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에어, 라플란드 하늘을 연다… 오로라와 산타마을로 가는 겨울 비행

(여행레저신문-이정찬 기자) 2025년 겨울, 유럽의 하늘 위에 또 하나의 바람이 분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자 오로라의 나라,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를 향하는 하늘길이 더욱 넓어진다.핀란드 국적 항공사 핀에어는 이번 동계 시즌 동안 자사의 북극권 노선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눈으로 뒤덮인 침엽수림, 얼어붙은 호수, 별빛과 오로라가 춤추는 하늘. 북유럽의 그 신비한 겨울이, 더 많은 이들의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라플란드는 핀란드 북부를 중심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일부에 걸쳐 있는 북극권의 광대한 지역이지만, 여행자들이 꿈꾸는 ‘겨울왕국’의 중심은 단연 핀란드 쪽이다. 로바니에미, 이발로, 키틸라. 이 세 곳의 이름은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 곳곳의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는 산타마을은 로바니에미에 있다. 북위 66도, 북극권 선을 넘는 그 마을에는 진짜 루돌프가 쉬고, 진짜 산타가 편지를 읽는다.

여기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여행자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난다. 이발로는 오로라 관측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흐리지 않은 하늘 아래 초록빛 커튼이 춤을 추는 장면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개썰매를 타고 눈 속을 달리다 보면 시간마저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키틸라는 순록 썰매와 얼음 낚시, 얼음호텔 등 북극권 전통 문화와 겨울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이처럼 매혹적인 장소들로 가는 길이 핀에어를 통해 한층 가까워졌다. 헬싱키를 중심으로 라플란드 각 지역을 잇는 항공편은 전례 없이 크게 확대된다. 로바니에미 노선은 기존보다 10편이 늘어난 주 최대 72회로 운항되며, 특히 주말에는 토요일 16회, 일요일 14회 등 집중 배치된다. 이발로는 주 33회, 키틸라는 41회까지 늘어난다. 서울에서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이동한 후, 환승 시간 1~2시간이면 눈 덮인 북극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눈 덮힌 로바니에미

 

노선 구간 최대 주간 운항 횟수 전년 대비 증편 내용 특징
헬싱키 → 로바니에미 72회 +10회 주말 집중 배치(토요일 16회)
헬싱키 → 이발로 33회 대폭 확대 오로라 시즌 중심 운항
헬싱키 → 키틸라 41회 +7회 순록·썰매 체험지 접근성 강화
서울 → 헬싱키 (직항) 7회 유지 헬싱키 허브 통한 환승 최적화
헬싱키 → 레이캬비크 11회 +4회 아이슬란드 연계 북극권 여행 가능

 

이번 증편 발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국 여행자들의 북유럽 수요가 실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핀에어 한국지사에 따르면, 지난 동계 시즌 동안 헬싱키 경유 라플란드행 한국인 탑승객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오로라’, ‘산타마을’, ‘개썰매’ 등 북극권 여행 콘텐츠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며, 특히 2030 여성층과 4050 가족층이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핀에어는 또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노선도 주 11회로 증편한다.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감성 여행 벨트로 연결하는 이번 항공 전략은 여행자들에게 단일 여행 이상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라플란드에서 오로라를 만나고, 아이슬란드에서 화산과 빙하, 온천과 폭포를 둘러보는 여정은 삶의 감각을 깨우는 여정이 된다.

이처럼 겨울은 더 이상 움츠러드는 계절이 아니다. 북극권의 겨울은 차갑지만 아름답고, 어둡지만 찬란하다. 라플란드는 그 상징과도 같다. 핀에어의 항공편 증편은 더 많은 이들이 ‘겨울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다. 겨울이 가기 전, 가장 깊고 조용한 곳에서 만나는 그 풍경은, 우리 안의 무언가를 분명히 바꿔놓을 것이다.

한여름 도심에 잠깐의 안식—코트야드 메리어트의 ‘Chilling & Healing’ 패키지

(여행레저신문=이정찬 기자) 서울 영등포. 회색빛 도심 속에서 한 발 물러선 공간이 있다. 계절의 피로가 쌓여가는 6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이 도심 한복판에 짧은 휴식을 기획했다.

호텔이 선보인 여름 한정 ‘Chilling & Healing’ 패키지는 단지 객실 할인이나 식사 혜택에 머물지 않는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도심에서의 작은 일탈을 원하는 이들에게 ‘호텔의 낮’을 재해석한 구성이다.

이번 패키지의 중심에는 제철 복숭아를 활용한 쁘띠 빙수 세트가 있다. 5층 모모바에서 제공되는 이 디저트는 커피 두 잔과 쿠키가 함께 나오는 미니 구성이지만, 단순한 디저트 이상의 풍경을 만든다.

유리창 밖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차가운 빙수 한 스푼을 떠올리는 순간이 곧 ‘호텔에서의 낮’이라는 감각을 깨운다. 체크인 시간 전이나 체크아웃 이후의 빈틈 시간,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은 시간의 휴식이 바로 이 패키지의 숨은 장치다.

패키지에는 모모카페 조식 뷔페 2인 이용권이 포함되며, 추후 모모카페 런치 또는 디너 뷔페에 사용할 수 있는 25% 할인 바우처도 함께 제공된다. 이 바우처는 투숙 이후 2025년 9월 30일까지 유효하여, 호텔을 단순히 하루의 공간에서 일상의 재방문처로 확장시킨다.

패키지는 2025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투숙 가능하며, 예약은 5월 26일부터 오픈됐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공식 인스타그램(@courtyardseou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텔 마케팅팀 이하은 지배인은 “이번 칠링 & 힐링 패키지는 짧은 여름의 공백을 채워주는 도시 속 쉼표”라며 “서울의 한가운데서도 여행처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차른 캐니언, 바람이 깎아낸 협곡의 시간

알마티를 출발한 지 세 시간쯤 흘렀을까. 땅빛이 점점 붉어진다. 고요했던 초원이 갈라지며 계곡의 입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의 손보다 바람과 시간이 먼저 지나간 흔적들. 거대한 붉은 절벽은 말없이 서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진 길은 협곡의 입 속으로 이어진다. 카자흐스탄의 차른 캐니언이다.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이곳이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걸 느꼈다. 붉은 바위는 누군가의 얼굴 같기도 하고, 껍질처럼 벗겨진 세월의 단면 같기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갈수록 햇살의 각도가 바뀌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협곡은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흙이 사락사락 무너지는 소리, 돌 틈에서 불어오는 바람,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리는 까마귀 울음.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지층은 마치 오래된 책장 같았다. 어느 한 줄기 벼랑은 깊은 주름을 가진 노인의 얼굴을 닮았고, 둥그런 바위는 아이가 쥔 점토 덩이처럼 순진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무게만큼은 분명히 느꼈다. 그건 역사의 무게도, 자연의 장엄함도 아닌, 그냥 바람이 깎고 지나간 풍화의 감정 같은 것이었다.

협곡 아래까지 내려가자 길이 좁아졌다. 벽은 더 가까워졌고, 하늘은 사각형처럼 작아졌다.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니, 붉은 절벽 틈으로 햇살 한 줄기가 똑바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한 줄기 빛이 나를 협곡과 연결시키는 유일한 끈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이곳을 ‘카자흐스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부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어쩐지 이곳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여기는 ‘누군가가 다녀간 자리’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데도 계속 있는 곳’이다. 자연이 스스로를 조각해낸 풍경.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있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고요한 증언.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협곡의 바위들처럼 입을 다물고, 그저 침묵 안에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조용해졌다. 여행은 종종 ‘어디를 보았는가’보다 ‘어떻게 머물렀는가’로 기억된다. 이 협곡에서 나는 오래 머물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행레저신문 l 이만재 박사

파워골프를 다시 시작하며: 골프는 오늘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캐디백을 카트에 올린 채, 조용히 필드를 걷는 한 사람. 아침 햇살이 그의 어깨 위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파워골프를 다시 시작하며

이정찬 | 티칭프로 · 여행레저신문 발행인

골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21세기의 대표 스포츠다.

스코틀랜드의 목동들이 양들과 보내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장난처럼 시작한 이 놀이는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글로벌 스포츠가 되었다.

아침마다 연습장을 찾는 직장인, 주말이면 티타임을 확보하려는 중년들, 유튜브를 보며 스윙을 흉내 내는 학생들까지. 골프는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이고, 관계의 매개이며, 때로는 자신을 다듬는 거울 같은 존재다.

하지만 골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이 스포츠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정성을 다한 골퍼에게조차, 기쁨보다는 당혹감, 성취보다는 좌절을 안겨주곤 한다. 어제 맞았던 샷이 오늘은 어이없이 벗어나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지기 십상이다.

“Golf is deceptively simple and endlessly complicated; it satisfies the soul and frustrates the intellect.”
— Arnold Palmer

골프는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끝없이 복잡한 스포츠입니다. 마음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그 낯선 용어들, 복잡한 장비들, 무수한 스윙 교정과 기술 조언들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잊는다. 골프는 단지 공을 치는 운동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백돌이의 시기를 지나, 보기 플레이어가 될 즈음 우리는 깨닫는다. 골프는 스코어보다 마음가짐이 더 많은 것을 좌우하는 운동이며,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삶의 방식과도 많이 닮아 있다.

