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이만재 기자] 2026년을 앞두고 여행업계를 둘러싼 ‘트렌드 전망’ 보도가 유난히 쏟아지고 있다. 하나투어, 한국관광공사, 스카이스캐너를 비롯해 글로벌 OTA와 여행 테크 기업들까지 앞다퉈 2026년의 키워드를 내놓았다. 표현은 서로 다르지만,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거의 모든 전망이 ‘성장’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Travel is becoming more personal, more frequent, and increasingly shaped by AI-driven recommendations.”
— Skyscanner
“Travel consumption is shifting from schedule-based products to emotion- and motivation-driven choices.”
— HanaTour
“Guests are increasingly seeking stays and experiences that reflect who they are, not just where they go.”
— Airbnb
“미래 관광시장은 단선적인 성장보다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구조로 전개될 것이다.”
“The future tourism market will be characterized by the coexistence of contrasting values rather than linear growth.”
— Korea Tourism Organization
표현은 다르지만, 이 문장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2026년은 더 키우는 시장이 아니라, 남는 구조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가깝다.
대신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다. 개인화, 소형화, AI, 플랫폼, 재편.
이 단어들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산업 전체가 더 이상 기존 구조로는 버틸 수 없다는 신호에 가깝다. 2026년은 확장의 해가 아니라, 정리와 선택의 해라는 인식이 이미 공유되고 있다.
같은 현상, 다른 언어
스카이스캐너는 검색 데이터와 설문을 근거로 개인화된 여행 경험과 AI 추천의 일상화를 말한다. 하나투어는 기분 목적형 여행과 취향 기반 소비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국관광공사는 ‘상반된 가치의 공존’이라는 정책 언어로 시장 변화를 설명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거의 동일하다. 여행 수요는 유지되지만, 산업을 떠받치던 대량 판매 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기존의 단체 중심, 최저가 중심, 대량 유통 모델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트렌드 용어의 현실 번역
업계에 떠도는 ‘멋진 말’들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보면 그림은 훨씬 또렷해진다.
개인화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책임의 개인화를 뜻한다. 일정이 쪼개지고 상품이 세분화될수록 운영 리스크는 여행사로 집중된다.
소형화는 효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가 부담과 변동성을 키운다. 소규모 출발, 1인실, 부분 조인은 상품 경쟁력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요구한다.
AI 활용은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질서의 문제다. 상담과 추천, 콘텐츠 생산이 자동화될수록 여행 상품은 플랫폼 규칙 안으로 더 깊이 편입된다. AI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유통 통제 장치다.
‘설명 가능한 가격’이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최저가 경쟁이 끝났다는 선언이지만, 동시에 가격을 설득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형·프레임형·정책형 전망의 교차점
스카이스캐너, 익스피디아, 아마데우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를 앞세운다. 검색과 예약, 이동 패턴을 근거로 변화 방향을 제시한다. 하나투어는 이를 상품과 마케팅 언어로 번역하고, 한국관광공사는 산업과 정책의 언어로 정리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다. 여행업의 경쟁 축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유통과 신뢰, 설명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 많이 파는 구조가 아니라, 선택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2026년의 본질은 유통 재편이다
2026년을 향한 대부분의 트렌드 예측은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여행 산업의 핵심 변수는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라 유통 질서다.
노출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구조, 설명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구조, 브랜드가 없으면 가격 경쟁으로 밀려나는 구조. 이 조건들이 동시에 작동한다. 여행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이 변화는 조용하지만 비가역적이다.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플랫폼 안에서 설 자리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반대로 관점과 설명력을 갖춘 소수는 규모와 무관하게 살아남는다.
결론|선택의 시간
2026년의 여행산업은 더 많은 상품을 만드는 경쟁의 단계에 있지 않다.
성장은 멈췄고, 산업은 이미 재편의 국면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이 구조 안에서 무엇을 더 키울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다.
업계에게 재편은 선택의 문제다.
플랫폼에 더 깊이 편입될 것인지, 작더라도 설명 가능한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
가격으로 설득할 것인지, 관점과 맥락으로 설득할 것인지.
재편의 시간은 결정을 미루는 기업을 가장 먼저 밀어낸다.
여행자에게도 변화는 예외가 아니다.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선택의 책임도 개인에게 돌아왔다.
최저가를 고르는 여행인지, 설명과 신뢰를 선택하는 여행인지.
2026년의 여행은 더 화려해지는 대신,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이는가를 묻는 시간이 되고 있다.
성장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떤 구조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