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가이드 시리즈 1편 – 세이셸 실용 정보 편
세이셸은 아름다운 해변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다. 진짜 낙원은 준비된 여행자에게만 열린다. 이 섬나라의 입국 절차부터 유심, 환전, 기후까지—세이셸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정보를 차근히 짚어본다.
입국, ‘비자는 없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세이셸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관대한 나라다. 한국 여권 소지자 역시 최대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자유’는 사전 준비를 전제로 한다.
세이셸은 전자 입국 허가 시스템(Travel Authorization)을 운용 중이다. 여행자는 출국 최소 72시간 전, 공식 사이트(seychelles.govtas.com)에 접속해 여권 사본, 왕복 항공권, 숙소 예약 증명, 여행자 보험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신청 비용은 약 10유로, 카드로 간단히 결제 가능하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비행기 탑승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
입국은 마헤(Mahé)섬의 세이셸 국제공항을 통해 이뤄진다. 수도 빅토리아와는 지척으로, 택시로 20분 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늦은 시간 도착이라면 호텔 픽업을 사전에 요청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하늘길, 두바이 혹은 도하를 거쳐
세이셸까지 가는 길은 짧지 않다. 현재 직항 노선은 없으며, 대부분 중동을 경유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자들은 에미레이트항공(두바이), 카타르항공(도하), 에티하드항공(아부다비) 등을 이용하게 된다. 비행 시간은 환승 포함 17~25시간, 환승 시간과 스케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세이셸 도착 후, 섬 간 이동은 국내선 항공기나 페리로 이어지며, 특히 프랄린이나 라디그를 계획하고 있다면 도착 시각과 연결편 스케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화폐, 유심, 그리고 어댑터
세이셸의 통화는 세이셸 루피(Seychellois Rupee, SCR)다. 공항, 은행, 대형 호텔에서 환전이 가능하며, 길거리 환전은 불법이다.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는 유로 또는 달러도 사용 가능하지만, 일반 상점이나 로컬 레스토랑에선 루피가 필수다.
신용카드는 비자·마스터카드 대부분 사용 가능하지만, 라디그나 소규모 상점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도 있으니 소액 루피를 적절히 준비해두는 게 좋다.
현지에서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공항에서 유심을 구입하는 게 편리하다. Airtel, Cable & Wireless 두 통신사가 있으며, 약 $20~30 수준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택하면 무난하다. 대부분의 리조트에서 와이파이가 제공되지만, 속도는 제한적이고 무료가 아닐 때도 많다.
전압은 240V, 콘센트는 영국식 G타입이다. 멀티 어댑터는 필수, 특히 전자기기 여러 개를 사용하는 여행자라면 이중 멀티탭까지 추천된다.
기후와 계절, 바다의 얼굴이 바뀌는 때
세이셸은 열대 해양성 기후로 연중 따뜻하다. 평균 기온은 24~32℃, 하지만 우기(11월3월)에는 습도가 높고 스콜성 비가 자주 내린다. 건기(5월9월)는 상대적으로 맑고, 바람이 적어 해변 활동에 적합하다.
특히 6~8월은 스노클링과 다이빙에 최적이며, 바다 투명도가 가장 높다. 단, 이 시기에는 일부 섬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 수도 있으니 활동 계획은 날씨와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 주의 사항 – 작지만 예민한 섬
세이셸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진 해변이나 한산한 지역에서의 소지품 방치는 금물. 도난보다도 더 문제되는 건 자연 보호 규정 위반이다.
플라스틱 봉투 및 빨대는 사용 금지
산호, 조개, 거북이 등 자연물 채취 금지
야생동물과의 접촉 또는 먹이 주기 금지
위반 시, 벌금은 물론 입국 거부 기록까지 남을 수 있다. 낙원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여행자의 품격이다.
세이셸은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비자는 없지만 허가는 필요하고, 물가는 높지만 감동은 깊다. 무엇보다, 이곳은 낙원을 통과한 이에게만 미소 짓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