티박스 위, 한 남자의 피니시. 햇살이 잔디를 가르고, 그날의 첫 스윙이 숲을 향해 날아간다.

파워골프를 다시 시작하면서 골프책 한 권을 함께 써나가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레슨서도, 철학서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누구나 편하게 읽고, 때로는 피식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살짝 가벼워지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티박스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오늘은 좀 멋지게 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에서 출발했다.

골프를 잘 치는 법보다는, 골프를 편하게 대하는 법. 이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의 골프도, 당신의 하루도 조금은 부드러워져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The most important shot in golf is the next one.”
— Ben Hogan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다시 잘할 수 있다.

몰타 감성 칼럼 ⑤ — 몰타의 테이블, 기억을 마시는 저녁

어두운 와인바 내부에서 파스티치와 와인이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고 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특별한 걸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먹기로 했다. 천천히, 기억이 될 음식을. 몰타의 어느 와인바에서, 어느 저녁에, 그저 한 끼를 깊이 음미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은 결국 한 끼에서 기억된다.

슬리에마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행정청사와 고급 주택가가 섞인 마르사막슬록(Marsamxett Harbour) 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트가 길게 정박해 있는 항구 옆 해변 카페였고, 테이블은 거의 바다 위에 걸쳐져 있었다. 전날의 고조섬 일정이 길어 아침을 건넜기에, 허기가 져 있었고 덕분에 맛은 더욱 진해졌다.

슬리에마 해변 점심slima-lunch-harbour-view 요트가 정박한 항구 옆 테이블에 칼라마리와 파스타가 놓여 있고, 바다 위 햇살이 번진다.
슬리에마 해변 점심 slima-lunch-harbour-view 요트가 정박한 항구 옆 테이블에 칼라마리와 파스타가 놓여 있고, 바다 위 햇살이 번진다.

전채로 ‘칼라마리 튀김’을, 메인으로는 ‘스파게티 마레’를 주문했다. 튀김은 아주 얇고 바삭했고, 해산물 파스타엔 토마토 소스 대신 올리브오일과 화이트와인, 바질 향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오징어는 바삭한 껍질 아래 부드럽게 익어 있었고, 파스타 면은 ‘알덴테’ 그 자체였다.

짠내 나는 바람과 레몬 향이 어우러져 입 안을 깨우는 점심이었다. 옆자리 노부부는 와인 한 잔에 빵을 곁들였고, 청춘 커플은 디저트만 시켜 놓고 한참을 대화했다. 나는 조용히 포크를 들었다. ‘이 도시의 리듬 속에 내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 식당에서 마신 하우스 와인은 이날 마신 와인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강하지 않았지만 균형 잡힌 산도와 신선한 향. 나중에 알아보니, 몰타 본섬 내륙의 작은 협동농장에서 만든 소규모 생산 와인이었다. 그 맛은 바다보다 땅을 닮아 있었다. 포도보다 흙이 먼저 떠오르는 와인. 나는 두 잔을 마시고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다.

어두운 와인바 내부에서 파스티치와 와인이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고 있다.
어두운 와인바 내부에서 파스티치와 와인이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고 있다.

저녁은 다시 발레타에서, 골목 안 작은 와인바에서 이어졌다. 나무 탁자와 낮은 조명, 그리고 기분 좋은 정적. 바텐더는 고조섬산 화이트를 권했다. 첫 모금은 라임 껍질의 산미와 함께. 바질향과 짠내를 머금은 바람이 입 안을 맴돌았다. 목넘김은 부드러웠고, 바닥엔 석회암 가루 같은 텁텁한 여운이 남았다.

“이건 돌에서 자라요.” 그가 말했다. 몰타의 포도는 비옥하지 않은 석회암 지대에서 자란다. 그래서일까, 향은 절제되어 있고, 여운은 길었다. 나는 그 잔을 마시며 처음 몰타에 도착했던 날을 떠올렸다.

첫 번째 요리는 ‘파스티치(Pastizzi)’. 페이스트리 속에 리코타 치즈나 으깬 완두콩이 들어간 몰타식 간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길거리 어디서나 팔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파스티치는 그 어느 곳보다 깊었다. 바삭한 껍질이 입 천장에서 부서질 때, 안쪽 치즈가 고소하게 녹아내렸다. 빵 하나에도 구워진 햇살이 있었다. 이것이 몰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지만 진심인 것.

두 번째는 ‘팬프라이드 래빗 스튜(Rabbit Stew, Stuffat tal-Fenek)’. 몰타의 대표 음식이다. 양파, 마늘, 토마토, 레드와인으로 조린 토끼 고기는 씹을수록 단단하고, 맛은 의외로 순하다. 육질은 닭고기보다 진하고 소고기보다 부드럽다. 몰타 사람들은 이 요리를 가족이 모이는 날, 혹은 축일에 함께 먹는다 했다. 향은 허브와 레드와인이 어우러져 진하고 깊었다. 나도 어느새 그들처럼 혼자가 아닌 듯 식사를 이어갔다.

고조섬의 와인과 햇살이 어우러진 평온한 시음 장면

고조섬에서 마셨던 와인을 떠올렸다. 탈 미에나(Ta’ Mena) 와이너리. 돌길 끝에 펼쳐진 포도밭과 와인 셀러. 와인 잔을 들고 석양을 바라보던 그 순간. “우리는 시간을 병에 담는 사람들이죠.” 와이너리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몰타의 와인은 말이 없고, 설명이 없고, 그저 흘러든다. 마치 섬 전체가 와인 한 잔이 되는 기분이었다. 돌, 바람, 태양, 침묵, 그리고 오래된 믿음.

마지막은 몰타식 빵 ‘프티라(Ftira)’와 올리브오일. 몰타의 프티라는 단단한 외피 안에 신선한 토마토, 양파, 참치 혹은 캡퍼가 들어간다. 투박하지만 정직하고, 무엇보다 밥보다 더 따뜻한 빵이다. 씹을수록 토마토와 허브의 향이 올라왔고, 올리브오일은 맑고 풀잎 냄새가 났다. 그 빵을 조용히 씹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 섬의 맛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간다.

음식은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 나라의 기후, 역사, 풍경, 사람. 몰타는 입으로 만나는 섬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혀가 먼저 기억하는 섬. 한 끼가 한 계절 같았고, 한 모금이 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는 괜히 뒤를 돌아봤다. 자주 앉지 않던 창가 자리에 와인 한 잔이 아직 남아 있었다. 빛이 유리잔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The wine was made of sun, the bread was made of time. And the table? That was where Malta finally spoke.”

몰타는 그렇게, 테이블 위에서 자신을 말하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몰타 감성 칼럼 ④ — 낯설고 오래된, 몰타의 숨은 얼굴들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곤 한다. 고조섬에서 돌아온 날 밤, 나는 숙소 창가에 앉아 몰타 지도를 다시 펼쳤다. 익숙한 지명들 사이에 낯선 단어들이 있었다. Mdina, Blue Grotto, The Three Cities, 그리고 공항 근처 작은 와이너리 이름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이 섬의 절반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몰타의 중심부,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한 엠디나(Mdina). ‘침묵의 도시(Silent City)’라는 별명이 있는 이곳은 한때 몰타의 수도였다. 오늘날에도 차량의 도심 진입은 제한되어 있으며, 골목엔 말 발자국 소리와 바람 소리만 울린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는 이곳은 마치 시간의 틈새 같다. 중세풍 저택들 사이로 붉은 노을이 스며드는 순간, 도시 전체가 한 권의 책처럼 펼쳐진다. 마치 누군가 읽다 덮어둔 오래된 이야기의 중간 페이지.

몰타 남서쪽 해안에는 블루 그로토(Blue Grotto)가 있다. 햇살이 수직으로 떨어질 때, 동굴 안 바위와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빛의 푸른 조화는 초현실적이다. 작고 낡은 나무 배를 타고 진입하는 동굴 속은 마치 바다 속 성소 같았다. 어쩌면 몰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랑이 그곳에 있었다.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던 순간에도 나는 조용히 손을 담가보았다. 그 파랑은 찬물처럼 투명했고,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순수했다.

발레타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삼시티즈(The Three Cities)’는 몰타 기사단의 첫 정착지였다. 빅토리오사(Vittoriosa), 센글레아(Senglea), 코스피쿠아(Cospicua). 이 도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낡은 요새, 작은 교회, 허름한 항구 창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살아 있는 역사’가 있다. 특히 빅토리오사에서는 기사단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인퀴지션 궁과 병원터, 그리고 좁은 돌길 위 어스름한 오후 햇살이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공항 활주로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 처음 몰타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창밖으로 보았던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한때 폭격의 표적이던 활주로 주변 땅이 지금은 포도밭이 되었다는 사실. 그 와인은 분명히 그 땅의 시간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끝내 그 와이너리에 가지 못했지만, 그것이야말로 몰타의 아이러니였다. 상처 위에 꽃이 피고, 전쟁 위에 향이 자라고, 기억 위에 와인이 담긴다.

몰타에는 ‘코미노(Comino)’라는 아주 작은 섬도 있다. 겨우 몇 가구만이 사는 이곳은 블루라군(Blue Lagoon)으로 유명하다. 투명한 옥빛 바다와 하얀 바위,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카페 하나. 배가 닿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느려지고, 걷기 시작하면 더는 돌아갈 필요가 없어지는 곳이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그 섬에 하루쯤 멈춰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시간을 바라보는 하루.

