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한식당] 체리가든 – 비건, 할랄까지 가능한 감성 한식당 찾으신다면?

여행레저신문 ㅣ 이정찬 기자

서울 동대문역 인근, 늘 북적이는 거리 한복판. 그 속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 있다. 건물 2층에 자리한 ‘체리 가든(Cherry Garden)’은 그 이름처럼 따뜻하고 정원을 닮은 고요함을 품은 한식당이다.

이곳은 단지 음식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문화가 흐르고, 배려가 숨 쉬며,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도심 속 작은 피난처, 동대문역 2층
동대문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화려한 간판들 사이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지만, 2층으로 올라서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외부의 소음은 멀어지고, 따뜻한 조명과 차분한 음악, 작고 단정한 테이블이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한 끼 식사 이상의 휴식이 있는 공간. 이 곳이 바로 체리가든이다.

단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동대문 한복판에서 이렇게 정적인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다. 마치 번화가의 한 귀퉁이에 감춰진 정원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도시의 리듬이 멈춘다.

비건, 할랄, 모두를 위한 한식
체리가든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모두를 위한 식탁’이라는 철학이다. 비건을 위한 채식 반상은 물론, 할랄 식재료를 따로 준비하여 외국인 손님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고기 없이도 정갈하게 차려지는 반상, 계란 없는 구성, 직접 담근 김치와 제철 나물들까지.

이곳에서 한식은 배제보다 환대의 언어가 된다. 아이를 데려온 외국인 가족, 종교적 제약이 있는 유학생, 채식주의자를 위한 세심한 대응까지—다름을 껴안는 식탁이라는 점에서 체리가든은 하나의 문화 실천이기도 하다.

체리 이연실 대표, 작가이자 여행가의 식탁
체리가든을 운영하는 이연실 대표는 영어 이름이 ‘체리(Cherry)’다. 그녀는 단순한 요리인이 아니다. 작가이자 여행가이며, 오랫동안 타국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득한 생활인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서 수년간 머무르며 외교관, 기업인, 예술가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했던 경험은 이곳 식당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그녀의 밥상은 그저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 모든 맛과 감정을 수용해내는 이야기의 장이다.

“외국 손님도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이곳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는 배려를 요리하고, 다양성을 차려내며, 국경 없는 따뜻함을 음식으로 전한다.

실제로 체리가든을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다. 서울 주재 대사관 관계자, 유학생, 외국계 기업인, 배낭여행자까지—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손님들이 자연스레 모인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체리는, 사장님이기 이전에 친구처럼, 언니처럼,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다가간다. 서툰 한국어로 주문하는 손님에겐 눈빛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며, 채식 여부를 묻는 외국인에겐 웃으며 식단을 안내한다. 그 정성과 환대는 영어로 번역되지 않아도 진심으로 전해진다.

솥밥 정식과 수제 요거트의 디테일
기본 반찬부터 솥밥까지 모두 정성스럽다. 국산 재료로 직접 담근 김치, 매일 새롭게 준비되는 나물과 반찬들. 특히 전통 솥밥은 누룽지까지 즐길 수 있어 한국의 식문화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도 인상 깊다.

식기를 비롯한 도자기, 찻잔은 모두 해외에서 직접 수집한 것들로, 음식의 품격을 더한다. 디저트로 나오는 수제 요거트는 부드럽고 건강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테이블 위에서 느껴지는 정갈함과 오감의 조화는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넘어선다.

이곳의 음식에는 절제된 미감과 감정이 담긴 이야기가 함께 담긴다.

밥집 그 너머, 문화 사랑방
체리가든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유학생 모임, 북 콘서트, 포럼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예약 시 최대 52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단체 도시락 및 요거트 택배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외국인을 위한 따뜻한 환대와 실용적 배려가 어우러진 공간. 밥상 위에 문화가 있고, 식사 속에 교류가 있다. 실제로 이곳은 한식당이면서도 다문화 커뮤니티의 사랑방으로 기능한다.

문턱은 낮지만, 품격은 높고, 언제든 환영받는 감각이 식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 체리가든 방문 정보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326, 2층 (동대문역 4번 출구 도보 3분)

전화: 02-6449-7043

대표 메뉴: 솥밥 정식, 비건 한식, 할랄 반상, 수제 요거트

단체 예약 가능 (최대 52명) / 포럼 및 모임 장소 운영

도시락 배달, 수제 요거트 택배 서비스 예정

체리가든은 따뜻함과 고요함, 배려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의 쉼표다. 단순한 맛집을 넘어, 서울 속 작은 문화 공간을 찾는다면 이곳을 꼭 기억해두시길. 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연실 대표의 철학과 생애, 그리고 손님과의 이야기 속에서 식탁은 늘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