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오늘은 걷는 날이다. 알마티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 반, 콜사이 호수(Kolsai Lakes)로 향했다. 티엔산 산맥의 품 안에 세 개의 산악호수가 계단처럼 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다. 물빛이 다르고, 고도가 다르고, 길도 다르다는 이 호수들을 트레킹으로 이어보는 것. 이번 여정의 작은 클라이맥스였다.
콜사이 호수는 제1호수, 제2호수, 제3호수로 나뉘며, 각각 해발 1,800m, 2,250m, 2,850m에 자리한다. 보통 여행자들은 첫 번째 호수에서 산책하거나 보트를 타는 데 그치지만, 나는 오늘 두 번째 호수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왕복 16km, 고도차 약 450m. 만만치 않은 여정이지만, 단단한 신발과 충전된 마음으로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 호수는 정제된 정원처럼 고요하고 단정했다. 호수 위로는 노를 젓는 배 한 척이 유유히 지나가고, 주변은 거울처럼 반사된 하늘과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던 호수 위에, 나무가 그대로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드물었다. 바지자락을 걷고, 물가를 조금 걸었다. 손끝이 시릴 만큼 물은 차가웠고, 공기는 가볍고 투명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여기서부터다. 오르막은 초반부터 이어졌고, 나무 뿌리와 작은 자갈들이 섞인 오솔길을 따라 산을 타야 했다. 숨은 조금씩 차올랐지만, 걸음은 이상하게 경쾌했다. 주변엔 들꽃과 고산 식물이 조용히 피어 있었고, 중간 중간 작은 시냇물 소리가 흘렀다. 쉼표처럼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첫 번째 호수가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두 번째 호수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정말로. 바람도, 새도, 사람도 없었다. 그 침묵 안에 들어서자,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물빛은 청회색에 가까웠고, 주변 산은 녹색의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바꾸며 호수를 감쌌다. 하늘은 조금씩 흐려졌지만, 빛은 그대로 호수 위에 머물렀다. 배도 없고, 난간도 없고, 안내판도 없는 이 호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를 지키는 풍경이었다.
호숫가에 앉아, 준비해온 사과 하나를 천천히 베어 물었다. 산과 호수, 그리고 고요. 시간의 결을 따라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겪은 기분이었다. 콜사이 호수 트레킹은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여행레저신문 l 이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