몰타는 작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무한하다. 다 본 줄 알았던 도시의 골목에도,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 길목에도, 새로운 감정이 숨어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이 섬을 ‘끝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덮는다’고 말한다. 언제든 다시 펼칠 수 있는 이야기책처럼.

“You don’t finish Malta. You leave it open, like a book with a bookmark.”

몰타는 그렇게, 다 읽히지 않는 섬이다. 남겨둔 기억이 많을수록, 다시 돌아올 이유가 더 선명해지는 그런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카자흐스탄 트래블가이드] 카자흐스탄에서 바람은 남쪽으로 분다

지도를 펼쳤다. 종이 위의 땅은 조용하고 평평했다. 그러나 그곳에 이름을 얹는 순간, 풍경은 언어를 얻고, 낯선 대륙은 내 안에서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카자흐스탄’이라는 여섯 글자가 어느 순간 가슴에 걸렸다. 그리운 것도 아니고, 막연한 동경도 아닌데, 자꾸만 눈이 머문다. 바람의 나라, 초원의 그림자, 불그스름한 협곡.

여행은 늘 거기 없던 문을 여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실내에서 한 걸음만 바깥으로 나가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온도가 전혀 다른 곳이 나타난다. 우리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는 잊고 있던 질문을, 낯선 공간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되묻곤 한다.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카자흐스탄은 그 물음에 다소 느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라다. ‘금방 재미있어지는’ 곳이 아니다. 한 도시를 다 돌고 나서도 손에 들어오는 인상은 적다. 대신 가슴에 머무는 감각은 묵직하다. 협곡의 단면보다, 협곡을 마주했을 때의 정적이 더 오래 남는다. 호수의 물빛보다, 그 앞에서 아무 말 없이 함께 선 누군가의 기척이 더 또렷하다.

카인디 호수엔 나무가 물속에 서 있고, 콜사이 호수의 물빛은 하늘보다 진하다. 침블락의 만년설은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압도한다. 차른 캐니언은 땅이 울리는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 알틴에멜 국립공원의 사막은 노래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경관은 사진으로 보면 반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나머지 반은 그 자리에 있을 때, 바람을 맞고, 흙 냄새를 들이마시고, 그늘과 햇살의 경계를 천천히 걷고 있을 때만 체험할 수 있다.

사람보다 자연이 더 많은 나라. 도시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나라. 이 나라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조용히 있을 뿐이다. 대신 보는 이가 먼저 마음을 기울이면, 땅이 살며시 반응한다. 그래서일까. 카자흐스탄에서 느끼는 감동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여행이 있다. 떠나기 전보다 돌아와서 더 깊어지는 여정. 카자흐스탄은 아마 그런 나라다. 지금 당장 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 글을 읽은 어느 날, 당신의 마음이 먼저 그곳에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발을 디뎠을 때, 이미 익숙한 바람이 당신을 맞이하길.

그 바람은 남쪽에서 불어올 것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만재 기자 

[카자흐스탄 트래블가이드] 중앙아시아의 심장에서 만나는 자연과 문명의 숨결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실크로드의 지층 위에 서 있는 나라.

카자흐스탄은 지금, 여행자들의 시선이 머무는 새로운 이름이다. 인구는 약 2천만 명. 세계 9위의 국토 면적(약 272만㎢)을 가진 이 나라는, 도시보다 풍경이 먼저 시야를 채우는, 인간보다 자연이 먼저 말을 거는 드문 공간이다. 초원과 사막, 만년설과 침엽수림, 붉은 협곡과 물속의 숲이 하나의 풍경 속에 공존하는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시간과 지층이 교차하는 대륙의 정면이다.

카자흐스탄은 중국 시안에서 출발해 유럽까지 약 6,500km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핵심 경로에 자리 잡고 있다. 투르키스탄, 타라즈, 샤브락 등 고대 교역 도시들이 이 지역에 들어서며, 동서 문명이 교차하던 관문이자 유목과 정착이 맞닿은 접점이기도 했다. 이 ‘교차의 감각’은 지금도 카자흐스탄의 도시와 마을, 음식과 언어, 건축과 풍경 속에 다면적으로 살아 있다.

러시아,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동서로 약 3,000km에 달하는 땅 위에 펼쳐진 고원과 협곡, 호수와 설산은 이 나라가 단지 크기만 큰 국가가 아니라, 기후와 문화, 언어, 종교가 혼재하는 거대한 풍경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 중심에는 알마티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여전히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이 도시는, 고산지대와 도시적 삶이 공존하는 색다른 출발점이다.

카자흐스탄 여행의 적기는 보통 5월에서 6월, 그리고 9월에서 10월 사이다. 여름의 고원은 햇살과 바람이 선명하고, 가을의 산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겨울은 혹독하고 여름은 지역에 따라 무덥지만, 고산 지역에서는 한결 쾌적하다.

카자흐스탄에서 주목할 만한 풍경들은 단순히 ‘예쁜’ 수준을 넘어선다. 각각의 장소가 그 자체로 고요한 서사이자 시적인 울림을 품는다. 사진이 먼저 말을 걸고, 그 뒤에야 설명이 따르는 듯한 이 풍경들은, 경험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차른 캐니언 (Charyn Canyon)

카자흐스탄 동남부 알마티 인근에 위치한 차른 캐니언은 약 1,200만 년 전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붉은 사암 협곡이다. 길이 약 154km, 깊이는 최대 300m에 달하며, ‘미니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릴 만큼 장엄한 절벽과 기괴한 암석 형상이 매혹적이다. 사막과 초원이 맞닿은 지형에 있어 해가 질 무렵에는 절벽이 붉게 타오르듯 물드는 광경이 연출된다. 하이킹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카인디 호수 (Lake Kaindy)

알마티에서 약 130km 떨어진 고산지대에 위치한 이 호수는 1911년 지진으로 형성된 이색적인 자연현상이다. 침엽수림이 침수되어, 호수 한가운데 고사목이 우뚝 솟아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고요한 물빛은 초여름에는 녹색, 가을에는 남청색으로 변하며, 수면 위로 드러난 나무줄기는 마치 수묵화를 닮았다. 사진 애호가들과 자연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콜사이 호수 (Kolsai Lakes)

콜사이 호수는 ‘하늘의 거울’이라 불릴 만큼 청정하고 깊은 산악호수 세 곳이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다. 고도별로 호수의 색감과 주변 생태계가 다르게 펼쳐지며, 트레킹과 하이킹, 고요한 캠핑에 모두 적합하다. 특히 중간 호수까지 이어지는 8km 가량의 산책길은 숲, 계곡, 들꽃이 어우러져 여행자의 숨을 고르게 한다.

침블락 (Shymbulak)

알마티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침블락은 해발 약 2,260m에 자리한 고산 스키장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티엔샨 산맥의 절경이 펼쳐지며, 겨울엔 설산, 여름엔 고원 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는 알마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인근에는 유럽풍 산장과 카페도 있어 사계절 내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알틴에멜 국립공원 (Altyn-Emel National Park)

면적 약 4,600㎢에 달하는 이 거대한 국립공원은 ‘노래하는 모래언덕(Singing Dune)’과 ‘일곱 가지 색깔의 산(액토가이)’ 등 독특한 지형이 공존하는 자연생태의 보물창고다. 야생 말, 가젤, 독수리 등 멸종 위기 동물도 관찰할 수 있으며, 고대 암각화와 전설이 얽힌 유적지도 곳곳에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카자흐스탄인가?
한국인 여행자들이 선호해온 일본, 베트남, 태국, 유럽과는 결이 다르다. 여기는 관광 인프라가 덜 정비된 만큼, 더 원형에 가까운 자연과 문화가 남아 있다. 한적하고 고요한 땅, 서두르지 않는 풍경, 오히려 그러한 낯섦이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여행자에게 깊은 쉼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맛집이나 쇼핑 대신, 사막의 바람과 호수의 거울이 남는 곳. 트레킹, 사진 여행, 문화 답사형 여행에 모두 적합하며, 개인이나 2~4인 단위 맞춤 여행으로도 유연하게 설계 가능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항공료는 평균 100만 원 전후로 비수기 특가를 제외하면 결코 저렴하진 않다. 언어의 장벽(카자흐어·러시아어)과 대중교통 미비, 예약 시스템의 불편함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동시에 이 땅이 아직 손때 묻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현재 인천 알마티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 에어 아스타나가 주 3회, 이스터항공이 주 2회 운항 중이며 왕복 항공권은 평균 80만원에서 120만 원 선이다. 현지에서는 주로 전용 차량 투어나 렌터카 이동이 이뤄지며, 수도 아스타나와의 국내선도 운항 중이다. 

화폐는 텡게(KZT), 대도시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대부분 가능하다. 유심 또는 eSIM을 통한 데이터 사용도 비교적 원활하며, 공항이나 시내 대형 마트에서도 현지 유심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3~4시간 느리며, 복장은 보수적일 필요까진 없으나 이슬람 문화권 특성상 일정한 절제와 예의가 요구된다.

