 전략’
베이징 수도공항의 몰락은 글로벌 항공 시장의 회복세와 대조되어 더욱 도드라진다. 미국의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은 이미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두바이 국제공항 역시 국제선 허브의 위상을 완벽히 회복했다. 아시아권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이 환승 네트워크를 빠르게 복원하며 반등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내 다른 공항들과 비교해도 수도공항의 침체는 유독 깊다. 중국 전체 공항의 여객 수송량이 2019년 대비 116% 수준까지 회복된 반면, 수도공항은 여전히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한 회복 지연이 아닌 ‘구조적 쇠퇴’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이중 허브 전략(Double Hub Strategy)’을 꼽는다. 2019년 거대 신공항인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을 제외한 주요 항공사들이 대거 다싱으로 적을 옮겼다. 허브 공항의 핵심 가치는 ‘네트워크 집중’에 있음에도, 정책적으로 수요를 강제 분산시키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은 셈이다.
◇ 국제선 붕괴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이중고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지속된 중국의 초강력 입국 규제(제로 코로나)는 결정타였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노선이 사실상 붕괴되었다. 현재 수도공항 좌석 공급의 약 89%는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에 치우쳐 있다.
국영 항공사 중심의 경직된 운영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장의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우선시하다 보니 노선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지정학적 환경 변화 역시 악재다.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베이징을 찾는 글로벌 비즈니스 수요가 급감했다. 과거 ‘기회의 땅’이었던 베이징이 이제는 비즈니스 ‘리스크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고수익 프리미엄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베이징 수도공항의 16억 달러 적자는 단순한 경영난이 아니다. 중국이 설계한 ‘통제 기반의 거대 허브 모델’이 정책적 모순과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2026년경 손익분기점 도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설령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과거처럼 세계 항공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복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행레저신문 기획 시리즈: 글로벌 항공 패권의 재편]
본 기사는 중국 항공 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동북아 허브 공항의 주도권 변화를 다루는 4부작 기획 시리즈입니다.
* 제1편: 베이징 수도공항 16억 달러 적자… 中 ‘허브 전략’ 무너졌다 (현재글)
* 제2편: ‘승자의 저주’가 된 다싱 신공항, 베이징의 영광을 삼키다
* 제3편: 반사이익 누리는 인천공항, 아시아 허브의 주인은 바뀌는가?
* 제4편: C919 국산화와 보잉·에어버스 퇴출… 중국 항공 굴기의 숨은 비용
▶ [다음 편 예고] 2편: ‘승자의 저주’가 된 다싱 신공항, 베이징의 영광을 삼키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터미널, ‘봉황’의 형상을 한 압도적 위용. 2019년 화려하게 개항한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PKX)은 중국 항공 굴기의 결정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신공항이 오히려 기존 수도공항의 숨통을 조이는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정책적으로 쪼개진 수요, 항공사들의 강제 이전, 그리고 국제선 없는 거대 터미널의 비극까지.
오는 2편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중 허브’ 설계가 어떻게 치명적인 독이 되었는지 현장을 정밀 분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