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특별한 걸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먹기로 했다. 천천히, 기억이 될 음식을. 몰타의 어느 와인바에서, 어느 저녁에, 그저 한 끼를 깊이 음미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은 결국 한 끼에서 기억된다.
슬리에마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행정청사와 고급 주택가가 섞인 마르사막슬록(Marsamxett Harbour) 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트가 길게 정박해 있는 항구 옆 해변 카페였고, 테이블은 거의 바다 위에 걸쳐져 있었다. 전날의 고조섬 일정이 길어 아침을 건넜기에, 허기가 져 있었고 덕분에 맛은 더욱 진해졌다.

전채로 ‘칼라마리 튀김’을, 메인으로는 ‘스파게티 마레’를 주문했다. 튀김은 아주 얇고 바삭했고, 해산물 파스타엔 토마토 소스 대신 올리브오일과 화이트와인, 바질 향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오징어는 바삭한 껍질 아래 부드럽게 익어 있었고, 파스타 면은 ‘알덴테’ 그 자체였다.
짠내 나는 바람과 레몬 향이 어우러져 입 안을 깨우는 점심이었다. 옆자리 노부부는 와인 한 잔에 빵을 곁들였고, 청춘 커플은 디저트만 시켜 놓고 한참을 대화했다. 나는 조용히 포크를 들었다. ‘이 도시의 리듬 속에 내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 식당에서 마신 하우스 와인은 이날 마신 와인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강하지 않았지만 균형 잡힌 산도와 신선한 향. 나중에 알아보니, 몰타 본섬 내륙의 작은 협동농장에서 만든 소규모 생산 와인이었다. 그 맛은 바다보다 땅을 닮아 있었다. 포도보다 흙이 먼저 떠오르는 와인. 나는 두 잔을 마시고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다.

저녁은 다시 발레타에서, 골목 안 작은 와인바에서 이어졌다. 나무 탁자와 낮은 조명, 그리고 기분 좋은 정적. 바텐더는 고조섬산 화이트를 권했다. 첫 모금은 라임 껍질의 산미와 함께. 바질향과 짠내를 머금은 바람이 입 안을 맴돌았다. 목넘김은 부드러웠고, 바닥엔 석회암 가루 같은 텁텁한 여운이 남았다.
“이건 돌에서 자라요.” 그가 말했다. 몰타의 포도는 비옥하지 않은 석회암 지대에서 자란다. 그래서일까, 향은 절제되어 있고, 여운은 길었다. 나는 그 잔을 마시며 처음 몰타에 도착했던 날을 떠올렸다.
첫 번째 요리는 ‘파스티치(Pastizzi)’. 페이스트리 속에 리코타 치즈나 으깬 완두콩이 들어간 몰타식 간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길거리 어디서나 팔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파스티치는 그 어느 곳보다 깊었다. 바삭한 껍질이 입 천장에서 부서질 때, 안쪽 치즈가 고소하게 녹아내렸다. 빵 하나에도 구워진 햇살이 있었다. 이것이 몰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지만 진심인 것.
두 번째는 ‘팬프라이드 래빗 스튜(Rabbit Stew, Stuffat tal-Fenek)’. 몰타의 대표 음식이다. 양파, 마늘, 토마토, 레드와인으로 조린 토끼 고기는 씹을수록 단단하고, 맛은 의외로 순하다. 육질은 닭고기보다 진하고 소고기보다 부드럽다. 몰타 사람들은 이 요리를 가족이 모이는 날, 혹은 축일에 함께 먹는다 했다. 향은 허브와 레드와인이 어우러져 진하고 깊었다. 나도 어느새 그들처럼 혼자가 아닌 듯 식사를 이어갔다.