카자흐스탄은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기 어렵다. 그 점이 바로 이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질적인 자연, 다면적인 역사, 다층적인 문화가 어우러진 이 땅은, 지금 ‘여행’이라는 단어에 새로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 듯 가까운 응답이 된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기자 

초원과 빙하, 사막과 호수가 공존하는 ‘중앙아시아의 심장’을 걷다

바람과 바위가 나눈 오래된 대화, 그 땅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여행레저신문=이만재 기자) ‘카자흐스탄’. 지구의 한가운데서도 가장 넓고, 가장 고요한 땅. 이곳은 바람과 바위가 수천 년을 걸어 쓴 풍경의 기록이다. 중국 시안에서 출발, 유럽까지 장장 6,500킬로미터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했던 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서, 카자흐스탄은 동서 문명의 교차점이며 교역의 중심지들인 투르키스탄, 타라즈, 샤브락 등과 활발히 교류해왔다.

이 땅은 유목의 리듬과 소련의 흔적, 이슬람의 고요가 지층처럼 쌓여 있는 곳이며 과거 유목 제국의 통로이자, 냉전기의 핵실험장이었고, 지금은 독립된 다민족 국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 모든 층위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인 카자흐스탄, 여행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걷는 일이라면, 카자흐스탄은 그 둘을 가장 극적으로 겹쳐 보여주는 지도다.

그 중심에는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도시 알마티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지금도 문화와 예술, 경제가 밀집된 도시. 하지만 진짜 여정은 도시를 벗어난 자리에서 시작된다. 차른 캐니언의 붉은 협곡, 물속에 잠긴 숲 카인디 호수, 알프스를 닮은 침블락 설산까지. 경계 없는 풍경이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진다.

최근 국내외 항공사의 알마티 직항 노선 확장으로, 이 거대한 땅은 훨씬 가까워졌다. 현재 인천에서 알마티까지 직항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 에어아스타나(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가 주 3회 운항하고 있으며,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도 신규 취항을 준비 중이다. 평균 항공권 가격은 왕복 기준 80만~120만 원 선으로, 비수기에는 70만 원대 특가도 가능하다. 그에 따라 다양한 여행사들이 새로운 노선과 테마를 접목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이 지역을 연결하는 여행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카자흐스탄 5일’과 ‘6일’ 일정으로, 차른 캐니언, 카인디 호수, 콜사이 호수, 침블락 설산 등을 방문하며, 일정에 따라 알틴에멜 국립공원과 아씨고원도 포함된다. 출발가는 약 139만 원부터 시작되며, 계절과 항공편에 따라 달라진다. 대자연 속에서 색감과 지형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이 루트는 비슷한 풍경에 지친 여행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젊은 감각의 ‘밍글링 투어 로드트립’은 자유여행 요소를 결합했고,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연계한 ‘중앙아시아 7·10일’ 상품도 마련돼 있다. 구성은 단순한 포인트 나열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자연과 문명의 지층을 따라가는 구조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이 땅은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은 바로 이 나라의 힘이다. 익숙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 눈을 크게 뜨게 되고, 미지이기에 더 진심으로 대하게 된다. 이방인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풍경, 카자흐스탄은 그런 방식으로 여행자를 환대한다.

단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왜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 땅엔 있다.

카자흐스탄은 더 이상 머나먼 대륙이 아니다. 바람과 바위가 속삭이던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발 아래로 당도했다.

이박사의 와인스쿨 ① 와인은 어떻게 인류의 술이 되었을까

술은 인간의 기억을 담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와인은 유독 오래되고, 유독 사람 냄새가 짙다. 와인은 인류가 처음으로 마신 술이자, 가장 먼저 잊지 못한 술이다.

오늘날 와인의 시작은 대개 조지아(Georgia)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캅카스 산맥 아래, 지금으로부터 약 8,000년 전. 사람들은 포도송이를 따서 그릇에 보관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포도는 스스로 발효되었다. 그 결과 생겨난 붉고 탁한 액체, 그것이 와인의 최초 형태였다.

와인의 기원을 설명할 때, 학자들은 발효의 과학항아리의 역할을 먼저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 깊이 남는 건 언제나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다.

고대 페르시아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왕궁의 창고에 보관되던 포도 항아리 하나가 변질되었다. 상한 냄새가 났고, 거품이 일며 부패한 액체로 여겨졌다. 궁중 무희 한 명은 실연의 슬픔에 목숨을 끊으려 그 항아리의 내용물을 마셨다.

그런데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그 사실을 왕에게 알렸고, 왕은 그 술을 “생명을 되돌리는 신의 음료”라 칭하며 백성에게 마시게 했다. 와인은 그렇게 ‘슬픔의 술’에서 ‘기쁨의 술’로 태어났다.

이집트의 왕들은 포도주를 무덤에 함께 묻었고, 그리스의 디오니소스는 술과 광기의 신이 되었다. 로마의 병사들은 출정 전 와인에 빵을 적셨고, 성직자들은 미사의 피로 와인을 올렸다.

하지만 와인이 일상 속 술이 된 건 중세 수도원부터 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수도사들은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만들었다. 그들은 품종을 기록했고, 해마다 포도의 성질을 기록하며 지중해 와인의 DNA를 만들었다. 우리가 아는 ‘보르도’, ‘부르고뉴’라는 이름은 그들의 손에서 태어난 지역의 이름이었다.

이후 유럽의 식민지 확장과 함께 와인은 지구 반대편까지 퍼졌다. 스페인은 남미로,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포르투갈은 브라질로 포도나무를 가져갔다. 이제 와인은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캘리포니아에서도 자란다.

나는 몰타의 어느 저녁, 붉은 와인을 한 잔 마셨다. 햇살에 그을린 돌담과 바닷바람이 어우러진 테라스에서, 그 와인을 마시는 순간, 나는 그날의 햇빛과 오래된 사람들을 함께 마시는 기분이었다.

 

와인은 오래됐지만 낡지 않았다. 와인을 마신다는 건, 잊지 못할 순간 하나를 천천히 다시 음미하는 일이다.

 
미디어원 Forecast
  • 와인은 인류가 가장 먼저 마신 술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할 술이다.
  • 8천 년 전 항아리 속에서 시작된 이 술은, 오늘날 여행자의 감정에도 여전히 머문다.
  • 다음 회차에서는 레드, 화이트, 로제의 차이와 입문자 추천 와인을 소개합니다.

미디어원 l 이만재 기자

몰타 감성 칼럼 ③ — 몰타의 밤, 오래된 바다의 향기

몰타의 밤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찾아온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하늘은 분홍에서 남색, 남색에서 어두운 청회색으로 넘어간다. 그 무채색의 경계에서, 도시의 등불이 하나둘씩 켜진다. 나는 발레타의 성벽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바람은 해안을 따라 밀려왔고, 어느 순간, 그 바람에 이끌리듯 도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몰타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섬이다. 낮에는 역사의 풍경 속을 걷고, 밤에는 그 풍경의 기억을 더듬는다. 고요한 골목, 대리석 바닥, 오래된 석회암 벽. 모두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했다.

특히 발레타의 성 요한 공동대성당(St. John’s Co-Cathedral)은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마주하는 것이 전혀 달랐다. 낮에는 금박과 바로크 장식, 화려한 카라바조의 작품들이 눈을 사로잡았다면, 밤의 대성당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문이 닫혀 있었지만, 나는 문 앞에 앉아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

성벽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에 닿는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붐비던 그 정원이, 밤에는 빛과 바람만이 머무는 조용한 전망대가 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몰타 항구의 풍경은, 말 그대로 밤의 시(詩)다. 바다엔 여전히 유람선 몇 척이 정박해 있었고, 건너편 슬리에마의 불빛은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빛을 ‘몰타의 눈물’이라 불렀다. 전쟁과 점령, 망명과 귀환의 시간들이 스며든 바다의 흔적. 나는 그 말이 과장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 좁은 골목에 있는 작은 와인바에 들어섰다. 유리창은 흐려져 있었고, 안에는 조용한 재즈가 흘렀다. 바텐더는 나에게 추천 와인을 한 잔 따라주었고,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목넘김은 부드러웠고, 약간의 나무향이 났다. 오래된 통에 담긴 시간의 맛. 벽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몰타 지도와 기사단 문장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Time doesn’t pass in Malta. It rests.”

나는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몰타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쉬고 있다. 모든 것이 조금 느리고, 조금 무겁고, 조금 더 오래 머문다. 그리고 그 ‘오래됨’은 낡음이 아니라 품음이다. 이 섬은 오래된 것들을 지우지 않고 품는다. 전쟁의 상처도, 황금의 찬란함도, 이별의 슬픔도, 순례자의 숨결도.

그날 밤, 숙소로 돌아가는 골목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보였다. 도시 안에서 별을 본다는 건 이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되었지만, 몰타에선 아직 가능했다. 별빛은 조용히 도심 위를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별빛과 눈을 맞췄다.

몰타의 밤은 그 별빛처럼 스며든다. 화려하지 않다. 조용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관광지 소개서에 없는 밤의 장면들이, 진짜 몰타의 표정 같았다.

“The sea breathes slower at night, and so does Malta.”

