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이진 기자
서울 신사역 인근, 회색 건물들이 일상처럼 서 있는 거리 한복판에 작은 연극 무대 같은 공간이 있다. 더 리버사이드 호텔 서울 1층에 자리한 철판요리 전문점 ‘카와베 테판야키(KAWABE Teppanyaki)’. 도심의 번잡함과 뚜렷이 대조되는 이곳은 조용하고 절제된 공간 안에서 ‘맛’이 아니라 ‘장면’으로 기억되는 한 끼를 선사한다. 그 시작은 불꽃이 튀는 철판 위, 요리사의 손끝에서부터다.
철판 위의 퍼포먼스, 무대처럼 짜인 한 상
도미 카르파치오에서 누룽지 아스파라거스, 랍스터 비스크 소스를 지나 한우부채살 그릴야키(Grilled Wagyu Chuck Flap) 또는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로 이어지는 코스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리듬과 감각의 흐름이다.
불 앞에 선 셰프는 단지 조리자가 아니라 연출자다. 철판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재료, 솟구치는 불꽃과 함께 피어오르는 향은 시각과 후각, 청각까지 모두 흔든다. 특히 랍스터 꼬리살에 비스크 소스를 얹은 구이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고소함의 절정을 보여줬다.
공간은 조용하고, 마음은 느긋해진다
조명이 과하지 않되 따뜻하고, 테이블 간격은 여유롭다. 공간 그 자체가 ‘정제’를 말하는 듯했다. 점심시간임에도 웅성거림 하나 없이 고요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이곳은 누구와 와도 어색하지 않다. 데이트, 부모님과의 외식, 또는 중요한 업무 미팅까지 — 모두를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비즈니스 미팅에 최적화된 ‘철판 오마카세’
정찬 구성과 흐름이 매끄럽고, 호텔다운 섬세한 서비스 덕분에 대화에 몰입하기 좋았다. 가격대는 6만 원대로 합리적이지만, 구성은 고급스럽고 맛의 깊이도 충분했다. 김나리 홍보실장이 강조하듯 “가격은 낮췄지만, 맛과 서비스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는 말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다.
요리 하나하나에 담긴 디테일과 진심
한우부채살 그릴야키는 달큰한 양파와 어울리며, 와사비와 간장을 함께 곁들였을 때 가장 돋보였다.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는 감자퓨레 위에 올려져 그 자체로 부드러움과 육즙의 대비를 이루었고, 일본식 커리라이스와 다시마끼는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디저트로 제공된 카라멜 커스터드 푸딩은 단맛과 쌉쌀한 말차 크림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웠다.
디너에는 와인 한잔의 여유도 포함
디너 오마카세로는 랍스터 또는 이세에비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시즌 한정으로는 클라우디 베이 쇼비뇽 블랑 와인 한 잔이 무료 제공된다. 하루의 끝에 품격 있는 여운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셰프 정주호, 테판야키의 정수를 말하다
카와베 테판야키의 주방을 이끄는 정주호 셰프는 “철판은 재료와 조리자, 손님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무대입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의 손끝은 철저하게 계산된 리듬과 집중력으로 움직이며, 고객의 반응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 한눈에 보는 방문 정보
위치: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107길 6, 더 리버사이드 호텔 1층
점심 오마카세: 6만 원대 / 구성은 계절에 따라 변경
저녁 오마카세: 랍스터 또는 이세에비 코스 + 와인 한 잔 제공 이벤트 중
예약: 네이버예약, 캐치테이블 가능
카와베는 단지 식당이 아니라, 일상과는 다른 리듬으로 호흡하는 감각의 공간이다. 철판 위에서 조리되고, 바로 눈앞에서 접시에 담기는 음식. 정제된 한 끼는 늘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그런 식사를 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