고조섬에서 마셨던 와인을 떠올렸다. 탈 미에나(Ta’ Mena) 와이너리. 돌길 끝에 펼쳐진 포도밭과 와인 셀러. 와인 잔을 들고 석양을 바라보던 그 순간. “우리는 시간을 병에 담는 사람들이죠.” 와이너리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몰타의 와인은 말이 없고, 설명이 없고, 그저 흘러든다. 마치 섬 전체가 와인 한 잔이 되는 기분이었다. 돌, 바람, 태양, 침묵, 그리고 오래된 믿음.
마지막은 몰타식 빵 ‘프티라(Ftira)’와 올리브오일. 몰타의 프티라는 단단한 외피 안에 신선한 토마토, 양파, 참치 혹은 캡퍼가 들어간다. 투박하지만 정직하고, 무엇보다 밥보다 더 따뜻한 빵이다. 씹을수록 토마토와 허브의 향이 올라왔고, 올리브오일은 맑고 풀잎 냄새가 났다. 그 빵을 조용히 씹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 섬의 맛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간다.
음식은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 나라의 기후, 역사, 풍경, 사람. 몰타는 입으로 만나는 섬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혀가 먼저 기억하는 섬. 한 끼가 한 계절 같았고, 한 모금이 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는 괜히 뒤를 돌아봤다. 자주 앉지 않던 창가 자리에 와인 한 잔이 아직 남아 있었다. 빛이 유리잔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The wine was made of sun, the bread was made of time. And the table? That was where Malta finally spoke.”
몰타는 그렇게, 테이블 위에서 자신을 말하는 섬이다.
여행레저신문 l 이정찬발행인
Photo by Jungchan Lee




카인디 호수엔 나무가 물속에 서 있고, 콜사이 호수의 물빛은 하늘보다 진하다. 침블락의 만년설은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압도한다. 차른 캐니언은 땅이 울리는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 알틴에멜 국립공원의 사막은 노래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경관은 사진으로 보면 반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나머지 반은 그 자리에 있을 때, 바람을 맞고, 흙 냄새를 들이마시고, 그늘과 햇살의 경계를 천천히 걷고 있을 때만 체험할 수 있다.


침블락 (Shymbulak)
알틴에멜 국립공원 (Altyn-Emel National Park)

고대 페르시아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 왕궁의 창고에 보관되던 포도 항아리 하나가 변질되었다. 상한 냄새가 났고, 거품이 일며 부패한 액체로 여겨졌다. 궁중 무희 한 명은 실연의 슬픔에 목숨을 끊으려 그 항아리의 내용물을 마셨다.
이후 유럽의 식민지 확장과 함께 와인은 지구 반대편까지 퍼졌다. 스페인은 남미로,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포르투갈은 브라질로 포도나무를 가져갔다. 이제 와인은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캘리포니아에서도 자란다.
몰타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섬이다. 낮에는 역사의 풍경 속을 걷고, 밤에는 그 풍경의 기억을 더듬는다. 고요한 골목, 대리석 바닥, 오래된 석회암 벽. 모두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했다.
성벽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에 닿는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붐비던 그 정원이, 밤에는 빛과 바람만이 머무는 조용한 전망대가 된다.
쉬고 있다. 모든 것이 조금 느리고, 조금 무겁고, 조금 더 오래 머문다. 그리고 그 ‘오래됨’은 낡음이 아니라 품음이다. 이 섬은 오래된 것들을 지우지 않고 품는다. 전쟁의 상처도, 황금의 찬란함도, 이별의 슬픔도, 순례자의 숨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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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의 심장, 코코드메르의 숲
이 숲은 빠름이 없다.
앙세 라지오 – 빛과 바람의 해변
앙세 게오르게뜨 – 가장 조용한 절경
라디그를 향하는 오후


이정찬 발행인은 “라루와 루미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여행레저신문의 철학을 담은 존재”라며
이 대표는 본 섹션이 향후 유튜브와 네이버TV 등 영상 플랫폼과도 연동될 것이며, 모든 콘텐츠는 eBook과 인쇄물 형태로도 제작돼 독자의 접근성과 소장 가치를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이셸에는 도시가 있다. 그러나 그 도시 안에는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도시가 있다.





![A[사진1] 야간관광 - 노르웨이 롱이어비엔](https://thetravelnews.co.kr/wp-content/uploads/2025/05/A사진1-야간관광-노르웨이-롱이어비엔.jpg)
흥미롭게도, 롱이어비엔의 호텔 중 하나인 ‘스발바르 호텔 | 더 볼트(The Vault)’는 이 시드볼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호텔은 고요한 조명과 차가운 콘크리트 질감의 내벽, 따뜻한 조명이 뒤섞여 있는 라운지 공간을 통해 극지방 특유의 온기와 긴장감이 공존하는 인상을 전한다.
입국은 마헤(Mahé)섬의 세이셸 국제공항을 통해 이뤄진다. 수도 빅토리아와는 지척으로, 택시로 20분 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늦은 시간 도착이라면 호텔 픽업을 사전에 요청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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