몰타의 밤은 그렇게, 지중해 바람을 타고 기억 속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는 시간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미지의 그곳, 세이셸

트래블가이드 칼럼 시리즈 4편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 불렸던,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그곳
세이셸.
CNN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꼽았던 그 곳.
영국의 찰스 황태자(현 찰스 3세)가 다이애나비와 신혼여행을 보낸 섬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그 기억은 오래된 여행 다큐멘터리의 잔상처럼 흐릿하다.

세이셸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잠시 멈칫한다.
“남태평양 쪽?”, “몰디브 근처 아냐?”, “아프리카 섬?”
지명은 기억나도 위치도, 발음도, 정체도 불확실한 이름.

그런데도 사람들은 막연히 ‘파라다이스’라 부른다.
정작 파라다이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가 가는가 – 그리고 누가 아직 가지 못하는가

세이셸은 오랫동안 신혼여행자들을 위한 섬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훨씬 더 다양한 여행자들이 섬의 하루를 채운다.

실버 허니무너들: 새로운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커플.

청춘의 장기 여행자들: 떠나는 것보다 머무는 감각을 찾는 젊은이들.

스쿠버다이버와 트레커들: 바다와 숲을 모두 품은 섬의 이중성을 경험하기 위해.

자연 중심의 웰니스 여행자들: 복잡한 스케줄이 아닌, 한숨 돌릴 여유를 찾는 사람들.

세이셸관광청은 최근 ‘배낭여행자’(Backpacker)란 표현 대신 “에코 트래블러”, “자연 감응 여행자” 같은 단어를 사용하려 한다.
그만큼 세이셸은 이제 단지 ‘휴양지’가 아니라, 자연 안에서 자신을 재정렬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멀고도 가까운 – 롱홀(Long Haul)의 아이러니
세이셸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론 멀다.
한국에서 직항은 없다.
최소 2~3회 경유해야 도착하는 롱홀(Long Haul) 목적지.
주요 경유지는 두바이, 도하(카타르),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등.
이 자체만으로도 세이셸은 ‘단기 여행지’가 아니라, 계획이 필요한 섬이 된다.

하지만 이 거리야말로 세이셸이 아직도 보존된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닿지 않기에, 쉽게 잊히지 않는 곳.
멀리 있어야 오히려 가까운 기억으로 남는 땅.

연결의 지혜 –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방법
세이셸관광청은 지금 혼자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섬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선, 함께 묶는 전략과 연합의 감각이 필요하다.

  • 두바이 2박 + 세이셸 5박 패키지
  •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파리 + 세이셸 오션뷰
  • 아프리카 동해안 섬(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과 연계 크루즈 상품
  • 럭셔리 골프 & 요가 & 요트 프로그램 연합 브랜딩

‘아름답다’는 말은 혼자 외쳐선 힘을 얻지 못한다.
함께 설계하고, 함께 연결하고, 함께 설득해야 세이셸은 다시 ‘선택받는 이름’이 된다.

세이셸관광청의 작은 불빛

지난 2년 여의 시간 동안 세이셸관광청은 한국 시장에 돌아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 박람회 참가, 팸투어 진행, 콘텐츠 협업, 미디어 브리핑 등.
하지만 아직은 플랫폼에 노출되지 않은 진열대의 상품처럼,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이다.

 
“세이셸이 아름답다는 건 다들 알아요.
문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세이셸은 여전히 설명되지 못한 섬이다.
그리고 설명되지 못한 섬은, 곧 잊히는 이름이 된다.

파라다이스란 무엇인가
파라다이스는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다.
SNS에서, 미디어에서, 알고리즘에서 끊임없이 기록 가능한 풍경’이 되어야 살아남는다.

하지만 세이셸은 그 반대편에서 여전히 묵묵히 빛나고 있다.
소음보다 침묵이, 사진보다 감정이,
스피드보다 느림이 주는 울림으로.

파라다이스란,
“단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드는 기억의 구조다.”

[에필로그] 낯선 이름, 그러나 사라지지 않을 섬

세이셸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낯선 만큼 사라지지 않을 감각을 남긴다.

이 섬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고요하게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세이셸은 진짜 파라다이스로 존재하고 있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몰타 감성 칼럼 ② — 고조섬, 섬의 그림자 위를 걷다

몰타 본섬에서 페리를 타고 북서쪽으로 25분쯤. 물살이 잔잔한 날이었다. 배는 소리 없이 바다를 가르며 고조섬(Gozo)으로 향했다. 이 섬은 몰타의 또 다른 얼굴이다. 본섬이 도시와 유산, 사람들로 가득한 무대라면, 고조는 여백과 침묵, 그리고 느린 감정이 스며 있는 캔버스에 가깝다.

고조의 항구 마르사포른(Marsalforn)에 닿았을 때, 공기는 달랐다. 더 느리고, 더 단단하며, 더 오래된 냄새가 났다. 이곳에는 대형 호텔 대신 가정집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많았고, 2층 발코니마다 빨래가 펄럭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소곳했고, 골목의 소리는 줄었고, 햇살은 반사되지 않고 스며들었다.

내가 처음 찾은 곳은 ‘지간티야 신전(Ggantija Temples)’이었다. 기원전 3600년경, 인류가 돌을 세워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신전 중 하나다. 이름부터가 ‘거인의 탑’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높이 5~6미터, 무게 20톤이 넘는 석재들이 정교하게 세워져 있다. 한때 사람들은 이 구조물을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 믿었다.

신전 앞에 섰을 때, 나는 말을 잃었다. 그 돌들은 설명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손바닥으로 벽을 짚었다. 차가운 돌의 온도는 햇살과 공기의 시간차를 품고 있었다. 그건 오래전 사람들이 남긴 온도였고, 이 섬이 품은 기억의 껍질이었다.

신전에서 나와 고조의 중심 도시인 빅토리아(Victoria)로 향했다. 지역 사람들은 아직도 이곳을 라바트(Rabat)라 부른다. 고조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시로, 언덕 위에 세워진 빅토리아 성채(Cittadella)는 이 섬의 심장이다. 성벽을 따라 걷는 동안 바람이 불어왔다. 아주 오래된 바람. 농지와 붉은 기와지붕이 펼쳐지는 풍경, 종탑 너머로 들려오는 느린 종소리. 이 성벽은 과거에 섬 주민들이 해적과 오스만 제국의 침공에 대비해 몸을 숨기던 곳이었다.

나는 성채 안쪽 작은 골목에 있는 카페에서 쉬었다. 고조산 올리브오일과 신선한 치즈가 든 샐러드를 시켰다. 관광지는 적당히 붐볐고, 한국인 관광객도 간간이 보였다. 하지만 몰타 본섬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었다. 여기선 모든 게 0.8배속으로 흘렀다. 핸드폰 속 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그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고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라마라 베이(Ramla Bay)’에서 만났다. 붉은 빛을 띠는 모래 해변이 펼쳐진 라말라 베이는 고조의 자랑이자, 몰타 전체에서 가장 특이한 색의 해변으로 꼽힌다. 해질녘,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바다는 진한 자청색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안선 가까이엔 연인 두 쌍과 아이 둘이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나는 조용히 신발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갔다.

차갑고, 부드러우며, 익숙하지 않은 감촉. 마치 오래전 어떤 감정이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고조섬의 해안선은 직선이 아니었다. 이 섬은 기억처럼 휘어져 있었고, 내 마음도 따라 휘어졌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탈 미에나(Ta’ Mena)’ 와이너리였다. 넓은 농장과 와인 셀러, 시음 공간까지 갖춘 가족 운영 농장이었다. 그곳에서 고조산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흙냄새와 바람, 그리고 바위의 여운이 섞여 있었다. 와이너리 주인은 “우리는 시간을 병에 담는 사람들이죠”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는 그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와인을 천천히 삼켰다.

돌아오는 페리 위에서 나는 고개를 들어 다시 고조섬을 바라봤다. 빛은 이제 거의 다 사라졌고, 섬은 윤곽만 남아 잿빛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섬이 밤이라는 시간의 물속에 천천히 잠겨드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몰타를 이야기할 때, 고조를 자주 빼놓는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고조는 몰타가 끝내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Gozo is what Malta once was — a poem in stone, spoken slowly under the sun.”

고조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라디그 – 세상에서 가장 시간이 더디 가는 낙원에서의 하루

트래블가이드 칼럼 시리즈 3편

 

페리는 프랄린을 떠나 천천히 라디그를 향해 나아갔다.
바다는 잔잔했고, 구름은 낮았으며, 섬의 윤곽은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로 조금씩 다가왔다.
멀리 보이는 회색 바위 능선과 야자수, 그 아래 조용히 자리 잡은 해변.

라디그(La Digue).
세이셸에서 가장 작고, 가장 느리고, 가장 오래 기억되는 섬이다.

도착은 입장이 아니라 슬며시 스며 드는 것이다.
도착장을 빠져나오면 관광버스도, 자동차도 없다.
낯선 도시의 소음이 아니라, 자전거 벨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가 여행자를 맞는다.
작은 섬은 자전거로 반나절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지만, 누구도 속도를 내지 않는다.

길은 모래로 덮여 있고,
야자수가 내린 그늘 아래로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지나간다.
섬은 관광지를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어디든 가보라’고 조용히 등을 밀어줄 뿐이다.

거북과의 시간, 거울을 마주한 듯
섬 중심부로 들어서면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보호구역이 있다.
몇 백 년을 살아온 거대한 거북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기도 전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들의 움직임은 걷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이다.
풀을 먹는 모습조차 의식처럼 느껴지고,
그들이 깜빡이는 눈동자 하나에 시간의 밀도가 달라진다.

거북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깨닫는다.
이 섬에선 느림은 결핍이 아니라 깊이라는 것을.

세 개의 해변, 세 개의 감정
안세 수르스 다르장(Anse Source d’Argent)
분홍빛 화강암과 얕은 투명 바다가 겹쳐진 풍경.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히는 곳이지만, 정작 이곳을 걷는 이들에겐 카메라보다 침묵이 먼저다.
바다는 잔잔하고, 그 잔잔함은 마음까지 끌어내린다.
걷다 보면 해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랑 안세(Grand Anse)
섬의 남쪽, 바다의 기운이 강하게 몰려드는 곳.
파도는 높고, 모래는 흐르고, 바람은 울며 지나간다.
이 해변에선 누구도 웃지 않는다.
경외와 감탄, 그리고 잠시 멈춤.
이곳은 자연이 여전히 더 크고 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자연의 경계선이다.

쁘띠 안세(Petite Anse)
그랑 안세를 지나 걷다 보면 나타나는 작고 고요한 해변.
이름 그대로 ‘작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
사람의 말보다 바다의 호흡이 더 크게 들리고,
혼자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해변.
그 자체로 자기만의 시간을 복원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늘과 낮잠, 여행의 또 다른 목적지
한낮의 라디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현지 식당에서는 구운 생선에 라임을 짜 넣고,
바나나와 향신료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가 조용히 놓인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대화는 길지 않고, 식후에 반드시 찾아오는 건 졸음이다.

그늘 아래 나무 의자에 몸을 눕히면,
사람은 배경이 되고, 배경은 사람을 감싸 안는다.
라디그에서는 풍경이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감각의 이불이 된다.

해 질 무렵, 가장 조용한 장면
오후 늦게, 해변에 다시 나가면
라디그는 또 하나의 빛을 준비하고 있다.

석양.
이 섬의 하루는 해가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태양이 스스로를 내려놓는 의식이 시작된다.

분홍 빛 하늘, 금빛 물결, 그리고 해안을 감싸는 긴 그림자.
그 안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한 장면 속에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고요히 눌러앉는다.

이 석양은 빛이 아니라 침묵의 색깔이었다.

돌아오는 길, 마음은 뒤에 남는다
다시 프랄린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으면
모두가 조용해진다.

그 섬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머물렀는지가 중요하다.

라디그는 풍경을 보여주는 섬이 아니었다.
시간을 풀어놓는 섬,
감정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장소.

라디그는  단지 휴양지가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를 복원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낙원이었다.

[트래블가이드 – 세이셸 3부작 완결]

세이셸은 멀고도 가까운 섬이다.

지도에서는 멀지만, 감정 안에는 오랫동안 남는다.
섬들은 떠나보낸 후에야 비로소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몰타 감성 칼럼 ① — 그 섬에 닿는 순간부터

비행이 끝났을 때, 나는 이미 꽤 지쳐 있었다. 인천에서 경유지까지 열 시간, 다시 몰타까지 다섯 시간 더. 눈꺼풀은 무겁고, 옆자리 청년의 이어폰 소리는 계속 새어 나왔다.

하지만 비행기 창밖으로 작은 섬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나는 피로를 잊었다. 고요하고 단단한 윤곽.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분명 수백 번 사진으로 보았는데도 낯설었다. 그 낯섦이 마음을 휘감았다.

몰타 국제공항 활주로는 작았고, 이국적인 햇살은 하강 중인 기체 안에서도 느껴졌다. 활주로 가장자리에 정렬된 와이너리 밭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말하길, 이 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의 표적이자, 지금은 평화의 포도를 키우는 땅이라고 했다. “이 섬을 찰스 왕세자가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곳이라고 회고했다지.” 그는 왕세자 시절, 젊은 부인과 몰타에 머물며 일상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빌라 구아르다망자. 그 평범한 이름의 저택이 지금은 박물관처럼 여겨진다. 몰타는 찰나의 평온을 기억하게 하는 장소였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공기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찬란하지 않고, 눅눅하지도 않은 공기. 적당히 바다 냄새가 섞인 공기였다. 택시를 타고 슬리에마 쪽으로 향했다.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했다. 택시 기사의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았다. 섬의 언어는 몰타어였지만, 관광객은 대부분 영어로 소통한다.

창밖엔 노란 석조 건물들이 이어졌다. 옛 것 같지만, 그 낡음이 아니라 ‘오래됨’의 기품이었다. 시간은 여기를 비켜가지 않고 정면으로 통과한 느낌. 그래서 정직하고, 그래서 조금은 경건했다.

호텔 체크인 후, 곧장 밖으로 나왔다. 지도를 보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 도시. 작은 골목 끝에서 바다가 툭 튀어나오는 동네. 그게 몰타였다. 그리고 그 바다 위로 떠오르는 섬. 고조섬과 코미노섬이 저기 어딘가에 있다고 했다.

나는 아직 닿지 않은 감정들을 상상했다.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해안가까지 내려가니, 노을이 스르르 번지고 있었다. 처음 보는 바다였지만 왠지 낯설지 않았다. 아마 이 섬의 기억이 먼저 나를 기억해준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길모퉁이에 앉은 노부부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손끝이 조금씩 닿았다 떨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 조용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몰타의 첫인상이 사람보다 공간에서 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람보다 길, 표지판보다 그림자, 그리고 말보다 냄새에서 오는 낯설고 오래된 친근감. 그런 것들이 이 섬의 진짜 언어 같았다.

몰타는 ‘지중해의 파라다이스’라 불린다. 유럽의 노년들은 이곳을 은퇴 후 낙원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 적어 놓는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몰타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검소했고, 덜 과장되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 좋았고,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찰스가 그곳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첫 끼니를 시켰다. 바질내음이 향기롭고, 빵은 단단했다. 옆자리 외국인이 내게 물었다. “처음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말했다. “여긴 처음은 한 번 뿐이야. 근데 다들 두 번째 올 걸 미리 계획하고 가.” 나는 웃었고, 조용히 포크를 들었다. 그 순간은 마치 이 섬이 나를 위해 준비해둔 대사 같았다.

그러니까, 파라다이스는 때로 그렇게 오는지도 모른다. 공항 활주로를 내려, 햇살을 맞고, 아무 말 없이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Perhaps this is why they still call it the Paradise of the Mediterranean. Even Charles, before he was king, called it the only place he ever felt normal.

몰타는 그렇게,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프랄린의 하루 – 코코드메르 숲과 바다 끝의 빛

트래블가이드 칼럼 시리즈 2편

 

마헤섬을 떠나는 아침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진동을 남기며 천천히 떠올랐다.
창 아래 펼쳐지는 인도양은 유리처럼 평평했고, 섬들은 바다 위의 점처럼 흩어져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20여 분 뒤, 세이셸의 두 번째 섬, 프랄린(Praslin)에 도착한다.
작은 활주로, 간결한 공항, 그 곁에 파도 소리가 깃든 풍경.
이곳은 누군가의 고향처럼 조용하고 단정했다.
여행자의 일상이 아닌, 삶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세이셸의 심장, 코코드메르의 숲
프랄린의 중심에는 발레드메르 국립공원(Vallée de Mai)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세이셸의 심장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오직 이곳에서만 자라는 코코드메르(Coco de Mer) 때문이다.

코코드메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자수다.
높이 30m, 잎의 길이는 6m를 넘고, 열매는 사람의 몸을 연상케 하는 형태로 무게는 20~30kg에 이른다.
고대 유럽에서는 이 열매를 ‘에덴의 과일’, ‘신의 나무 열매’라 불렀고, 수 세기 동안 정체불명의 전설로 바다를 떠돌았다.

이 신비로운 종은 오직 프랄린과 퀴리외즈 두 섬에서만 자생한다.
하나의 열매가 자라 완전히 성숙하기까지 7~10년,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잎을 펼치기까지는 인간의 한 세대가 흐른다.

이 숲은 빠름이 없다.
대신 지구의 원초적 시간감각을 품고 있다.
빛은 잎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생명이 스쳐간다.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허락받은 존재로 이 숲에 발을 들이게 된다.

앙세 라지오 – 빛과 바람의 해변
프랄린의 북쪽 끝, 짧은 트레일을 지나면 세계 10대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앙세 라지오(Anse Lazio)가 펼쳐진다.
투명한 바다, 부드러운 백사장, 분홍빛 화강암 바위, 그리고 정적.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절경이다.

물이 무겁게 반짝이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시간조차 눕는다.
관광객도 적다. 그래서 더 깊다.
이곳은 ‘어디를 갈까’보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섬 마을 사람들, 낮은 생활의 리듬
섬 안쪽 마을은 작고 낮다.
가게 대신 나무 아래 그늘, 메뉴판 대신 입소문, 쇼핑보다 기다림이 있는 장소들.

시장에서는 얼음 없이 생선이 진열돼 있고, 바나나, 코코넛 주스, 수공예품이 길가 돌 위에 놓여 있다.
현지인은 여행자에게 말을 걸기보다 먼저 눈빛을 보낸다.
이곳에서는 거래보다 인정, 속도보다 존재가 먼저다.

앙세 게오르게뜨 – 가장 조용한 절경
프랄린 북서쪽 고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앙세 게오르게뜨(Anse Georgette)는 순백의 곡선 백사장과 바위 절벽, 그리고 짙은 바다 색이 조화를 이룬다.
이 풍경은 설명보다 감각이 오래 남는다.
카메라보다 그 자리에 오래 머무는 일이 더 진하다.

섬 하나에서 보낸 하루는, 감각이 잠시 멈춘 풍경이었다
프랄린에서 배를 타고 15~40분 거리에는 지도에도 희미하게 찍힌 섬 하나가 곧 호텔인 곳들이 있다.
노스 아일랜드, 프리깃 아일랜드, 실루엣 섬, 그리고 프랄린 근처의 힐튼 라브리즈 리조트가 있는 라브리즈섬까지.
이들은 단지 숙박 공간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를 줄여주는 공간이다.

노스 아일랜드는 거북이들이 산란하는 하얀 해변과 석양을 등지고 흐르듯 지는 바다의 기울기가 인상적인 섬이다. 거대한 야자수와 은빛 파도가 맞닿는 그곳에서는 소리보다 정적이 먼저 와 닿는다.

프리깃 아일랜드는 정글처럼 울창한 숲과 그 안에 감춰진 풀빌라들이 조용히 숨어 있다.
테라스 아래로는 열대새가 날아들고, 밤이 되면 나무와 별 사이에서 새벽이 먼저 온다.

힐튼 라브리즈 리조트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단순한 편안함 속에 자연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곳이다.
풀장과 바다가 분리되지 않고, 사람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앉아 있게 된다.

이곳에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무엇을 할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잠들고, 걷고, 듣고, 바람 속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 모든 순간이 ‘여행’이라는 단어를 벗어난다.

떠날 땐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섬이란, 풍경이 아니라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가장 또렷해지는 순간은, 아무 말 없이 섬이 말을 걸어올 때다.

라디그를 향하는 오후
오후가 되면 여행은 다시 바다 위로 이동한다.
작은 페리가 프랄린 항을 떠나, 다음 목적지 라디그(La Digue)를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바다는 짙푸르고 잔잔하다.
멀리 실루엣으로 나타나는 라디그섬은 화강암 능선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조용한 풍경.

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오래 기다려왔던 듯한 표정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다음 예고] 3편 – 라디그, 세상 가장 느린 낙원의 마지막 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전용 입국심사대’ 시범 운영

김포·김해·하네다·후쿠오카 공항서 6월 한 달간 적용… 사전 등록 필수

(여행레저신문=이만재 기자) 한일 양국 정부는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한 달간 양국 주요 공항에서 전용 입국심사대(패스트트랙)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특정 국가 대상 전용 입국 심사대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와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한일 간 인적 교류 확대와 출입국 편의 증진을 위한 한시적 제도다. 시범 운영 후 정식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포·김해·하네다·후쿠오카 4개 공항 대상
이번 제도는 한국의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일본의 하네다공항(제3터미널)과 후쿠오카공항 등 총 4곳에서 적용된다.
이용 가능자는 입국일 기준 최근 1년 이내에 상대국 입국 이력이 있는 단기 체류 방문객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하네다·김포 구간은 항공사 조건도 포함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이용 시에만 전용 심사대 이용이 가능하다. 후쿠오카·김해 구간은 항공사 제한이 없다.

사전 등록 필수… QR코드 제시해야

전용 입국심사대 이용자는 사전 등록이 필수다.

한국인 일본 방문 시: 일본 정부의 ‘Visit Japan Web’(https://www.vjw.digital.go.jp)에 등록 후, QR코드를 캡처하여 입국장 안내원에게 제시

일본인 한국 방문 시: 한국 정부의 전자입국신고 시스템(https://www.e-arrivalcard.go.kr)에 사전 등록 후, 심사대 이용 여부가 포함된 신고서 화면을 캡처하여 제시해야 한다

※ 여권을 갱신한 경우, 과거 입국 이력이 시스템상 확인되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기존 여권과 동일한 여권으로 입국해야만 자동 이력 조회가 가능하다.

가족 동반자도 이용 가능
이번 조치에서는 동반 배우자 및 1촌 이내 가족도 전용 입국심사대 이용이 가능하다. 단, 반드시 사전 등록 시 ‘동반 가족’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하며, 동일 항공편으로 입국해야 한다.

국교정상화 60주년 공동 기념 사업의 일환
전용 입국심사대 시범 운영은 양국 정부가 추진 중인 60주년 공동 기념 사업의 일환이다.
양국은 2024년 말 기념 로고와 슬로건을 선정하고, 2025년 2월에는 남산 서울타워와 도쿄타워를 동시에 점등하는 상징적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양국 간 실질적 신뢰 회복과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상징적 조치”라며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몰타 트래블가이드 제2장 — 항공편과 기타 실용 정보

몰타, 어떻게 가는가?

 
대한민국에서 몰타로 가는 직항편은 현재 없다. 대부분 인천국제공항(ICN)에서 출발하여 이스탄불, 프랑크푸르트, 로마, 도하, 아부다비 등을 경유한 후, 몰타 국제공항(Malta International Airport, MLA)로 도착한다.

몰타 국제공항은 수도 발레타에서 약 10km 떨어져 있으며, 공항 규모는 작지만 유럽 주요 도시와의 연결성은 탄탄하다.

평균 소요 시간: 15~20시간 (경유 포함)

항공권 평균 가격: 비수기 약 90만~110만 원 / 성수기 130만 원 이상

추천 노선: 대한항공 + 터키항공 연계, 아시아나 + 루프트한자 조합

몰타 도착 후 공항에서는 택시, 셔틀버스, 공항 리무진,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으며, Bolt 등 차량 호출 앱도 운영된다.

여행상품 트렌드

최근 몰타 여행은 단독보다는 연계 상품 중심으로 구성된다. 가장 인기 있는 패키지는 다음과 같다:

몰타 + 고조섬 + 코미노섬 5~7일

몰타 + 시칠리아 팔레르모 연계 8일

몰타 +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나폴리 + 로마 10일

몰타 단독 자유여행도 인기지만, 섬 내 교통과 숙소가 비싼 편이라 가성비 있는 소그룹 패키지, 허니문 특화상품도 호응을 얻는다.

몰타는 CNN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곳’ 중 하나로 꼽은 나라이자, 영국 찰스 황태자가 허니문지로 다녀간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미지 덕분에 여전히 ‘신혼여행지’, ‘파라다이스’로서의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20~30대 배낭족, 실버 허니무너, 영어 연수자들까지 몰타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인종과 언어

몰타 인구는 약 55만 명으로, 인종 구성은 몰타계 백인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엔 유럽, 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과 난민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EU 내 노동 이동과 관광 산업 성장으로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와 거주자들이 유입되었다.

공식 언어는 **몰타어(Maltese)**와 영어다. 몰타어는 아랍어계 언어이지만 라틴 문자를 사용하며, 일상 언어로 쓰인다. 영어는 행정, 교육, 의료, 관광 전반에 널리 사용되어 외국인에게 매우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교통 시스템

교통은 대중버스가 저렴하지만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다. 주요 수단:

버스: Tallinja Card 구입 시 할인 가능, 대부분 1.5~2유로

Bolt / eCabs: 몰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차량 호출 앱

렌터카: 좌측통행, 좁은 골목과 일방통행 많아 운전 난도 높음

고조섬/코미노섬 연결 페리: 하루 수차례 운행, 가격 저렴

도심 간 이동은 버스 중심이나, 고조섬과 몰타 본섬 간 페리와 셔틀도 자주 운행된다. 몰타의 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으나, 피크 시즌엔 혼잡한 구간이 많다.

화폐와 물가

몰타의 공식 통화는 유로(EUR)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고, 소액 결제 시에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ATM은 주요 관광지와 도심 곳곳에 있으며, 대부분 영어 안내가 지원된다.

물가 수준: 유럽 평균보다 약간 낮은 편이나, 관광 중심지(발레타, 슬리에마 등)는 숙박 및 식비가 다소 비싸다.

팁 문화: 자율적이며, 레스토랑·카페에선 보통 5~10% 정도 남긴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엔 서비스 차지가 포함된다.

기후와 여행 시기

여름(6~9월): 고온건조, 해수욕과 다이빙 최적기지만 관광객 가장 많음

가을(10~11월): 적당한 온도, 문화유산 중심 여행에 적합

겨울(12~2월): 비가 오지만 온화한 편, 도시 관광에 유리

봄(3~5월): 꽃피는 계절, 여행 최적기

몰타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 연중 대부분의 기간이 여행에 적합하다. 여름은 덥고 건조하며, 겨울은 영상 기온을 유지하면서도 간헐적인 비가 내린다. 바람이 많은 지형 특성상, 일교차와 체감 온도 차이가 커 얇은 바람막이나 재킷이 유용하다.

특히 4~5월과 10월은 몰타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황금기다. 바람은 선선하고 햇살은 따뜻하며, 군중 없이 고요한 고조섬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한다.

실용 정보 요약

전압: 230V, 3핀 플러그 (영국식) → 어댑터 필수

화폐: 유로(EUR)

팁 문화: 식당 5~10% 자율, 서비스 요금 포함된 경우 많음

물가: 유럽 평균보다 약간 낮으나 관광지 중심 숙박/식비는 높은 편

의료: 공립병원 + 사립병원 모두 이용 가능, 영어로 진료 가능

치안: 매우 안전한 국가로 평가되며, 야간에도 관광지 이동 가능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90일 무비자 입국 가능 (셍겐협정국)

몰타는 멀리 있다. 그러나 단 한 번 도착하면, 그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바람, 언어, 골목, 택시, 작은 페리, 늦은 오후의 석양까지—몰타는 ‘그곳에 닿는 순간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여행레저신문, 공식 마스코트 ‘라루 & 루미’ 발표

“세상의 길목마다, 여우 둘이 먼저 다녀갔습니다.”

 

여행레저신문(발행인 이정찬, https://thetravelnews.co.kr)이 글로벌 여행 콘텐츠 프로젝트 ‘1000 Cities 1000 Cultures’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은 공식 마스코트 ‘라루(Laru)’와 ‘루미(Lumi)’를 2025년 5월 21일 공개했다.

길을 뜻하는 프랑스어 La Route에서 이름을 딴 라루(Laru)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탐험가 여우,
빛을 뜻하는 Lumière에서 유래한 루미(Lumi)는 여행지의 풍경과 감정을 밝히는 감성가 여우다.

두 마리 여우는 앞으로 여행레저신문의 모든 글로벌 콘텐츠와 이미지, 영상에 숨어 등장하며
여행의 설렘을 함께 나누는 상징적 동반자가 된다.

이정찬 발행인은 “라루와 루미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여행레저신문의 철학을 담은 존재”라며
“정보와 감성을 모두 품은 이 여우들이 여행자의 길 위에 늘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마스코트 공개를 계기로, 여행레저신문은 사진 속 숨은 그림 찾기, 브이로그 영상 시리즈, 굿즈 개발,
그리고 ‘Laru & Lumi의 도시 탐방기’라는 테마 콘텐츠도 이어갈 계획이다.

‘라루와 루미’는 여행자의 작은 친구이자, 세계의 문화와 풍경을 기록하는 안내자로, ‘여행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이라는 여행레저신문의 비전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예정이다.

“나는 지도를 찢고, 길 위에서 세계를 만난다.” – 라루
“나는 빛을 따라, 마음의 풍경을 담는다.” – 루미

여행레저신문 l 이진 기자 

‘1000 Cities 1000 Cultures’… 여행레저신문, 글로벌 트래블가이드 섹션 창간

세계 1000개 도시, 1000가지 문화의 깊이를 담다

 

여행레저신문이 2025년 5월 20일부로 글로벌 여행 콘텐츠 섹션 ‘1000 Cities 1000 Cultures’를 공식 창간했다. 본 섹션은 1974년부터 51년간 세계 각국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사진과 기록을 남겨온 이정찬 발행인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행의 표면이 아닌 본질을 탐구한다.(https://thetravelnews.co.kr)

‘1000 Cities 1000 Cultures’는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 ▲현지 여행 정보 ▲여행 에세이 ▲여행자 갤러리 ▲추천 여행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각 도시를 실제로 방문한 독자들의 생생한 후기와 독창적인 영상·사진 콘텐츠가 함께 제공될 예정이어서 기존의 여행 정보 플랫폼과는 차별화를 예고한다.

이정찬 발행인은 ” ‘1000 Cities 1000 Cultures’는 단지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여행자들이 원하는 진짜 여행 정보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세이셸공화국과 두바이 여행에서 실감한 정보의 공백, 그리고 현지에서 온라인 콘텐츠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여행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본 섹션이 향후 유튜브와 네이버TV 등 영상 플랫폼과도 연동될 것이며, 모든 콘텐츠는 eBook과 인쇄물 형태로도 제작돼 독자의 접근성과 소장 가치를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000 Cities 1000 Cultures’가 단순한 여행 정보 제공을 넘어, 여행을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이는 여행레저신문의 비전인 ‘여행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세이셸공화국과 몰타공화국 콘텐츠가 첫 편으로 발행됐으며, 앞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오세아니아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 1000곳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문화 탐사와 여행 경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만재 기자

몰타 트래블가이드 제1장 —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

시간 위를 걷는 섬 — 역사와 현재를 품은 지중해의 요새

 
지중해 한가운데,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남쪽으로 불과 90km.

몰타(Malta)는 유럽과 북아프리카 사이에 낀, 면적 316㎢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다. 하지만 이 땅 위에 새겨진 문명의 궤적은 놀라울 만큼 밀도 높고, 깊다. 고대 신전과 십자군 요새, 제국의 잔재, 그리고 현대 유럽의 감각까지—몰타는 지중해라는 고대의 시간에 접속하는 입구다.

석기시대의 시간, 돌에 새겨진 우주

몰타는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가르 킴(Ħaġar Qim), 므나이드라(Mnajdra), 타르시엔(Tarxien) 등 선사시대 신전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석조 건축물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고고학계의 신비로 남아 있다. 이들 신전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태양의 이동을 따라 설계된 복잡한 천문학적 구조를 지닌다.

이 작은 섬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우주의 질서’를 읽던 문명의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십자군 기사단, 요새가 된 섬

몰타의 중세는 곧 ‘성 요한 기사단(Knights Hospitaller)’의 시대다.
1530년,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는 이 섬을 기사단에 하사했고, 기사단은 이곳을 전략적 방어 거점으로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565년, 몰타 대공성전(Siege of Malta)이 벌어진다. 오스만 제국 3만 대군이 침공한 가운데, 불과 수천 명의 기사단과 몰타 민병대는 한 달 넘게 이 섬을 사수해냈다. 이 전쟁은 유럽 기독교 문명의 승리로 기록되었고, 이후 몰타 전역은 바위 위에 요새를 쌓아 올린 섬이 된다.

기사단이 계획한 도시 발레타(Valletta)는 중세 도시 설계의 정수다. 좁고 직선적인 골목들, 고풍스러운 발코니, 그리고 성곽을 따라 펼쳐지는 석조 건물들. 모든 것이 전쟁과 방어, 그리고 신에 대한 경배로 지어진 공간이다. 오늘날에도 발레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국의 전초 기지에서, 전쟁의 기억까지

몰타는 이후 나폴레옹을 거쳐, 19세기부터 대영제국의 식민지가 된다.
그들은 몰타를 해군 기지이자 제국의 남쪽 경계로 활용했다. 그리고 20세기, 몰타는 다시 한 번 세계사 중심으로 소환된다.

 

제2차 세계대전

몰타는 북아프리카 전선의 보급 요충지로, 연합군과 추축군 사이의 지중해 해상 교통로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었다.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군은 이 작은 섬에 집요한 공습을 퍼부었고, 1940~42년 사이 약 3,000회의 폭격이 쏟아졌다. 특히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시민들은 지하 묘지와 요새 지하공간에 피난처를 만들었다.

이 극한의 저항에 감동한 조지 6세는 ‘조지 십자훈장’을 몰타 국민 전체에 수여했다.
몰타 국기의 좌측 상단에 박힌 은색 십자가는, 지금도 그 훈장을 상징한다.

 

영어와 와인, 관광과 블록체인 — 몰타의 오늘

오늘날 몰타는 EU 소속 국가로, 공용 통화는 유로(EUR), 공식 언어는 몰타어와 영어다.
행정, 교육, 금융, 관광 등은 거의 영어로 운영되며, 몰타는 ‘유럽 속 영어국가’라는 특이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몰타는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국가들에게 인기 있는 어학연수 목적지로 부상했고, 특히 청년층에게는 ‘짧은 유럽생활+어학+휴양’이 가능한 실속형 연수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인 방문객도 꾸준히 늘며, 일부 시즌에는 발레타 거리에서 한국어 안내를 듣는 일도 흔하다.

또한 몰타는 유럽 내에서도 ‘가상자산 친화국’으로 손꼽힌다.
2017~18년 가상화폐 열풍 당시, 몰타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괄적 입법을 시행했고, 다수의 글로벌 거래소가 본사를 몰타로 이전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 아일랜드’라는 별명이 붙었고, 소규모이지만 혁신 허브로서의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몰타는 지금도 요새다

몰타의 전체 인구는 약 55만 명, 도시화율은 95% 이상이다. 하지만 면적이 작고 인프라가 한정된 탓에,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여름철엔 오버투어리즘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운다.
주거비 상승, 쓰레기 문제, 원주민 커뮤니티 붕괴 우려까지—몰타는 이제 ‘지켜야 할 세계유산’이자, ‘지속 가능성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바람과 햇살의 나라

기후는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다.
여름(69월)은 덥고 건조하며, 겨울(122월)은 비가 내리지만 영상 기온을 유지한다.
최적의 여행 시기는 45월, 1011월.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부드러우며, 이 계절의 몰타는 시간 여행자가 되기에 가장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이 섬이 주는 질문

몰타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시간은 방대하고, 이야기는 풍부하다.
그 무엇보다도 이 섬은 ‘어디에 속하지 않으면서, 모두의 경계에 존재하는 곳’이다.
유럽도, 아랍도, 기독교도, 이슬람도, 전쟁도, 평화도 이곳에 머물렀다.

몰타는 늘 그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시간과 문명 사이의 요새로 존재한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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